사투리 논란 이번엔 김희선 차례, 사투리에 우는 배우 누구?

    사투리 논란 이번엔 김희선 차례, 사투리에 우는 배우 누구?

    [일간스포츠] 입력 2014.02.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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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나 영화에서 사투리는 극의 리얼리티를 살리고 재미를 높이는 주된 '양념'으로 쓰인다. 앞서 tvN '응답하라 1994'의 경우 각 캐릭터들이 들려준 맛깔스러운 사투리로 몰입도를 높이고 큰 인기를 끌었다. 반면, 어색하게 흉내만 내는 선에서 그쳤다가는 질타를 받기 십상이다. 방송 2회만에 30%대를 넘어선 KBS 2TV 새 주말극 '참 좋은 시절'이 사투리 대사 때문에 구설에 오른 케이스다. 김희선을 비롯해 극중 등장인물들의 사투리 연기 때문에 '어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맛이 강한 '비법 양념'으로 승부수를 두려다 오히려 문제가 됐다. 사투리 연기 하나에 울고 웃은 작품, 그리고 연기자들을 살펴봤다.


    ▶'참 좋은 시절' 경북 배경에 경남 사투리 써 문제

    '참 좋은 시절'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은 경북 경주를 배경으로 하면서 대사는 경남 사투리로 구성했다는 것. 경주 출신 김상호를 제외한 거의 모든 등장인물의 입에서 경남 사투리가 나와 '명백한 제작진의 실수'라는 말을 들었다. 실제로 드라마 속에 등장한 '~했어예' '~했습니꺼' 등의 어미를 사용하는건 경북이 아닌 마산·창원·진주 지역의 사투리. 문장의 끝 부분을 위로 올리는 톤 역시 경남 지역에서 쓰는 억양이다. 게다가 아역 연기자들까지 70·80년대에나 썼을법한 억센 억양의 사투리를 구사하도록 연출해 '지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혹평을 피할수 없었다. 방송 이후 시청자 게시판과 관련 기사 댓글창에는 '잘못된 사투리를 쓰는 것 뿐 아니라 톤이 너무 과장돼 어색해보인다'는 내용의 지적이 이어졌다. 경주 지역에서 20여년째 살고 있다는 한 네티즌은 '요즘 지방 사람들의 사투리가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억세진 않다. 특히 아이들은 미디어의 발달로 어른들보다 한층 더 표준어에 가까운 어투를 쓴다'며 '지역의 색깔을 살리는건 좋은데 경주 사투리를 전혀 모르는 이들이 억지를 쓰며 '이게 정답'이라고 강요하는 듯해 불편하다'고 꼬집었다.

    주연배우 김희선도 "대구 출신 부모님 밑에서 지역 사투리를 자연스레 들으며 컸다"고 밝힌 것과 달리 드라마 속에서는 경남 사투리를 써 보는 이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표준어 대사만 쓰던 김희선의 첫 도전인만큼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이들이 있는 반면에 '애초 무리한 도전이었다'며 부정적인 견해가 쏟아지기도 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김희선을 비롯한 배우들이 경상도 사투리의 정석인듯 알려진 영화 '친구'의 톤을 가져온 것 같다. 경상도 안에서도 남부 지방과 북부 지방의 말씨가 다른데 그 부분을 너무 소홀히 생각했다"면서 "'친구'에서는 조직폭력배 등 거친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렸기 때문에 과장된 톤이 잘 맞아떨어졌지만 이런 억양이 생활연기 위주의 드라마에 적용되면 보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참 좋은 시절'의 제작사 삼화네트웍스 박태영 제작PD는 "지금까지 나온 지적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 처음부터 경북을 배경으로 드라마를 준비했던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와 협조체계를 갖추는 과정에서 영상미가 뛰어난 경주로 옮기게 됐던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경북 지역 사투리를 디테일하게 구사할수 있도록 미처 신경을 못 쓴것 같다. 지적사항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설명했다.

    ▶조민기·문소리 등 연기파도 사투리연기 고민 토로

    사투리 연기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건 김희선 뿐만이 아니다. 앞서 조여정은 2012년 방송된 KBS 2TV '해운대 연인들'에서 부산 사투리를 썼다가 혹평을 들었다. 드라마가 중반부로 가면서 차츰 톤이 안정됐지만 초반에는 '북한말 같다'는 비난까지 들어야했다. 조여정 본인도 드라마 종영후 가진 인터뷰에서 "내게 사투리는 외국말이나 마찬가지다. 혹평에 신경이 쓰였지만 자신감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수 밖에 없었다"라고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연기파 중견배우들에게도 사투리 연기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지난해 드라마 '투윅스'에서 부산 사투리로 연기한 조민기 역시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을 받아야했다. 이에 조민기는 "토종 서울사람이라 사투리가 쉽지 않았다. '변호인'에 동반출연한 부산 출신 임시완과 오달수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열심히 연습했다. 그래도 어설프더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투리 대사를 쓰는 드라마와 영화가 많다보니 대중이 자기만의 '사투리 연기'에 대한 잣대를 갖다대며 배우를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부산 출신 송선미와 문소리처럼 고향 사투리를 쓰고 '어색하다'는 억울한 평가를 듣는 케이스가 나오기도 했다. 문소리는 코믹 액션영화 '스파이'에 출연후 웃음을 위한 과한 톤 때문에 일각에서 '사투리가 부자연스럽다'는 평가를 들었다. 당시 문소리는 "다른 지적은 다 받아들이겠는데 부산 사람에게 부산 사투리가 어색했다는 말을 하는건 좀 이해가 안 된다"며 당황스러워했다. 송선미 역시 드라마 '골든타임' 방영 당시 사투리 연기에 대한 혹평을 듣고 헛웃음을 지어야했다. 캐릭터의 특징상 다른 인물과 달리 차분한 톤으로 사투리 연기를 했던게 문제가 됐다. 결국 극 전체의 흐름과 분위기에 잘 어우러지는 톤으로 조화를 이끄는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간부는 "예전엔 배우가 사투리를 쓰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젠 엄지원이나 이성민처럼 사투리를 잘 구사하는게 자신을 어필할수 있는 좋은 무기가 된다. '응답하라 1994'처럼 처음부터 사투리가 능숙한 배우를 캐스팅하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제작해 지역색을 어필하며 좋은 성과를 얻은 드라마도 나왔다"면서 "그렇다고 단순히 사투리를 '잘' 구사하는데에만 중점을 둬선 안된다. 중요한건 사투리를 쓰면서 얼마나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가 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