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를 말한다] ① “스페인 귀화? 생각해본 적도 없다”

    [이승우를 말한다] ① “스페인 귀화? 생각해본 적도 없다”

    [일간스포츠] 입력 2015.05.15 06:00 수정 2015.05.15 11:12
    글자크기
    글자크기 키우기 글자크기 줄이기
    명지대 유니폼을 입은 이승우. 소속팀 바르셀로나의 해외선수 영입규정 위반으로 공식경기에 나오지 못하는 그는 다음 달 17세 이하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14일부터 형 이승준의 모교에서 훈련을 시작했다.사진취재=김민규 기자


    이승우(17).

    요즘 가장 주목받는 한국 축구 아이콘이다. 그는 스페인 축구명문 바르셀로나 후베닐A(바르셀로나 성인 1군과 2군 팀으로 가는 유스 클럽의 최종 단계) 소속이다. 유럽에서도 '포스트 리오넬 메시'라 불린다. 작년 9월 태국 16세 이하(U-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 일본과 8강에서 신들린 듯한 드리블로 전 국민의 눈을 사로 잡았다. 이승우는 U-18 대표에 발탁돼 지난 달 수원 JS컵 3경기를 뛰었다. 매 경기 1만 이상의 관중이 들어찼고 구름 같은 취재진이 몰렸다. 대회 후 그는 더욱 뜨거운 감자가 됐다. 슛이 불발된 뒤 광고판을 공으로 걷어차거나 교체될 때 불만스러운 듯한 표정 등이 논란이 됐다. 이승우에게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 한국을 떠나 스페인으로 귀화하라'는 과격한 주장을 펼치는 팬까지 등장했다. 그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4일 경기도 용인 명지대학교 자연캠퍼스에서 이승우를 만나 가감 없이 이야기를 들어봤다.


    - 광고판을 공으로 걷어차거나 교체될 때 불만스러운 듯한 표정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경기장 안에서 답답하고 아쉬워서 그런 것 뿐이다. 그렇다고 경고나 퇴장으로 팀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이승우는 수원 JS컵 2차전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전반 32분 드리블 돌파로 득점 기회를 맞이했지만 마지막 슛이 한 박 자 늦어 득점에 실패했다. 이후 광고판을 걷어차고 하늘을 쳐다보며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방송 화면 캡처


    - 유럽 선수의 나쁜점은 배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영표 KBS 해설위원의 칼럼도 화제가 됐다.

    "모두 절 아끼는 말씀들이니 고칠 부분은 고쳐야 한다. 그러나 솔직히 기사같은 것들은 마음에 썩 와닿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님과 식사하며 직접 이야기를 듣고 깨달은 게 많다."


    - 홍 감독이 어떤 조언을 해줬나.

    "저와 특별한 인연이 있으신 것도 아닌데 밥을 사주셨다. '바르셀로나의 이승우는 여기서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다. 네가 먼저 동료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하셨다. 20세 이하, 국가대표 감독을 하실 때 경험담도 들러주셨다. 많이 배웠다. 다음 달 열릴 17세 대회(가칭 수원컵 친선대회)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면 또 공으로 광고판을 차겠나.

    "(웃음) 글쎄. 잘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거라…. 하루 아침에 고치기는 좀…. 그래도 최대한 안 하려고 노력은 하겠다."


    - 승부욕의 표출은 바르셀로나에서는 흔히 있는 일 아닌가.

    "서로 싸우기도 한다. 다들 특출나고 개성이 뚜렷하고 바르셀로나라는 자부심이 있으니까. 하지만 운동 끝나면 다시 친하게 잘 지낸다. 전혀 문제가 없다."


    이승우는 때때로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로부터 승리에 대한 열망과 자신의 발전을 끌어낼 줄도 아는 것 같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AFC U-16 결승전에서 북한에 패한 후, 분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임하는 이승우.사진취재=김민규 기자


    - 동료들과 비교해 본인의 승부욕과 개성은 어느 정도인가. 상위 1%안에 드나.

    "하하. 수치까진 모르겠지만 누구에게도 밀리지는 않는다."


    - 안익수 U-18 대표팀 감독과 불화설까지 나왔다.

    "전혀 아니다. 제가 스페인에서 오래 축구를 해서 문화적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제가 안 감독님과 생활한 게 10일 정도 된다. 안 감독님도 제 스타일을 잘 모르시고 저 역시 안 감독님이 뭘 추구하시는지 잘 모른다. 서로를 조금 더 알고 시간이 많았다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을 거다."


    - 기술은 뛰어나지만 피지컬이 약하다는 평이 있다.

    "(약간 울컥하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난 바르셀로나B(2군)에서도 훈련해봤다. 바르셀로나B 수비수는 모두 각 나라 대표고 대단한 체격과 실력을 갖췄다. 그들과 부딪히면서도 밀린다고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다."


    JS컵 우루과이전에서 상대 선수와 몸싸움을 벌이다 넘어진 이승우. 이승우는 AFC U-16 결승전에서 북한의 선수들에게 육체적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였고, 이번 JS컵에서도 자주 넘어지는 모습을 연출했다.사진취재=임현동 기자
    - 몸싸움을 하다가 종종 넘어지는 모습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상황 판단을 하고 넘어지는 거다. 동료들에게 패스를 연결하지 못할 경우 우리에게 유리한 최선의 판단을 하는 거다. 피지컬의 문제가 아니다.


    - 우리나라는 이승우의 개성을 존중하지 못하니 차라리 스페인으로 귀화하라는 과격한 의견도 있다."

    "말도 안 된다. 생각해본 적도 없다."


    - 성인대표 조기 발탁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많다.

    "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그저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전 아직 유망주고 완벽한 선수는 아니지만 절 위해주시고 성장을 바라신다면 뽑아주시지 않을까하는 바람은 갖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외데가르드(이승우와 동갑. 노르웨이 대표팀에 최연소 발탁돼 최연소 득점 기록 등을 세움)처럼 저 역시 최연소 대표에 대한 꿈은 갖고 있다. 사실 외데가르드보다….(쑥스러운 듯 말을 잇지 못함)"


    - 실력이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미소지으며) 맞다. 솔직히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더 열심히 할 부분이다."


    이승우의 잠재적 경쟁자, 레알 마드리드의 마틴 외데가르드(오른쪽)와 바르셀로나의 알렌 할릴로비치. 할릴로비치 역시 크로아티아의 A매치 최연소 데뷔 기록을 갖고 있다. 이승우와 마찬가지로 두 선수 역시 자국에서 ‘차세대 메시’로 불리며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게티이미지


    - 최연소 국가대표가 되려면 9월 경에는 뽑혀야 한다. 가능성이 낮아보인다.

    "가능성은 낮지만 희망은 가질 거다."


    - 징계로 오래 못 뛰어 감각이 떨어져있다는 지적이 있다.

    "맞는 말이다. 10월에 칠레 대회(U-17 월드컵) 뛰고 조금만 지나 내년 1월이면 징계가 풀린다. 한 두 달 게임을 소화하며 감각을 찾고 내년 안에 바르셀로나B로 올라가는게 목표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제 성장에 크게 걸림돌이 되진 않을 거다."


    - 칠레 U-17 월드컵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 냉정히 말해 우승하기는 쉽지 않은데.

    "그래도 도전해야 한다. 도전이 없으면 실패 뿐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팀원들이 하나가 돼 잘 준비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용인=윤태석 기자 yoon.taeseok@joins.com

    ②편에서 계속...당신이 몰랐던 17살 이승우 이야기(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