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김기태’와 ‘2010 김경문’의 기억

    ‘2016 김기태’와 ‘2010 김경문’의 기억

    [일간스포츠] 입력 2016.04.02 08:19 수정 2016.04.02 08:21
    글자크기
    글자크기 키우기 글자크기 줄이기
    기사 이미지


     “상대의 이기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었다.”(김경문 NC 감독)

    팽팽했던 순간 마운드에서 좀 더 상대를 억누르기 위해 외국인 선발 투수를 계투로 올렸다. 이를 반대편에서 지켜본 감독은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도 그렇게 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2016시즌 개막전 김기태 KIA 감독의 책략은 맞대결 상대 김경문 감독의 2010년 승부처 전략과 닮았다.

    KIA는 1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NC와 2016시즌 개막전에서 접전 끝 4-5로 석패했다. 선발 양현종은 피홈런 두 개로 4실점했으나 6회까지 112구로 버텼다. 이후 KIA는 7회부터 계투 요원이 아닌 외국인 선발 투수 지크 스프루일을 투입해 후반 역습을 노렸다. 그러나 지크가 8회말 2사 1,3루에서 손시헌에게 결승타를 허용하며 결국 패전 투수가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김기태 감독의 ‘지크 끌어쓰기’는 실패했다. 그러나 납득이 가지 않는 과정은 아니다. 종종 선발 투수들은 등판 이틀이나 사흘 전 50구 내외 불펜 피칭을 하는데 이를 불펜 피칭 대신 실전 등판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지크의 1일 투구 수는 35구. 개개인 몸 상태 차이가 있으나 3~4일 쉬고 선발로 나올 수도 있는 투구 수다.

    김경문 감독은 김기태 감독의 지크 투입을 어떻게 봤는지 묻자 “지난해 KIA가 우리를 상대로 열세(5승 11패)였다. 그래서 개막전부터 이기고 싶다는 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답했다. 그런데 김경문 감독도 6년 전 이 전략을 꺼냈다 실패했던 바 있다.

    2010년 5월 16일 문학 SK-두산 전. 당시 두산 감독이던 김경문 감독은 7회말 2사 1,2루까지 4-2 리드를 지킨 선발 김선우(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를 내리고 1선발 켈빈 히메네스를 계투로 투입했다. 1위 SK와 2위 두산의 격차는 3경기 반이었고 김광현-김선우 선발 맞대결에서 경기 중후반까지 앞서던 상태. 이날 경기를 이기면 시즌 중반 치열한 순위 경쟁도 바라볼 수 있어 김경문 감독은 18일 선발 등판 예정이던 히메네스를 계투 투입했다.

    그러나 ‘히메네스 당겨쓰기’는 실패했다. 히메네스는 좌타 베테랑 김재현(현 한화 코치)을 상대로 불안한 제구를 펼치다 높은 슬라이더(시속 133km)를 통타당했다. 이는 우월 역전 스리런으로 이어졌고 두산은 4-6으로 졌다. 이후 두산은 2위 자리도 잃고 페넌트레이스 3위로 2010시즌을 마쳤다.

    2016시즌 개막전에서 지크를 끌어다 쓴 김기태 감독도. 6년 전 시즌 승부처에서 히메네스 계투 투입 카드를 꺼낸 김경문 감독도 모두 이기기 위해 쓴 전략이었다. 그러나 야구는 생각대로, 간절한 마음만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1일 김기태 감독이 꺼낸 ‘필살기’는 6년 전 김경문 감독의 그것과 닮았다.

    창원=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