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로맥과 정수빈, 짧게 쥔 배트에서 찾은 정답

    [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로맥과 정수빈, 짧게 쥔 배트에서 찾은 정답

    [일간스포츠] 입력 2018.11.08 06:00 수정 2018.1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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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게 쥔 배트에서 답을 찾았다.

    한국시리즈(KS)에서 적으로 만난 제이미 로맥(SK)과 정수빈(두산)은 공통점이 하나 있다. 타격할 때 노브(Knob·배트 끝에 달린 둥근 손잡이)를 이용하지 않는다.

    로맥은 지난 4월 변화를 줬다. 기존엔 노브를 움켜쥐고 공을 때려 냈다. 그러나 3월 30일 대전 한화전부터 노브 바로 위를 잡았다. 구단 관계자는 "1인치(2.54cm) 정도의 차이"라고 말했다. 미세한 변화일 수 있지만 효과는 컸다.

    로맥은 "기존 34인치 배트에 노브를 잡으면 35인치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올려 잡으니까 33인치 같다"며 "(짧게 잡으니 배트를) 컨트롤하기 좋고, 공을 오래 볼 수 있으니까 배럴 타구와 볼넷이 많아졌다. 더 생산적이게 됐다"고 반겼다. '배럴(Barrel)'은 세이버메트리션 톰 탱고가 만들어 낸 지표로 발사각(Launch Angle) 26~30도와 타구 속도(Exit Velocity) 시속 98마일(157.7㎞) 이상 되는 타구다.
     
    배트를 잡는 위치가 달라진 SK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 왼쪽은 4월 4일 인천 KIA전 타격 당시, 오른쪽은 지난 시즌 모습이다. 배트 끝 노브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SK 제공

    배트를 잡는 위치가 달라진 SK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 왼쪽은 4월 4일 인천 KIA전 타격 당시, 오른쪽은 지난 시즌 모습이다. 배트 끝 노브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SK 제공



    배럴에 해당하는 타구가 많이 나올수록 타격 성적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크게 향상됐다. 대체 외국인 타자로 뛴 지난해 타율은 0.242(359타수 87안타)로 낮았다. KBO 리그 역사상 대체 외인으로 첫 30홈런을 때려 낼 정도로 파괴력을 인정받았지만, 정확도가 말썽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엔 타율을 0.316(528타수 167안타)까지 끌어올렸다. 정경배 SK 타격코치는 "노브를 잡고 타격하면 손목을 쓰기 편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손목을 쓰는 게 어렵지만, 스윙 궤적이 짧아져 정확도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수빈은 더 극단적이다. 로맥보다 훨씬 짧게 배트를 쥔다. 이용규(한화) 노수광(SK)처럼 체격이 크지 않은 타자들은 콘택트 능력을 이용하기 위해 배트를 올려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더 심하다. 길지 않은 33인치 배트(무게 850g)를 사용하는데 짧게 잡기까지 한다. 신체 조건이 비슷한 팀 동료 최주환(33.5인치·860g 배트)과 비교해도 배트 길이에서 0.5인치 차이가 발생한다. 정민철 MBC SPORTS+ 해설위원은 "(정수빈처럼 배트를 잡으면) 공을 좀 더 오래 볼 수 있는 유리함이 있지만 진자 운동의 범위가 작아서 큰 타구는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타 욕심을 버렸다. 정수빈은 "나는 홈런 타자가 아니다"고 몸을 낮췄다. 2009년 1군에 데뷔해 통산 홈런이 19개. 한 시즌 최다 홈런은 6개(2014년)에 불과하다.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기 위해 안타에 집중한다. 투수는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코스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정수빈도 이것을 잘 안다. 그는 "내가 배트를 짧게 쥐기 때문에 상대 투수들이 아무래도 바깥쪽 코스에 공을 많이 던진다. 하지만 모든 투구가 완벽할 수는 없다"고 했다.
     
    노브가 없는 배트를 사용한 뉴욕 메츠 신예 제프 맥닐

    노브가 없는 배트를 사용한 뉴욕 메츠 신예 제프 맥닐


    타격에는 답이 없다. 배트를 사용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제프 맥닐(뉴욕 메츠)은 노브가 없는 배트로 눈길을 끌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에 따르면 맥닐은 2016년부터 이 배트를 이용했고 첫 타석부터 홈런을 때려 낸 뒤 바꾸지 않았다. 그는 "밸런스가 좋아서 배트가 가벼운 느낌이다"고 말했다. 효과는 만점. 타율 0.329(225타수 74안타)로 가능성을 보인 뒤 시즌을 마무리했다.

    로맥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정수빈은 "(타격 폼이) 창피하지 않다. 안타만 치면 된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두 선수의 배트 그립.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인천=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