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팀은 정말 1차전에 고전했을까?

    우승팀은 정말 1차전에 고전했을까?

    [일간스포츠] 입력 2019.01.10 06:00 수정 2019.01.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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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지난 7일 2019 UAE 아시안컵 C조 1차전 필리핀과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승리했으나 내용면에서는 답답함의 연속이었다. 연합뉴스 제공

    한국은 지난 7일 2019 UAE 아시안컵 C조 1차전 필리핀과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승리했으나 내용면에서는 답답함의 연속이었다. 연합뉴스 제공

     


    "항상 우승하는 팀은 초반에 좋지 않다가 페이스를 점점 올리는 부분이 많다. 우리도 그런 식으로 봐주면 좋겠다."

    황희찬(함부르크)이 내뱉은 말이다.

    한국은 지난 7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알막툼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9 UAE아시안컵 C조 1차전 필리핀과 경기에서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승리하기는 했지만 웃을 수 없었다. 내용 면에서 답답함의 연속이었다. 패스 미스가 잦고 조직력은 무너졌으며, 백패스를 남발했다. 59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한국이다. 1차전은 분명 우승 후보답지 못한 모습이었다.

    황희찬은 이 현상을 우승팀들이 거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축구 전문가들도 우승을 노리는 팀들은 최적의 컨디션과 조직력을 조별리그가 아닌 토너먼트에 맞추기에, 경기 초반 부진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조별리그에서는 대부분 약체들과 만난다. 대부분의 약팀들이 수비에 집중하는 질식 수비를 구사한다. 이것 역시 하나의 이유로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역대 아시안컵 우승팀의 역사를 보면 팩트가 보인다.

    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와 토너먼트가 생긴 것은 5회 대회인 1972 태국아시안컵부터였다. 우승팀 이란은 1차전에서 이라크를 3-0으로 대파하며 시원한 출발을 알렸다. 1976 이란아시안컵에서도 이란은 우승을 차지했고, 이라크와 1차전을 2-0 승리로 장식했다.

    이란 외에도 조별리그 1차전에서 시원한 승리를 거두며 우승까지 전진한 팀들이 있다. 1988 카타르아시안컵의 우승팀 사우디아라비아는 1차전에서 시리아를 2-0으로 잡았다. 1996 UAE아시안컵에서 다시 한번 정상에 오른 사우디아라비아는 1차전에서 태국을 상대로 무려 6골을 폭발시키며 6-0 대승을 완성했다.

    2000 레바논아시안컵에서는 일본이 1차전에서 사우다이라비아를 4-1로 누른 뒤 정상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2015 호주아시안컵의 우승팀 호주도 쿠웨이트와 1차전에서 4-1로 대승했다.

    1차전을 대승으로 장식한 팀들이 있는 반면, 고전을 면치 못한 팀도 있다. 비록 1차전에는 무기력했지만 이후 서서히 힘을 끌어 올리며 정상을 차지한 팀들이다.

    1980 쿠웨이트아시안컵의 우승팀 쿠웨이트는 1차전에서 UAE와 1-1 무승부를 거두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1984 싱가포르아시안컵의 우승팀 사우디아라비아는 1차전에서 한국을 상대로 1-1 무승부에 그쳤다.

    1992 일본아시안컵에서는 일본이 1차전에서 UAE와 0-0 무승부를 거두며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최종 결과는 우승이었다. 2004 중국아시안컵에서도 일본은 '약체' 오만과 1차전에서 1-0으로 가까스로 승리했지만, 정상으로 가는 데 큰 지장을 주지 않았다.

    2007 동남아 4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베트남)아시안컵 우승팀인 이라크도 1차전에서 태국을 상대로 1-1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2011 카타르아시안컵에서 일본은 1차전에서 한 수 아래 전략인 요르단에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무기력한 시작이었지만 마지막은 우승이었다.

    그렇다면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의 무대인 월드컵은 어땠을까?

    1966 잉글랜드월드컵 우승팀 잉글랜드는 1차전 우루과이와 0-0 무승부로 출발했지만, 정상에 올랐다.

    사실 우승팀의 1차전 부진의 대표적 사례는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스페인이었다. '무적함대'는 강력한 우승 후보의 자격으로 월드컵에 참가했지만, 1차전에서 스위스에 0-1로 무너지는 최악의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우승까지 가는 데 성공했다.

    최근 대회인 2018 러시아월드컵의 우승팀 프랑스 역시 1차전에서 호주에 가까스로 2-1 승리를 거뒀다.

    월드컵에도 1차전 부진을 겪은 우승팀들이 존재하지만, '축구의 나라' 브라질과 '전차 군단' 독일에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세계 최강의 팀은 1차전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총 5회 우승의 브라질은 우승 당시 단 한 번도 1차전에서 무너진 적이 없다. 1958 스웨덴월드컵(오스트리아 3-0 승) 1962 칠레월드컵(멕시코 2-0 승) 1970 멕시코월드컵(체코슬로바키아 4-1 승) 1994 미국월드컵(러시아 2-0 승) 2002 한일 월드컵(터키 2-1 승)까지 우승팀의 위력은 1차전부터 명백하게 드러났다.

    4회 우승인 독일도 마찬가지였다. 1954 스위스월드컵(터키 4-1 승) 1974 서독월드컵(칠레 1-0 승) 1990 이탈리아월드컵(유고슬라비아 4-1 승) 2014 브라질월드컵(포르투갈 4-0 승)까지 독일은 1차전부터 독일이었다.
     
    두바이(UAE)=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