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과 롯데의 두 번째 동행, 암(暗)과 명(明)

    양상문과 롯데의 두 번째 동행, 암(暗)과 명(明)

    [일간스포츠] 입력 2019.07.19 14:38 수정 2019.07.19 14:56
    글자크기
    글자크기 키우기 글자크기 줄이기

     지도자 양상문(58)과 롯데의 두 번째 동행이 234일 만에 끝났다.
     
    롯데 구단은 19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양상문 감독과 이윤원 단장의 자진 사퇴 소식을 전했다. 롯데는 34승2무58패를 기록하며 최하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144경기 체제에서 처음으로 '10위 마감'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참담한 결과에 현장과 프런트 수장이 책임을 졌다. 향후 공필성 수석 코치의 감독 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치른다. 단장은 구단의 미래 대비 방침에 적합한 인물은 곧 선임한다.
     
     
    ◇ 기대와 어긋난 성적 그리고 경기 운용
     
    양상문 감독은 지난해 10월19일 구단의 공식 발표로 선임됐다. 취임식은 11월 26일. 이미 11대(2004~2005시즌) 사령탑을 맡은 지도자다. 현재 롯데 주축 선수들의 성장을 유도하기도 했다. 스타 플레이어가 많은 팀이다. 구심점이 될 수 있는 리더가 있다면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양 감독을 선임한 롯데 프런트의 선택도 환영받았다.
     
    결과는 참담했다. 과정이 더 문제였다. 양 감독이 인정받는 강점은 육성이다. 그러나 포수와 3루수에 나선 젊은 선수들은 성장세가 더딜 뿐 아니라 팀 패전에 빌미가 되는 플레이를 자주 보여줬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은 선수조차 형편없는 수비를 했다. 시즌 전 준비가 미흡했다고 판단됐고, 화살은 코칭 스태프를 향했다. 이내 현재와 미래 준비가 모두 부정 받기 시작했다. 어느새 '분위기만 타면 무서운 팀'이라는 기존 인식마저 사라졌다.
     
    비난을 자초한 지점도 없지 않다. 외부에서 내부를 보는 취재 영역에서 야구 전문가 또는 그 집단이 내린 선택 배경을 간과한 채 결과론만으로 비판을 할 순 없다. 이 점을 감안해도 2019시즌 롯데 벤치는 조바심이 엿보였다.
     
    불안한 불펜을 염두에 두지 않고 1점 승부에 집착했다. 경기 후반, 발이 느린 타자를 대주자로 교체하는 장면이 많았다. 원하는 결과가 나와도 불펜의 불질에 발목 잡혔다. 다시 1점이 절실할 때는 화력이 부족했다.
     
    투수 교체도 마찬가지다. 이 지점은 벤치 고유 영역이다. 그러나 거듭 결과가 좋지 않다면 운용 방식에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올 시즌 롯데는 그랬다. 늦어서가 아니라 빨라서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진 교체가 잦다. 특정 선수 의존도도 높았다.
     
    1루 수비의 중요성을 안일한 시각으로 본 것 같은 선수 기용도 있었다. 외야수까지 1루 수비로 나섰다. 포구, 송구 그리고 상황 판단에서 미숙한 모습을 드러내며 분위기를 내준 경기가 있었다. 간판 타자 이대호의 체력 안배를 유도하려다가 정석을 벗어나는 운용을 했다. 요행은 통하지 않았다.
     
    양 감독의 그라운드 출동도 너무 잦았다. 심판 판정 어필, 투수 독려 등 명분은 인정받는다. 상대 감독이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때도 리더의 몫을 했다. 그러나 너무 낮았다. 내, 외부에 조바심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한 야구인은 "쫓기는 게 있는 것 같다"는 사견을 전하기도 했다.

     
     
    ◇ 탁월한 소통 시도, 그리고 비전 제시
     
    롯데는 시즌 초반 리드오프 민병헌이 상대 투수에 공에 손가락 부상을 당하며 이탈한 뒤 고전했다. 간판 타자 손아섭은 예년에 없던 타격 기복을 보였다.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선발 후보들은 실전만 서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러한 악재 속에서도 전 사령탑은 팀을 추스르기 위해 노력했다.
     
    롯데가 막 10위로 떨어진 5월 말, 양상문 감독은 주장 손아섭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팀의 방향성, 리더가 생각하는 현재 상황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 받았다. 코칭 스태프와의 회의를 통해 분석하고 결론 내린 문제점에 반영하고, 자신의 운영 방침도 돌아볼 수 있는 내용이 있었다.
     
    이대호, 전준우, 민병헌 등 몇몇 주축 선수들과 그라운드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잦다. 민병헌에게 묻자 "일상적인 대화다. 타격에 대해서는 믿어 주시기 때문에 수비 강화를 위해 어떤 접근이 필요할지 선수들의 의견을 들어주시는 것이다"고 말했다. 리빌딩 기조 속에 기회가 줄어든 고참급 선수에게도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경기 전에는 주로 비주전 선수들과 대화를 나눈다. 베팅 케이지, 티 배팅을 하고 나오는 선수에게 어떤 말을 건넸다. 대화의 끝은 대체로 웃음이다. 어깨를 토닥이는 모습도 잦다.
     
    더그아웃에는 사기를 돋우고 단합을 유도하는 시도가 많다. 양 감독은 3월 27일 사직 삼성전에서 마운드가 폭격을 당하며 23점을 내준 경기 뒤, '새는 날아가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문구를 벽 한 편에 비치돼 있는 화이트보드에 새겨 넣었다. 민병헌이 투수의 공에 맞고 손가락 부상을 당한 뒤에는 그의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 그림을 만들어 선수단이 동료를 향해 메시지를 쓸 수 있게 하였다.
     
    중요한 결단을 할 때도 배려한다. 대들보인 이대호를 4번에서 6번 타순으로 내릴 때도 선수와 면담을 시도했다. 원인이 부진이기 때문에 선수 입장에선 온전히 수긍하기 어려울 수 있었다. 그러나 팀 분위기 쇄신을 노렸고, 전에 없던 변화를 통해 선수단에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 선수도 감독의 뜻을 잘 이해했다. 
     
    주축 선수 다수가 양상문 감독의 배려와 소통 시도를 긍정적으로 봤다. "믿음을 주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팀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 표류하는 롯데...
     
    롯데는 올 시즌 유독 형편없는 경기력이 많다.

    일각에서는 "프로답지 않은 플레이가 속출하는데 어떤 감독이라도 뾰족한 대책을 세우기 어려울 것이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양상문 감독은 선수단의 단합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했다 .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새 얼굴에 기회를 주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구단의 방침인 리빌딩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이기도 했다.
     
    LG 시절보다 조급한 경기 운용도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있다. 성적에 대한 압박을 감추지 못한 이유가 단지 팬들의 비난 탓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롯데와 사령탑의 동행은 항상 짧았다. 2015시즌에는 이종운 현 SK 2군 감독이 한 시즌 만에 팀을 떠났다. 조원우 감독은 2017시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뒤 재계약까지 했지만 2018시즌 종료 뒤 경질됐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지도자라도 팀의 상황, 변수에 따라 시행착오를 겪는다. 성적이 안 좋을 때 선수단 내부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외부에서 막연히 예상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롯데는 이런 상황을 이겨내고 1승이라도 더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도자를 잃었다.
     
    자진 사퇴를 한 것인지 당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분위기가 달라지길 바라는 게 가장 큰 요행일 것이다.  
     

    부산=안희수 기자 An.heesoo@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