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KBO 총재 특별 기고] 일간스포츠 창간 50주년을 축하하며

    [정운찬 KBO 총재 특별 기고] 일간스포츠 창간 50주년을 축하하며

    [일간스포츠] 입력 2019.09.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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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프로야구 리그를 만든 국가다. KBO 리그는 1982년 출범 이후 30여 년 만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로 스포츠로 발돋움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프리미어 12, 올림픽, 아시안게임과 같은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뒀고 2016년에는 사상 첫 800만 관중 시대를 열며 한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프로 스포츠로 성장했다.
     
    나는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훨씬 전인 초등학생 시절부터 열렬한 야구팬이었다. 스포츠 신문에 실린 야구 선수들의 사진과 기사를 스크랩해 보물처럼 간직하고, 전설적인 명 경기들을 관람하며 야구 경기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흔히 야구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인기와 작품성을 모두 인정 받는 드라마는 그리 많지 않다. 드라마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좋은 배우, 탄탄한 스토리와 함께 드라마의 스토리를 극적이고 흥미롭게 전달하는 연출자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일간스포츠는 프로야구에 없어서는 안될 그런 연출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선수들의 땀과 노력, 그리고 그로부터 느낄 수 있는 짜릿한 감동을 팬들에게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일간스포츠는 우리나라 최초의 스포츠 전문지로서 지난 50년 동안 야구뿐만 아니라 여러 한국 스포츠 발전의 매개자로서 소임을 충실히 해냈다. 훌륭하고 성실한 연출자로서, 매일같이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KBO 리그의 숱한 명장면들을 정확하게 그려내고 풍성하게 살찌웠다. 경기 결과나 수훈 선수를 나열하는 단순 정보전달을 넘어 경기를 분석하고, 더 나아가서는 구단과 리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야구 관계자와 독자들에게 냉철하게 제시해왔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를 뒤돌아 보면 영광과 환희의 시간만큼 힘든 시기도 적지 않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계승하고 직면한 과제를 돌파할 수 있도록 향후 백년대계를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소위 '플로팅 세대'와 함께 1인 미디어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하나의 콘텐츠에 집중하지 않고 여러가지 정보를 동시다발적으로 수용하는 소비 행태의 전면화는 프로야구와 스포츠 전문지에 '혁신과 변화'라는 묵직한 과제를 던져주었다. 긴 시간을 투자해서 관람해야 하는 야구라는 스포츠와 긴 글을 읽어내야 하는 야구 기사로는 과거에 누리던 인기를 쉽게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프로야구는 '팬'이라는 소비자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소비자의 니즈를 찾아나서는 것은 프로야구의 출범부터 지금까지 가장 가까이서 호흡해 온 스포츠 전문지들도 응당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소비자가 없다면 프로야구는 존재 의미를 찾기 힘들다.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 프로야구는 1차 생산자로서 보다 나은 콘텐트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스포츠 전문지는 2차 생산자로서 이를 새로운 소비 흐름에 맞게 포장하고 연출해내야 한다.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면 균형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와 스포츠 언론은 팬과 독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동반성장해야 하는 공생 관계다.
     
    그럼에도 '클래식은 영원하다'라는 말이 있다. 시대에 따라 스포츠와 언론의 역할은 달라질 수 있지만, 그 본질적 책무는 변하지 않는다. 일간스포츠가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되 항상 스포츠 전문지로서의 본분을 잊지 말기를 부탁하고 싶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닌 스포츠 전문지로서 일간스포츠가 감당해야 할 몫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독자가 필요로 하는 이야기들을 많이 만들어 야구팬들에게 선물해주는 매체가 되기를 바란다.

    곁에서 늘 나의 야구 사랑을 풍성하게 해준 일간스포츠의 50번째 생일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한다. 프로야구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과 독자들을 위해 다가올 100주년까지 최고의 스포츠 전문지로 융성하기 바란다.
     
    정운찬 KBO 커미셔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