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강등시켰던 남자, 조덕제가 만든 부산의 승격

    부산을 강등시켰던 남자, 조덕제가 만든 부산의 승격

    [일간스포츠] 입력 2019.12.09 06:00 수정 2019.1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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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league photo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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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전 부산 아이파크를 강등시켰던 그 남자, 조덕제(54) 감독이 '3수생'을 이끌고 1부리그로 올라섰다.

    조 감독이 이끄는 부산이 K리그1(1부리그) 승격을 이뤄냈다. 부산은 8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19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경남FC와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두며 1·2차전 합계 2-0으로 승격의 주인공이 됐다. 2015년 기업구단 최초로 강등의 아픔을 겪었던 부산은 2017년과 2018년 연달아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나 번번이 승격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고, 이번 시즌 세 번째 도전에 나서 드디어 K리그1에 재진입하게 됐다. 반면 경남은 2014년 강등 이후 2017년 우승으로 K리그1에 복귀, 2018시즌 준우승까지 차지했으나 불과 세 시즌 만에 다시 강등으로 내몰리고 말았다.

    승격과 잔류를 건 K리그 최후의 싸움에서 승리한 부산의 중심에는 '승격 청부사' 조덕제 감독이 있다. 조 감독에게 이번 승강 플레이오프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조 감독은 불과 4년 전, K리그2 수원FC 사령탑으로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적이 있다. 당시 맞대결 상대가 바로 부산이었고, 조 감독이 이끄는 수원FC는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부산에 기업구단 최초의 강등이라는 충격을 안겨주며 1부리그 승격의 기쁨을 누렸다. 1부리그에 올라선 수원FC 선수들의 환호 뒤로 부산 선수들의 눈물이 쏟아졌던 4년 전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데, 시간이 흘러 조 감독은 자신이 강등시켰던 부산의 사령탑으로 다시 한 번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 셈이다.

    기필코 승격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올 시즌 부산의 지휘봉을 잡은 조 감독은 자동 승격이 확정되는 1위 자리를 놓친 뒤 승강 플레이오프에 초점을 맞추고 모든 것을 준비해왔다. 조 감독의 지휘 아래, 2년 연속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쓴맛을 봤던 부산 선수들의 의지도 하나로 똘똘 뭉쳤다. 1차전을 득점 없이 비기면서 경남에 비해 조금 더 유리한 상황에서 2차전을 맞게 된 부산은 0-0의 공방전이 계속되던 후반 27분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침투 과정에서 디에고가 땅볼 크로스로 넘겨준 공이 경남 수비수 이재명의 손에 맞았고, 고형진 주심이 비디오 판독(VAR) 끝에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부산이 골을 넣는 순간 연장전이 없어지는 상황. 키커로 나선 호물로는 침착하게 경남의 골망을 흔들었고, 부산의 1-0 리드와 함께 경남 선수들의 평정심도 흔들렸다.

    0-0이었다면 연장전을 노려볼 수도 있었지만 한 골을 내준 상황이라 무조건 2골 이상을 넣어야 잔류가 가능해진 경남은 다급해졌다. 쿠니모토, 김효기 등이 부산 문전을 계속 두들겼지만 수비에 가로막혔고 마음이 급해지자 크로스도 붕 떴다. 오히려 후반 추가시간 부산의 노보트니가 역습 상황에서 쐐기골을 넣으며 두 팀의 운명이 완벽하게 갈렸다. 구단주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승격에 성공한 부산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감격의 눈물을 터뜨렸다. 조 감독은 3수 끝에 승격을 이뤄낸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고, 선수들은 원정 응원에 나선 700여 명의 부산 팬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환호성을 올렸다. 자신이 강등시켰던 팀을 이끌고 다시 1부리그로 승격시켜 제 자리에 돌려놓은 조 감독은 "운명의 장난 같다"며 "이제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로 소감을 전했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