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씨 “유저들도 저작권 보호해야 한다”

    박진배씨 “유저들도 저작권 보호해야 한다”

    [일간스포츠] 입력 2008.10.0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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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PD특공대'(MBC-TV·4일)에서 전진이 직접 촬영한 UCC '잔삐놈(잔진+빠삐놈)'의 음악 믹싱을 맡은 숨겨진 주인공을 만났다.

    인터넷에서는 '디제이늅' 또는 'ESTi' 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그는 게임개발업체에서 근무하는 게임음악 프로듀서 박진배(28)씨. 그를 만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던 속사정, 게임산업이 확장 중임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게임음악가들이 손에 꼽히는 이유를 들어봤다.

    ◇ 매체의 중심에서 저작권 보호를 외치다

    지난 7월, 영화 '놈놈놈'의 주제음악과 빙과류 '빠삐코'의 CM송을 결합한 일명 '빠삐놈' 합성물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 중에서도 '빠삐놈 리믹스'의 백미로 꼽히는 '빠삐놈 병神 디스코 믹스'는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서 조회수 50만건 이상을 올리며 누리꾼 사이에서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게시물이 올라온 지 두 달 여가 지났지만 2만여건이 넘는 칭찬 리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빠삐놈 병神 디스코 믹스'는 게임음악 프로듀서 박진배씨의 작품이다. "사실 두 시간 정도 작업해 남들처럼 재미삼아 올렸는데 반응이 너무 뜨거워 놀랐다"고 말문을 연 그는 "'빠삐놈 리믹스' 제작자로 매체에 노출되면, 단순한 유저가 아닌 관련 전문가의 상업적인 개입이라는 오해의 소지와 더불어 '게임음악 프로듀서'라는 본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돼 그간 인터뷰 요청을 거절해왔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무한도전의 '잔삐놈' 사례는 긍정적인 선례가 됐다. '잔삐놈'의 음악은 '빠삐놈' 처럼 재미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지킬 것은 지켰다'는 것. 그는 "새롭게 만든 이번 음원은 무한도전 측에서 정식으로 의뢰를 받았고, 공영방송국 측에서 권리적인 문제가 없이 허용가능한 범위 안에서 다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나는 저작물의 경계가 모호해진 현재의 인터넷과 UCC 세대의 작곡가로서 음원의 저작권 문제를 개선해 나가야 하는 중심에 있는 사람"이라며 "인터넷 유저들이 만든 곡이 세상에 좀 더 알려지기 위해서라면 무단이 아니라 정식 절차 및 참여자의 동의를 거쳐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UCC 제작과 리믹스 등을 통해 기존 음원을 '갖고 노는' 유저들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 저작권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같이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게임음악은 여전히 저작권의 사각지대에 있다. 박씨는 "게임음악은 음원이 무단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동안 내가 만든 게임음악 30~40곡 정도가 대부업·학원광고 등의 CM송으로 무단 사용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왜 소송을 하지 않냐는 물음에 그는 "게임음악은 게임의 일부로 여겨져 음악 그 자체로는 작곡가 개인 차원에서 저작권 관련으로 법적 대응을 하기가 어렵다"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에도 그는 장밋빛 미래를 전망했다. "일부 팬들이 내가 만든 음악이 무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알게되면 직접 메일과 리플 등으로 ‘제보’를 해준다." 게임을 하며 게임음악을 들었던 유저들이 '무단 사용'을 인지하고, 그것이 옳지 않음을 깨닫고 있는 자체가 고무적이라는 것. 현재 게임음악 자체로 음반의 가치와 저작권을 인정받고 있는 미국·일본 등의 게임산업 선진국도 이런 과정을 거친 후에야 게임음악 보호에 적극 나설 수 있었다.

    ◇ 게임음악 프로듀서로 가는 길 안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전자음악을 만들어왔다는 박씨는 게임음악만 10년 가까이 해온 이 분야의 전문가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게임음악 제작자가 되는 방법을 알 길이 없어, 어릴 적부터 해외서적과 잡지 등을 찾아보며 혼자 힘으로 배웠다.

    "1000명이 넘는 직원을 보유한 게임회사라도 사운드를 담당하는 직원은 채 20명도 못되는 게 게임음악 제작 현장의 현실"이라며 "게임음악만 전문으로 한국 게임 업계의 산업 발전 역사와 더불어 지금까지 꾸준하게 계속 해온 사람은 한국에 10명도 안 된다"고 말했다. 게임음악으로 시작하더라도 영화음악·대중음악 등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국은 보컬이 없는 음악은 음악으로 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 가족들도 "너는 영화나 드라마 음악은 안 하냐?"고 권유할 정도"라며 웃었다. "음악하는 사람이라면 남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욕심을 갖고 있는데 게임음악은 따로 무대가 마련된 것도 아니고…. 티가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곡·편곡 등 다른 분야의 작곡가들 이상으로 노력하지만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 '외롭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 그런 점이 게임음악을 계속하기 어렵게 할 수도 있지만, 게임음악을 하는 사람들 스스로 '아티스트'라는 존재감과 사명을 가져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진배씨는 "가끔 게임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의 문의를 받는다"며 "한국 시장에서 게임음악 전문가가 되는 길은 아직 닦여지지 않은 상태라 명확히 대답해주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 사례처럼 긍정적인 절차와 선례를 거듭해 사회적으로도 크게 인정받는 직업으로 자리매김 한 후 후학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연정 기자 [lucky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