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희의 아이러브 무비] 최초의 트랜스젠더 정사 ‘마스카라’

    [조원희의 아이러브 무비] 최초의 트랜스젠더 정사 ‘마스카라’

    [일간스포츠] 입력 2009.09.29 09:26 수정 2009.09.2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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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최초의 트랜스젠더 연예인은 하리수가 아니다. 하리수가 '노랑머리2'에서 선보인 베드신은 한국 최초의 트랜스젠더 베드신이 아니다. 이보다 14년 전 발표된 영화 '마스카라'에서 한국 최초의 트랜스젠더 연예인인 하지나가 연기한 베드신이 최초다.

    사진작가 기혁(김세영)은 호스티스 해주(하지나)를 사랑하게 된다. 두 사람은 데이트를 하지만 해주는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에 기혁과의 관계를 거부한다. 해주에게는 두 가지 비밀이 있었다. 하나는 일하는 살롱의 조사장(장두이)로부터 협박받고 있다는 점, 그리고 사실은 생물학적으로 여자가 아닌 남자라는 점이다.

    하지나는 '마스카라'에서 전반부의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여장을 하고 있지만 아직 성전환 수술 전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남자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줄 수 없는 설정이었다. 하지만 기혁과의 페팅 장면, 그리고 조사장의 협박 때문에 손님을 청부살인하는 장면 등에서 베드신 연기를 펼쳤다.

    결국 해주는 조사장이 청부한 살인의 대가로 일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동시에 성형수술까지 해서 완전히 다른 얼굴로, 완벽한 여성으로 거듭나 돌아온다. 그리고 자신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고 비참하게 버린 기혁과 자신을 이용한 조사장에게 복수를 감행한다. '마스카라'의 코믹한 컬트적 요소는 '성형수술 후'의 여배우가 안타깝게도 '성형수술 전'의 트랜스젠더 하지나보다 예쁘지 않다는 점에 있다.

    그 내용만으로도 완성도가 짐작되는 이 희대의 괴작은 당시 30대 초반의 젊은 감독 이훈이 초저예산으로 만들었다. 한국 저예산 B급 컬트영화의 대표작으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이 작품에는 박찬욱·이무영·곽재용·윤태용 감독 등 현재 활동하고 있는 영화 감독들과 영화 음악가 조영욱이 배우로 출연한다. 이훈 감독과의 친분 때문이다. 칸 영화제 2회 수상에 빛나는 박찬욱 감독은 여러 매체를 통해 이훈 감독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밝힌 바 있다.

    '마스카라'는 케이블 채널을 통해 간혹 방송되고 있지만 그 완성도에 있어 결코 모든 관객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록 허드슨 주연의 1966년 영화 '세컨드'를 살짝 오마쥬한 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영화광적인 감성, 데이빗 보위와 루 리드가 난무하는 음악에 대한 존중이 있는 이들이라면 관대한 태도를 갖고 바라봐 줄 것이다.

    아쉽게도 이훈 감독은 이 작품을 끝으로 더 이상 영화를 만들지 못했다. 1996년 9월 29일, 신촌에서 일어난 화재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트랜스젠더라는 용어조차 알려지지 않아 게이라는 잘못된 단어를 쓰던 그 시절. 성전환을 스릴러로 풀어낸 '앞서가는 감각'의 감독 이훈이 살아있었다면 지금쯤 적어도 김기덕이나 박찬욱 같은 독특한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을 것이라고 감히 상상해 본다.

    ■ 대중문화 평론가 조원희는?
    부산출생. 영화전문지 기자, 밴드 키보디스트, 클럽 DJ, 웹진 운영자, 음악평론가, 영화평론가, 드라마 작가, 토크쇼 진행자 등 전방위 대중문화인. 영화 감독으로 데뷔 준비 중이며 방송인으로도 은근히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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