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 이동욱 “14년 만에 첫 연기력 논란…자존심 상했다”

    ‘천명’ 이동욱 “14년 만에 첫 연기력 논란…자존심 상했다”

    [일간스포츠] 입력 2013.07.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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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 14년 동안 호평 받아온 배우 이동욱(32)이 '사극 신고식'을 호되게 치렀다. 이동욱은 최근 종영한 KBS 2TV 퓨전 사극 '천명:조선판 도망자 이야기'(이하 천명) 속 내의원 의관 최원 역으로 첫 사극에 도전했다. 최원은 인종(임슬옹) 독설음모 누명을 쓰고 도망자 신세가 된 '조선판 딸바보' 캐릭터다. 현대극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아온 배우들이 첫 사극작에서 혹평을 받는 일은 다반사. 이동욱 역시 큰 맘 먹고 도전했지만 방송 초반 '사극 연기가 어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모니터를 수도없이 반복하고 연습을 하며 사극연기 틀을 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다행히 극중반 이후 이동욱의 사극연기는 안정을 찾았다. 아역배우 김유빈(최랑)을 향한 눈물겨운 부성애, 누명을 씌운 박지영(문정왕후)과의 팽팽한 감정신을 표현했다. 덕분에 연기 스펙트럼은 넓어지고 깊어졌다는 평. 이동욱은 "초반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 그래도 사극 덕분에 연기에 대한 의욕이 다시 불붙었다. 작품과 연기에 대한 욕심이 더 생겼다"고 힘주어 말했다.

    -첫 사극을 마친 소감은.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지 않아 속상하다. 시청률은 주인공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으로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 함께 한 동료들에게는 미안하고 나 자신에게는 아쉬움이 남는다. 극 결말은 아주 만족스럽다. 최원은 역사 속 가상 인물이라 자칫 잘못 행동하면 역사가 왜곡되게 그려질 수 있다. 인종(임슬옹)의 곁을 떠난 것, 문정왕후(박지영)를 쓰러뜨리지 않아 '왕세자 독살 음모'라는 역사적 큰 틀을 유지한 것 같다."

    -극 내용중 아쉬운 점은.

    "송지효와의 멜로신이 적었던 거다. 도망자 생활을 하면서 부성애도 보여줘야하고 뒤엉킨 사건의 실마리도 풀어야했다. 상대적으로 멜로 부분이 약해지다보니 걱정이 밀려오더라. 결말은 사랑이 이뤄지는 건데 아무런 진전이 없으니까. 그래서 15회를 찍기 전에 감독님한테 '이번 회는 멜로를 많이 넣자'고 제안했다. 그 부분이 길어지면 속도감이 떨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감정이 쌓이지도 않았는데 마지막회에서 부부가 돼 버리면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이 약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내리나.

    "14년 만에 처음으로 연기력 논란에 휩싸여봤다. 한 번도 받지 않던 평가라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그동안 나름의 자부심을 갖고 연기를 해왔는데 따끔한 지적이 이어지니 배우로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스스로에게도 용납이 안 됐다. 배우로서의 존재 가치를 깊이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 후유증이 아직 가시진 않았다. '이걸 극복하고 뛰어넘을 수 있는 전환점을 스스로 찾자'고 마음 먹었다. 그게 새로운 작품이 될 지, 취미활동이 될 지는 아직 모르겠다."

    -유종선 PD가 열정적인 배우라고 극찬하던데.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다. 신을 찍을 때 '감독님, 그 이 부분은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를 입에 달고 살았다. 편집을 할 때는 '~장면은 어떻게 나가요'를 늘 물었다. 성격 자체가 쉽게 물러서는 스타일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그림이 있으면 그걸 끌어내기까지 집요하게 설득을 했다. 물론 월권이 되지는 않을 정도로만 했다. (웃음) 일상생활에서는 귀차니스트인데 연기를 할 때는 나도 모르게 자꾸 집요해진다."

    -유빈 양과 부녀 호흡이 인상적이었다.

    "어리지만 연기를 참 잘한다. 덕분에 '이런 딸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애틋한 감정이 생겼고 회를 거듭할수록 그 깊이가 깊어지더라."



    -가장 힘들게 찍은 신은.

    "4회에 나온 잠수 장면이다. 5m 깊이 물속에서 7~8시간 정도 찍었다. 처음에 2~3시간 찍을 때는 괜찮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물고있는 공기통 마우스피스가 고장나면 어쩌지'하는 불안감이 밀려오더라. 2~3시간을 넘긴 뒤에는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고 공포감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좋은 동료들을 얻었다. 특히 송지효·조달환 등 동갑내기 친구가 생겨서 좋다. 달환이랑은 얘기도 많이 하고 볼링도 같이 칠 정도로 가까워졌다. (이)원종 형과는 6번째 호흡이었는데 이젠 친형 같이 느껴진다."

    -동갑내기 중 라이벌로 꼽는 배우.

    "조인성·이진욱·김재원 등 좋은 배우가 정말 많다. 너무 많아서 '몇 명 정도는 빠져도 될 텐데' 싶을 정도다.(웃음) 사실 20대 때는 '쟤가 나보다 뭘 못하나'를 찾았다. 하지만 나이를 조금씩 먹을 수록 '저 친구가 이걸 잘하는구나'하고 장점부터 보이더라."

    -좋은 배우의 필수 요건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똑똑한 머리다. 똑똑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분야가 연기자인 것 같다. 감정만 앞선다고 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느 부분에서 조명이 필요한가' '어떻게 움직이나' 등을 꿰뚫고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천명'을 같이 찍은 (이)원종 형도 '배우에게 필요한 건 머리'라고 말하더라."

    -차기작으로 정말 좋은 사극이 들어온다면.

    "마다하지 않을 거다. 작품이 좋으면 욕심 낼 거다."

    한제희 기자 jaehee1205@joongang.co.kr
    사진=김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