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스토리]구본무 회장, 전경련 용서했나?…5분거리 14년 만에 찾아

    [CEO스토리]구본무 회장, 전경련 용서했나?…5분거리 14년 만에 찾아

    [경제투데이] 입력 2013.12.20 05:51 수정 2013.12.2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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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투데이 윤대우 기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신축회관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구 회장이 전경련 회관 건물을 방문한 것은 14년 만이라 이날 박근혜 대통령 다음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구 회장은 전경련 부회장입니다.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은 전경련 회장을 지냈습니다. 다른 총수들보다 더 깊은 인연이 있는 셈입니다. 전경련 회관은 구 회장의 여의도 LG사옥 집무실에서 불과 5분 거리도 채 안됩니다. 그런데도 강산이 변할 정도의 긴 기간동안 단 한번도 찾지 않았습니다. 과거 전경련이 한 일이 가슴에 맺혀있기 때문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그룹간 빅딜로 반도체사업을 타의에 의해 현대그룹의 현대전자(SK하이닉스의 전신)에 넘겼고 거기에 전경련이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의 전자계열사들과 LG의 전자계열사들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삼성은 매출, 이익, 시장 장악력 등 전부분에서 글로벌 1위수준에 올라서 있습니다. 그러나 LG그룹은 LG전자가 비틀거리면서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유플러스, 멀리는 LG화학까지 영향을 받아 거의 전부문에 걸쳐 삼성에 밀리는 형국입니다. 이런 차이는 반도체에서 비롯됐다는 게 LG그룹의 생각입니다.

    ◆LG그룹 알짜 계열사 ‘LG반도체’

    LG도 원래 반도체회사를 갖고 있었습니다. 바로 1989년 설립된 금성일렉트론입니다. 이 회사는 1995년 LG반도체로 사명을 변경합니다. 1996년 2월 LG반도체가 발표한 순이익은 9000억원이었습니다. 지금도 큰 돈인데 17년전에는 얼마나 큰 돈이었겠습니까? 

    그러나 이듬해 IMF위기가 찾아왔고 우리나라는 국가부도 직전 사태를 맞습니다. 그해 12월 대통령으로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은 IMF 극복방안으로 대기업 구조정을 우선 추진합니다. 

    대기업들이 여러 업종에 중복 과잉투자로 경쟁력이 악화돼 한국경제가 어려워졌다는 인식을 갖고있던 DJ는 대통령에 당선되자 ‘대기업 5대 빅딜’을 적극 추진한 것이죠.

    이러한 대통령의 빅딜 초안을 작성한 곳이 바로 전경련이었습니다. 특히 5대 빅딜안 가운데 최대이슈가 LG와 현대간의 반도체 빅딜이었습니다. 

    하지만 LG로서는 한해 1조원 가까운 순이익을 내던 반도체를 포기하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LG로서는 반도체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비즈니스였죠.  또 LG반도체가 현대전자에 비해 기술력, 생산규모, 재무구조 등 모든 역량에서 절대 우위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부는 당시 다국적 컨설팅 기관인 ADL에 LG반도체와 현대전자간의 비교평가를 의뢰합니다. ADL의 평가컨설턴트 중 한국인은 2명이었는데 바로 정태수(현 파리크라상 대표)와 이장석(현 넥센히어로즈 구단주)입니다.

    ADL은 15개 부문으로 현대전자와 LG반도체를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1998년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현대전자가 8개부문에서 LG반도체보다 우위에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청와대, 산자부, 금융감독위원회, 전경련, LG, 현대에 보냅니다.

    LG는 ADL의 보고서 수령을 거부하면서 강력히 반발했고 3일뒤 구본준 LG반도체 사장(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LG반도체가 입은 물질적, 정신적 피에 대해 ADL을 제소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합니다. 

    ◆구본무 회장 ‘LG반도체’ 지키려는 필사적 투쟁 

    반도체 사업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필사적인 투쟁을 한 것이죠. 구 회장과 동생 구 사장 모두 반도체가 없으면 내일은 없다고 생각을 한 것입니다.

    보다못한 정부는 다음단계로 수위를 높여 나갑니다. 구조조정을 총괄했던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이 구 회장과 서울 플라자호텔 일식집에서 독대를 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구 회장에게 “반도체를 포기할 각오를 하시라”고 말했고 구본무 회장은 “허허, 무슨 말씀입니까”라고 응수했습니다(이헌재 회고록 ‘위기를 쏘다’).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겁니다.

    구 회장은 이듬해 1월6일 DJ를 만납니다. 구 회장이 대통령 면담을 신청해 이뤄진 자리였습니다. 구 회장은 김 대통령에게 “반도체는 부친이 물려주신 사업이고 기술력과 재무구조도 우수합니다”라고 말했고 김 대통령은 아무런 말 없이 표정도 굳어졌다고 합니다.

    구 회장은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마침내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결심합니다.

    이후 상심이 너무 컸다고 합니다. 눈물을 많이 흘렸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그리고 전경련 발길을 완전 끊었습니다. 빅딜안의 초안을 당시 전경련이 만들었으니까요.

    현대전자는 이후 하이닉스로 이름이 바뀌었고 사실상의 부도 상태에 몰려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1달러에 사겠다고 제안하는 수모를 겪는 곡절 끝에 위기를 극복해내 지금의 SK하이닉스가 됐습니다. 

    SK하이닉스는 세계2위의 반도체회사로 우뚝 섰고 지난 3분기에만 1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구 회장의 심경이 어떨지는 짐작이 갑니다. 

    ◆“전경련 오게 돼 감개무량하다”

    구 회장은 전경련 회관 준공식 참석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감개무량하다”고 짧게 답했습니다. 향후 전경련 회의 참석계획을 묻는 말엔 짧게 “예”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 대답은 의례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LG는 겉은 온화할지 몰라도 속은 편하지 않는 상황이다. 대통령 참석 행사라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이에 관해 당사자인 전경련과 LG그룹 관계자들은 조심스런 입장입니다. LG그룹측은 긍정적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하면서도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전경련 관계자도 “진짜 오래만에 발걸음을 해주셔서 정말 고맙다”며 “앞으로 전경련에 자주 오시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구 회장이 앞으로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윤대우 기자 daew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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