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선수 자격정지 해제’ 김성민 “야구로 보답하겠다”

‘무기한 선수 자격정지 해제’ 김성민 “야구로 보답하겠다”

[일간스포츠] 입력 2014.02.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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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야구 미아’ 신분으로 일본에 건너가 야구 인생을 이어갔던 왼손 투수 김성민(20·후쿠오카 경제대학)에 대한 '무기한 자격 정지'가 해제됐다. 그는 26일 일간스포츠와의 통화에서 "처음 소식을 듣고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 너무 기쁘다"면서도 "절박한 심정으로 일본에 왔다. 이곳에서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갖고 꼭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야구협회(KBA)는 25일 이사회를 열고 김성민에 대한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해제했다. KBA는 "김성민이 청소년 국가대표를 역임한 선수로서 지난 2년간 자신의 과오에 대해 진정한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보냈고, 장차 한국 야구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선수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고려해 국내에서 선수 및 지도자 활동이 가능하도록 징계 해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성민은 대구 상원고 2학년이던 2012년 1월 졸업학년이 아닌 신분으로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와 계약을 한 것이 문제가 돼 KBA로부터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후 볼티모어마저 김성민과의 계약을 포기하면서 그는 촉망받던 ‘야구 유망주’에서 한순간에 ‘국내 야구 미아’로 전락했다.

한 번의 실수로 평생의 꿈이었던 야구를 놓을 수는 없었다. 결국 김성민은 지난해 4월 일본 후쿠오카 경제대학 스포츠경영학과에 4년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이 대학에서 외국인이 4년 장학생으로 입학하는 것은 극히 드문 사례다. 대학은 김성민의 가능성과 능력을 높이 샀다.

올해로 일본 대학에서 2년째를 맞으면서 실력은 더 좋아졌다는 평가다. 빠른 공은 여전히 140km대 중후반을 기록하고 있고, 커브와 서클 체인지업은 한층 더 예리해졌다. 일본에서 장착한 커터와 투구시 무게중심을 하체로 끌어내린 것도 공의 위력을 더하게 했다. 지난해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쾌속구의 한국 좌완이 나타났다'는 내용의 김성민 기사를 싣기도 했다. 실력만큼이나 성격도 좋아 팀 감독과 코칭스태프, 동료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고 한다.

하지만 김성민은 늘 마음 한켠에 외로움을 안고 살았다. 더 이상 한국에서 뛸 수 없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김성민은 "일본에서 나는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기가 아니면 나를 받아 줄 곳이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이제는 나도 돌아갈 곳이 생겼다. 내 뒤에 든든한 버팀목이 생긴 기분이다"고 했다. 김성민은 인터뷰를 하면서 그동안의 마음 고생이 생각났는지 울먹이기도 했다.

-'무기한 자격정지'가 해제됐다. 기분이 어떤가.

"처음엔 농담하는 줄 알았다. 운동 중이었는데, 아버지한테 문자가 많이 와 있었다. 평소에도 아버지께서 문자를 잘 보내시긴 하는데, 유난히 많이 보내 시길래 '무슨 일이 있나' 하고 확인했다. 그랬더니 아버지께서 '자격정지가 풀렸다. 지금까지 잘 해줘 고맙다'라고 보내셨더라. 문자만 보고는 농담인 줄 알았는데, 아버지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께서 기쁘셨는지 목소리가 들떠 '해결됐다'고 말씀하시더라. 자격정지 해제 소식을 듣고 아버지, 어머니께서 눈물을 흘리셨다고 하신다. 나도 울컥했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말 그대로 무기한 자격정지였다. 언제 한국에서 뛸 수 있을지 기한이 없기 때문에 '일본에서 자중하면서 야구만 열심히 하자'는 생각을 했다. 내 실수로 벌이진 일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원망할 필요도, 후회를 해도 소용없었다. 주위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고 '좋게 풀릴 것이다'라고 힘을 주셔서 믿고 기다렸다."

-혼자 일본을 건너가 야구를 했다. 적응을 하는 데 어렵지는 않았나.

"처음에 일본에 와서는 한국에서 그런 일이 있었고, 스스로 의기소침한 상태였기 때문에 '다시 야구를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그런데 확실히 야구 선수 티는 못 벗겠더라. 와서 야구공을 잡으니까 기쁘면서도 '다시 해보자'라는 의욕이 생겼다. 친구를 사귀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일본어를 잘 못했었는데, 학교가 국제대학교여서 대만 학생들도 많고, 다른 나라 학생들도 있다. 그래서 학생들이 외국인에 대해 거리낌 없이 대해줬다. 야구도 힘이 됐다. 말이 안 되도 야구는 다 통하더라. 지금은 웬만한 대화는 다 한다."

-실력이 좋아 일본 내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야구로는 여기가 내게는 절벽이라고 생각했다. 여기가 아니면 나는 그 어디에서도 뛸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해왔던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을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아무도 나를 모른다. 프로에 가기 위해서는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했던 것 같다."



-상황이 달라졌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한국을 떠나왔을 때 '일본에서 꼭 성공하겠다'라는 다짐을 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갖고 일본 무대에서 성공하고 싶다. 기량을 꾸준히 향상시켜 대학 졸업 후 일본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할 생각이다. 다시 한 번 '무기한 자격정지'를 풀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앞으로 야구로써 보답할 테니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김유정 기자 kyj7658@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