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용 기자의 무대풍경] 40년 노장의 집념 ‘에쿠우스’

    [장상용 기자의 무대풍경] 40년 노장의 집념 ‘에쿠우스’

    [일간스포츠] 입력 2014.04.20 20:22
    글자크기
    글자크기 키우기 글자크기 줄이기
    연극 `에쿠우스`를 제작한 극단 실험극장 이한승 대표.


    "'적어도 난 달려봤어. 그런데 넌 해본 일이 있냐?' 난 샘이나요. 알런 스트랑이 부럽다우!"

    말 8마리의 눈을 찌른 소년 알런을 치료하던 다이사트 박사는 오히려 환자를 부러워한다. 다이사트의 고백은 현대 문명 비판이자 원시 세계의 동경이다. 피터 쉐퍼의 연극 '에쿠우스'의 무대는 진정한 열정을 잃은 현대인들의 폐부를 찌른다.
    지난 2009년에 이어 5년 만에 무대에 오른 극단 실험극장의 '에쿠우스'(5월 17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는 여러 면에서 특별하다. '에쿠우스'와 39년째 인연을 맺은 극단 실험극장의 이한승 대표의 집념이 어린 버전이다.

    이 대표는 1975년 '에쿠우스' 국내 초연에서 알런의 아버지 프랑크 역을 맡았다. 이후 이 작품 제작을 5번이나 했고, 이번에는 처음으로 연출까지 겸했다. 올 3월 공연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갑작스럽게 연출자 섭외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자신이 직접 연출에 나서게 됐다.

    이 대표는 국내 처음으로 이 작품에서 남녀 배우가 올 누드로 연기를 하도록 했다. 지금까지의 모든 국내 '에쿠우스' 버전들은 어둡게 조명을 하거나 노출을 부분적으로 하는 방식을 써왔다. 이번 버전이 외국의 '에쿠우수' 오리지널 연출에 가장 가깝다고 하겠다.

    이 대표는 "그 전에도 다른 연출자들에게 올 누드를 요청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이 작품은 원시 세계를 동경하고 있어 올 누드가 필수적이다. 올 누드는 배우의 자기 확신으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지현준(알런 역)·김지은(질 메이슨)이 과감한 연기를 해냈다. 이번 버전은 심의에서 '19금'을 맞았다.

    이 대표만의 색깔있는 연출도 눈에 띈다. 다이사트가 알런에게 최면을 걸 때 손에 거는 작은 종을 울린다거나, 이중의 깊은 문을 만들고 알런이 사랑하는 말 너제트가 나타날 때 무대 뒤에 밧줄에 묶인 십자가를 배치하거나 하는 등은 기존에 없던 디테일이다.

    '에쿠우스'를 39년 동안 달려온 노장의 집념은 강렬한 공연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공연이 끝날 때 79세의 이경희 시인이 "최고입니다"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