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바보’ 김응용 감독?… “전화는 3초만에 뚝”

    ‘딸바보’ 김응용 감독?… “전화는 3초만에 뚝”

    [일간스포츠] 입력 2014.07.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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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응용 한화 감독(73)은 강한 카리스마로 유명하다. 70대 중반에 접어든 지금도 ‘호랑이 감독’의 면모를 종종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가족에게 비친 김응용은 그라운드에서와는 다른 모습이다. 딸이 태어난 날 기쁜 마음에 집 마당에 개나리를 심는 ‘딸바보’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김 감독의 두 딸 중 장녀인 김혜성(41) 평택대 영상디자인학과 교수에게 ‘아빠 김응용'에 대해 들었다.

    -야구장에는 자주 가나.

    “초등학교 때 두세 번 본 게 전부다. 아버지는 경기장에 가족이 오면 너무 신경 쓰인다고 싫어하신다.(웃음) 아버지가 많이 예민하셔서 경기장에서 일하고 있을 때는 급한 집안 일이 생겨도 절대 연락을 안 하신다. 예전에 아는 분이 아버지에게 왜 긴 팔을 입고 있냐고 물어봤는데, 경기장 나갈 때 그 짧은 시간에 너무 신경이 쓰여서 춥다고 하시더라. 나는 아버지가 매우 과감하고 무던하고 그런 성격인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식구들 모두 아버지가 일할 때는 절대 신경 안 건드리고 연락 안하는 분위기다.”

    -그럼 TV로는 야구를 종종 시청하나.

    “잘 안 본다. 야구가 싫어서가 아니라 너무 신경이 쓰인다. 뉴스 시간에도 스포츠 소식을 전할 때는 다른 채널로 돌려버린다.”

    -아버지가 야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었나, 아니면 야구를 즐기는 편이었나.

    “예전에 퇴직하셨을 때 처음에는 야구를 하면서 평생 가족과 너무 떨어져 지냈는데 쉬니까 너무 좋다고 하셨다. 그런데 딱 6개월 지나니까 답답해서 미쳐버릴 것 같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한화에서 영입 제안이 왔을 때 식구들의 만류에도 부득불 하시겠다고 밀어부치셨다. 엄마가 ‘감독 하다 죽을지도 모른다’며 강하게 반대하자 ‘건강 챙기면서 할 수 있다’고 말하더니 계약하던 날 엄마한테 ‘일단 했으니까 잘했다고 말해달라’고 하시더라. 그 때 ‘아, 아버지가 야구를 참 좋아하시는구나’를 느꼈다. 근데 지금은 너무 지셔서 그만두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다.(웃음)”




    -명감독의 딸로서 덩달아 인기가 좋았을 것 같다.

    “오히려 학창시절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지금이야 괜찮지만, 그 때는 내가 뭘 잘못하면 ‘누구 딸이 저랬다’라는 말이 나올 거 같아 싫었던 것 같다.”

    -지난 5월 김 감독이 심판 판정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다 퇴장을 당했다.

    “TV로 봤다. 당시 아버지한테 연락을 하지는 않고 어머니한테 ‘아빠 퇴장 당했더라’고 말하니 ‘저런 건 저렇게 나와야 해’라고 했다. 예전에 아버지가 어필할 때는 ‘아빠가 경기장에서 왜 저렇게 폭력적일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게 다 계획적이더라. 팀이 지고 있을 때 더 큰 소리를 내면서 선수들에게 ‘내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강하게 어필하는 것이다.”

    -입맛은 어떠신가.

    “음식은 다 잘 드신다. 그런데 조미료가 들어가거나, 음식 상한 건 금방 아신다. 나물류는 코만 갔다대도 금방 아신다. 중년 때는 밥 드실 때 맥주를 음료수처럼 마실 정도로 술도 참 좋아하셔서 내가 덜 먹으라고 나무라기도 했다. 지금은 건강 챙기신다고 술은 거의 안 드신다. 어머니에게 건강에 좋은 반찬을 해 달라고 말씀하기도 한다.”

    -아버지는 무서운 사람인가.

    “집에서는 감정 표출을 잘 안하신다. 그래서 사람들이 좀 무섭다고 하는 것 같은데 사실 나는 아버지에게 한 번도 혼나본 적이 없다. 아버지는 ‘네가 알아서 해라’ ‘네가 하고 싶은 것 해라’는 주의다.”

    -아버지가 가족과 자주 상의하는 편인가.

    “안 하신다. 근데 나이가 드시면서 어머니랑은 하는 거 같다. 어머니가 ‘예전처럼 성질 부리지 말라’ ‘요즘 세대는 옛날 사람들하고는 다르다. 말 좀 적게 하라’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부부 사이가 좋은가 보다.

    “한 10년 전에는 자주 다투셨는데 요즘엔 미운 정이 쌓이신 건지 잘 지내신다. 어머니는 외모는 마르고 연약해보이지만 결정하는 강단은 아버지보다도 더 강한 것 같다. 젊었을 때는 어머니가 많이 참으셨는데 요즘에는 아버지가 지는 것 같다. 요즘 어머니가 참 편하다고 말한다.”

    -아버지에게 아쉬웠던 건.

    “어렸을 때 아버지가 내게 관심을 가져주고 다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무관심했던 건 아니었다. 미국에서 유학 중일 때 하루도 빠짐 없이 전화를 주셨다. 근데 딱 3초 만에 끊는다. 만날 전화하시면 ‘잘 지내? 별 일 없어?’ ‘응’ 하고 뚝 끊고. 그래서 다정다감한 아버지였으면 어땠을까 생각을 살짝 해봤지만 지금은 그냥 충분한 것 같다. 솔직히 학비나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컸고, 내가 결정하고 무슨 일을 할 때 반대도 안 하시고 늘 지지해 주셨다.”

    -어린 시절에는 딸들에게 자상했나.

    “초등학교 3학년 때 1년 반 정도 미국에서 함께 살았는데 그때 아버지랑 365일 같이 있었다. 그 때 동네 놀이터에서 함께 놀고 그랬다. 동생이 태어난 날에는 아버지가 딸 태어났다고 당시 살던 집 앞에 개나리를 심기도 했다. 거기서 살면서 개나리가 무럭무럭 자랐는데 얼마 전에 1층에 도둑이 많이 든다고 해서 다 뽑았다.”



    -아버지가 가장 행복해 할 때는.

    “아버지가 평소에는 말이 정말 없으시다. 그런데 한 번은 야구계 분과 만났을 때 수다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야구 얘기하실 때 좋아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난 아버지가 학업 같은 데는 관심이 없는 분인 줄 알았는데 대학 졸업할 때쯤 돼서 ‘야, 네가 다니는 미국 학교도 좋은 학교라더라’며 웃으셨다. 이렇게 말하는 정도가 좋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손주를 볼 때도 좋아하신다.”

    -요즘 한화 성적이 안 좋다.

    “진짜 아버지가 요즘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아 건강이 걱정된다. 어릴 적부터 떨어져 지내다 보니 전화로 연락하는 편이다. 연락은 보통 경기에 이길 때 하고, 지면 안하는데 요즘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너무 많이 지니까 전화할 타이밍이 없다. 몇 달 동안 연락 못 했다.”

    -아버지에게 응원의 한 마디를 한다면.

    “아버지가 승부사 기질이 좀 있는 분이다. 승부욕이 되게 강하셔서 잘 헤쳐나가실 것 같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건강을 챙기셨으면 좋겠다.”

    최성근 기자 sg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