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인터뷰①] ‘명예회복’ 김영권, 브라질 악몽과 무실점을 말하다

    [아시안컵 인터뷰①] ‘명예회복’ 김영권, 브라질 악몽과 무실점을 말하다

    [일간스포츠] 입력 2015.02.04 10:55 수정 2015.02.0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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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간절했다."

    김영권(24·광저우 헝다)은 어린 나이부터 주목을 받았다. 단단한 체격(186㎝)에 왼발을 잘 썼다. 대학시절 풋살을 해 기술까지 갖췄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스타일의 수비수로 연령대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8강행을 이끌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의 주역이었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2014년 최고의 무대에서 추락했다. 생애 첫 월드컵이던 브라질 대회. 김영권의 몸은 무겁기만 했다. 평소 기량을 보이지 못했다. 수비가 흔들린 한국은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돌아왔다. 인천공항에 입국한 대표팀에게 쏟아진 것은 '엿'과 비난이었다. 김영권은 월드컵 이후 입을 닫았다.

    6개월을 절치부심한 그는 지난달 31일 끝난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김영권은 쿠웨이트 전부터 5경기를 뛰며 대표팀의 27년 만에 준우승에 일조했다. 이라크와 4강에서는 골까지 넣었다. 그를 향했던 비난은 격려와 칭찬으로 바뀌었다.

    3일 전화통화로 만난 김영권은 "브라질 월드컵 이후 인터뷰 하는 것이 처음"이라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번 아시안컵을 두고 "간절했다"고 떠올렸다.




    - 월드컵 이후 첫 인터뷰라니 놀랍다. 어떻게 지냈나.

    "끝나자마자 반성을 많이 했다. 더 발전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축구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 아시안컵은 잘 마무리했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일단은 한국 축구가 팬들에게 환영받으며 돌아와 굉장히 기뻤다. 준우승이란 성적을 갖고 왔다. 성적보다는 우리가 한층 발전된 모습으로 경기를 마쳐서 기분이 좋았다."


    - 브라질 때 입국할 때는 엿을 받았다. 그리고 1일 입국에는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매번 대표팀이 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면 박수를 받고 싶다. 엿을 받았을 때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 또한 받아들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만큼 우리에게 기대한다는 의미였다. 그 화풀이를 대표팀에 한 것이다. 그분들 입장을 이해한다. 우리에게 욕을 한 번해서 스트레스가 풀린다면…. 언제든 비판을 받아들일 각오가 있다. 그런 각오 없이는 대표팀에 있으면 안 된다."


    - 월드컵 때 제 실력이 안 나왔다. 부상을 참고 뛰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변명 같이 들릴까봐 당시에 말을 못했다. 달리는 것 이외에 모든 동작이 어려웠다. 공을 차거나 점프를 할 때마다 아팠다. 참고 뛰었다. 다 변명일 뿐이다. 끝나고 바로 말했다면 다 변명으로 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내 운명이다. (홍)정호 역시 튀니지와 출정식에서 부상을 입었다. 힘든 대회였다."


    - 월드컵 후유증을 어떻게 이겨냈는가.

    "특별한 방법이 없더라. 시간이 약이었다. 아파서 한 달 정도 쉬면서 회복했다. 힐링하면서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보자는 마음을 가졌다. 천천히 훈련하며 (아픔을) 씻어냈다."



    - 지난해 12월 13일에 결혼했다. 아내 박세진(25) 씨가 큰 힘이 됐을 것 같다.

    "지난해 1월 여행을 갔다 돌아오며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났다. 승무원이었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친구를 통해 번호를 받았다. 월드컵 이후 내가 힘들 때 '포기하면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더 마음을 잡고 해야 한다'고 격려해줬다. 정신적인 부분에서 큰 힘이 됐다."


    - 결혼은 했지만 같이 대표팀 차출로 바빴는데.

    "신혼여행도 가지 못했다. 결혼 후 2주를 제외하면 모두 대표팀 소집으로 집에 없었다. 다 이해해줘 고맙고, 한편으로 미안하다. 중국 시즌이 시작되면 같이 광저우에서 살 예정이다."


    -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 부임 이후에도 꾸준히 대표팀에 뽑혔다.

    "감독께서 주문하는 것을 최대한 빨리 스며들어서 하려고 했다. 감독님에 대한 믿음은 언제나 있다."


    - 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무실점 행진을 했다. 비결은.

    "수비수끼리 무조건 무실점 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수비만 잘한 것이 아니다. 공격 1선부터 수비 집중력이 높았다. 모두 잘해줘 가능한 일이다."


    - 슈틸리케 감독 역시 첫 훈련부터 수비 조직력을 만들었다. 간격 조절도 cm단위로 한다던데.

    "수비 조직적인 문제를 가장 많이 지적하신다. 수비와 미드필더 간격, 수비수 사이에 간격 조절을 계속 이야기 한다. 콤팩트한 축구를 좋아한다. 최전방부터 수비까지 25~35m를 유지하라고 한다."


    - 아시안컵을 앞두고도 주전 경쟁에서 살짝 밀렸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과 오만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 뛰지 못했다. 감독께선 어떻게 봤는지 모르지만 아픈 곳은 없었다. 기회가 없었다."


    - 기회는 빨리 왔다.

    "간절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끼리 운동할 때도 이를 악물고 뛰었다. 열심히 하면서 기회를 노렸다. 팀에 도움이 되려고 했다. 그랬더니 기회가 주어졌다."


    - 쿠웨이트 전부터 선발로 나서 주전을 꿰찼는데.

    "(김)주영(상하이 둥야)이형은 몸살에 발목이 좋지 않았고 (곽)태휘(알 힐랄)형도 허리가 좋지 않았다. 둘 다 훈련에 참가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저와 (장)현수(광저우 부리)가 뛰었다. 거기서 좋게 봐주셨는지 다시 기회를 잡게 됐다."




    - 장현수와 처음으로 발을 맞춘 경기였다. 쿠웨이트 전은 어땠나.

    "2개월 만에 공식 경기였다. 경기 감각도 떨어져 있었다. 힘든 상황에서 실점하지 않고 이겼다. 현수와 처음 발을 맞춘 경기였지만, 누가 나와도 전술적으로 감독님이 추구하는 것을 따라갈 수 있다. 다 비슷하다. 무실점의 비결 중 하나다."


    -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의 활약도 이어졌다.

    "난 필드 플레이어라 골키퍼를 잘 모른다. (김)진현이형을 보면 순발력과 판단력이 정말 좋다. 골이라고 생각한 장면에서 다 막아줬다. 웬만한 슈팅은 안 먹히겠구나란 생각까지 들었다."


    - 쿠웨이트 전 이후에는 곽태휘와 호흡을 맞췄다.

    "태휘형은 경험이 풍부하다. 도움이 많이 됐다. 또 스타일이 나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역할 분담이 잘 됐다."


    - 아시안컵에서는 어떤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지.

    "개인적으로 이라크 전과 호주와의 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이라크 전 득점 상황은 어땠나.

    "(남)태희(레퀴야)가 코너킥에서 흐른 공을 붕 띄웠다. (이)정협(상주 상무)이가 뭘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옆으로 갔다. 가슴으로 받은 공이 내 앞으로 뚝 떨어졌다. 그래서 아무나 맞고 들어가라고 찼다. 3년 6개월 만의 A매치 골이었다.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었다. 아내를 위한 골 세리머니를 했는데 화면에 안 잡혔다. 좀 혼났다.(웃음) 다음에 골 넣으면 바로 해야겠다."




    - 호주와 결승에서는 대회 첫 실점을 했다.

    "경기를 잘했다. 경기력도 우리가 더 좋았는데, 전반이 끝나기 전에 실점했다. 아쉬웠다. 연장전 결승골을 내준 것도 막기 힘들었다. (김)진수(호펜하임)의 실수라 보지 않는다. 진수도 막으려 한 것인데 상황이 그렇게 됐다. 팀 전체가 잘못한 것이다."


    - 그래도 끝까지 투혼을 보여 박수 받았다.

    "경기장에서 너무 아쉬웠다. 다시 경기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경기장 안에서 뛴 11명은 죽기 살기로 뛰었다. 벤치에 있던 다른 선수들까지 계속 소리를 질러줬다. 이 경기에 후회는 없다. 허탈하지만 선수들 모두 열심히 했다. 다음에는 꼭 우승하겠다."


    - 이번 대회에서 주장은 기성용(스완지시티)이었는데. 청소년 때부터 함께 뛰던 기성용과 아시안컵 기성용은 달랐나.

    "많이 달랐다. 사실 성용이형은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데 주장완장을 달고 난 뒤에는 말이 많아졌다.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경험이 엄청나다. 그런 경험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위험에 처해 있으면 '이번 고비를 넘기자', '더 집중하자'는 말을 해줬다. 주장 완장을 달고 뛰니까 말이 많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주장으로 잘 어울린다."


    - 올림픽 때는 주장이 구자철(마인츠)이었다. 기성용과 리더십이 다른가.

    "자철이형은 기분 좋게 해주는 리더다. 최대한 웃으면서 같이 가자고 한다. 반면 성용이형은 할 말 못할 말 다하면서 거칠게 리드한다. 때로는 소리도 지르고 그렇다."


    - 은퇴를 앞두고 대회에 참가한 차두리(서울)는 어땠나.

    "두리형은 특별한 말이 없었다. 경기장 안에서 다 보여줬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뛰고 있다. 난 마지막이지만 너희들을 위해 이렇게 뛰고 있다'라고 몸으로 보여줬다. 형을 보고 많이 느꼈다. 형이 그렇게 열심히 뛰는데 우리가 안 뛸 수 없었다."




    - 5일이면 다시 중국 광저우로 돌아간다. 지난해 리그 우승을 차지했는데.

    "사실 아쉬웠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하며 힘들었다. 그래도 집중해서 정규리그 정상을 차지한 것으로 만족했다."


    - 마르셀로 리피(67·이탈리아) 감독이 그만 뒀는데.

    "이제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축구를 즐기고 싶다고 하셨다. 경기장 안에서 여러 부분을 가르쳐 줬다. 무엇보다 리피 감독님 말 중에 항상 스스로를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 지난해 이탈리아 세리에A의 인터 밀란 이적설이 나왔다.

    "난 자세한 상황은 모른다. 에이전트를 통해 진행됐던 이야기다. 제안은 있어 이야기가 오갔던 것은 사실이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잘 모른다. 내가 깊이 아는 것은 아니다. 더 큰 무대에서 뛸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 지금 생각 같아서는 유럽의 어느 팀에 가서라도 뛰고 싶다."


    - 신임 감독으로 파비오 칸나바로(42·이탈리아)가 부임했다.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수비수인데.

    "솔직히 칸나바로 감독의 선수시절 모습을 많이 못 봤다. 그래도 또 한 번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고 본다. 영광이다."


    - 마지막으로 2015년 각오를 말해달라.

    "시즌에 집중할 것이다. 광저우에서 트레블(3관왕·정규리그, 축구협회컵, 대륙별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할 것이다. 아시아 최초로 트레블을 이루는 팀이 되고 싶다. 국가대표팀에서는 월드컵 예선이 6월부터 시작된다. 지금까지 안 좋은 모습을 많이 보였다. 이제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사진 제공=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