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상대방 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승엽 “상대방 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일간스포츠] 입력 2015.06.0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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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3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 삼성의 KBO리그 경기에서 9회초 타석에 들어선 삼성 이승엽이 LG 신승연 투수가 연속으로 볼을 던지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삼성 이승엽(39)이 타석에 들어서자 잠실구장에 모인 2만여 관중은 연신 '이승엽'을 연호했다. 역사적인 400호 홈런을 기다린 팬들의 함성은 잠시 후 탄식으로 바뀌었다. 9회 말 2사 후 6점차, 정면승부가 아닌 고의성이 짙은 스트레이트 볼넷이 나왔기 때문이다.

    전날(30일) 개인 통산 399번째 홈런을 친 이승엽은 5월 31일 잠실 LG전에 5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아아~ 이승엽 삼성의 이승엽, 아아~ 아 이승엽 전설이 되어라'는 응원가는 여느 때보다 훨씬 컸다.

    8회초 무사 1루 상황, 이승엽이 신재웅 투수 공을 타격 한 후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타구는 파울홈런이 되었다.


    이승엽은 2회 무사 1루에서 LG 선발 소사의 4구째를 받아쳐 우측 펜스 앞 워닝트랙에 떨어지는 큼지막한 2루타를 뽑아냈다. 6-0으로 앞선 8회 LG 좌완 신재웅과 승부, 2볼-2스트라이크에서 방망이를 돌렸다. 맞는 순간 타구는 높이 떴고, 펜스를 넘어가는 것은 분명했다. 방향이 문제였다. 그런데 공은 파울폴을 살짝 빗나가며 우측 외야 관중석 상단에 떨어지는 파울 홈런이 됐다. 이후 이승엽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다.

    8회초 무사 1루 상황, 이승엽이 신재웅 투수공에 맞고 있다.


    9회 2사 2루, 다시 한번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섰다. LG 유니폼을 입은 우측 외야 관중석 팬들조차 기립해 '이승엽'을 연호했다. 하지만 이승엽은 배트를 휘두르지 못했다. 포수 유강남이 일어서서 공을 받지 않았을 뿐 바깥쪽으로 멀리감찌 떨어져 앉았다.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했다.

    8회초 무사 1루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서자 많은 야구팬들이 글러브를 끼고 400 홈런을 기다리고 있다.


    이 상황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경기 종료 후 인터넷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LG측에서 이승엽의 기록을 의식해 정면승부를 피하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공교롭게 양상문 LG 감독은 경기 전 정당한 이유 없이 이승엽과의 승부를 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양 감독은 "정상적으로 승부해야지"라고 밝혔다. 다만 전제 조건을 덧붙였다. 양 감독은 "(상대 하는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순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제구가 되지 않아 볼넷을 내주거나 경기 상황에 따라 평소와 똑같이 (어렵게 승부를) 한다면 그런 것으로 비난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9회초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서자 박근영 구심이 시승현 투수에게 특별히 표시가 된 공을 주고 있다.


    그런데 9회 초 상황은 전제 조건이 성립되기 어려웠다. 경기는 9회였고, 이미 점수 차가 6점까지 벌어졌다. LG가 임창용에게 다소 강했다고 하더라도 앞선 28~29일 경기에선 임창용에게 막혔다. 이 상황에서 포수는 좌타자인 이승엽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우타자 타석 뒤쪽에 앉았다. 사실상 승부를 하지 않겠다는 모습이었다. 이승엽이 언더핸드 투수에 강한 데다, 또 LG가 수비 시프트를 가동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승부를 '어렵게' 한다기 보다 '피한다'는 인식을 지우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한 관계자는 "(LG가) 피한 것 같다. 이왕이면 붙었으면 좋았을텐데…"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 뒤 이승엽의 표정에서 아쉬움은 크게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한결 편한 모습으로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는 '마지막 타석이 아쉽지 않았냐'는 질문에 "상대방(LG)의 사정도 충분히 이해합니다"고 웃어 보였다. 지난 2003년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56개)을 작성할 당시에도 이런 어려움을 수 차례 극복하고 새 역사를 쓴 그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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