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베테랑' 유아인, ”흐릿했던 연기 스텝, 더 선명하게 하고 싶다”

    [인터뷰] '베테랑' 유아인, ”흐릿했던 연기 스텝, 더 선명하게 하고 싶다”

    [일간스포츠] 입력 2015.08.03 10:47 수정 2015.08.0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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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 앞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선보이던 배유 유아인(29)이 지독한 악인으로 변신했다. 5일 개봉하는 영화 '베테랑(류승완 감독)'에서 악랄한 재벌3세 조태오를 연기한다. 마약에 취해 살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방해하는 자는 가차없이 처단하는 캐릭터다. 모든 돈과 권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법과 경찰 따윈 무섭지 않은 안하무인이다. JTBC '밀회(14)'에서 순수한 영혼 선재를 연기한 유아인의 눈에 이번엔 광기가 가득하다. 악한 행동을 하면서도 미소짓는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소름이 돋는다. 데뷔 후 처음으로 작품에서 욕 대사도 내뱉는다. 청춘 스타가 연기하기엔 굉장히 센 캐릭터다. 광고나 한류 활동을 생각한다면 쉬이 결정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이미지다. 하지만 유아인은 망설임이 없었다. 2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만난 류승완 감독에게 '베테랑' 얘기를 듣다가 관심이 쏠렸고, 소속사도 거치지 않고 개인 메일로 시나리오를 받아본 뒤 출연을 결심했다.
    "전 청춘 스타이기도 한데 배우이기도 하고 뭔가 이미지가 선명하지 않은 듯 해요. 연기를 한다고는 하는데 뭔가 신뢰가 있고 무조건적으로 믿고 보는 배우도 아니고요. 그동안 밟아온 (연기 활동) 스탭이 흐릿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선명하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베테랑'을 택하기도 했고요."
    아직 '베테랑'은 개봉 전이다. 영화 흥행 여부는 관객 몫이지만, 확실한 건 이번 그의 연기 변신과 도전은 '밀회' 그 이상의 짜릿함을 선사한다.

    -'베테랑'에서 아무 것도 무서울 게 없는 안하무인 재벌3세를 연기했다.
    "나 역시 작품을 통해 처음 보는 얼굴을 보여준다.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줄지 불안하기도 하다. '완득이'와 '깡철이'를 본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성균관 스캔들'만 본 관객들은 또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일지 이질적으로 받아들일지 촬영을 하면서도 그런 부분이 걱정스럽긴 했다."

    -조태오를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했다.
    "처음 감독님께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조태오에 대한 설명이 장황하게 적혀있었다. 감독님은 악역이라 젊은 배우가 꺼릴까봐 좀 더 설명적으로 캐릭터를 풀어낸 것일 수도 있는데 난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조태오는 그냥 나쁜놈인 것 같았다. 그래서 감독님께도 설명 다 빼고 더 시원하게 나쁜놈으로 그려달라고 했다. 태오는 주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 것도 모른다. 성인이 될 때까지 자신이 잘못 했을 때 대신 맞아주는 사람도 있고, 태오가 사고를 쳐도 주변에서 알아서 해결하기 때문에 태오는 단순히 악인이 아니라 아무 것도 모르는 인물이다. 어떻게 보면 조태오 안에 소년성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조태오의 설정과 이미지가 신선한 악역을 창조하는데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그런 부분을 부각했다. 너무 선이 굵은 악역이 아닌 약간 뭔가 풀린 듯한 악역을 연기하고 싶었다. 그동안 악역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연기를 흉내만 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뭔가 더 새로운 악역을 그리고 싶었다."

    -지독한 악역으로 연기변신을 한 이유는.
    "내가 나한테 질렸다. 관객들도 나한테 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많은 작품을 한 건 아니지만 아무리 다른 작품을 하려고 해도 자꾸 내가 좋아하는 걸 하게 됐고, 그런 내 자신에 질렸다. 단순히 캐릭터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연기 스타일이 일관성이 생긴 것 같았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작품에서 욕설 대사를 내뱉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평소 내 이미지가 있지 않나. (웃음) SNS에서 하도 발언을 많이 해서 그런지 본의 아니게 또래 배우들에 비해 반항아나 마초틱한 이미지가 만들어져서 내 스스로도 당황스럽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작품에서 엄청 욕을 해봤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한 번도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통쾌하고 짜릿하게 촬영한 신은.
    "카 추격신이었다. 무섭기도 했는데 짜릿함도 있었다. 연기를 하면서 느끼는 통쾌함이었다. 차를 이리저리 박으며 운전하는데 내가 또 언제 그런 걸 해보겠나. 물론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속도르 빠르게 내진 않았다. 약을 하고 운전을 하는 장면이지만 연기를 할 때 오버 페이스가 되지 않도록 노력을 많이 했다. 장르 연기나 악역을 연기할 때 카타르시스가 있는데 그럴 때 연기를 오버 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대역도 있었다던데.
    "영화에서 뭔가 더 리얼한 느낌을 내기 위해 전문 스턴트가 필요했다. 캐릭터에 집중하는 관객들을 위해 대역을 얘기하는 게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어마어마한 공로를 꼭 짚어서 말하고 싶다. 이번에 스턴트를 하다가 다친 분도 있다. 감독님이 그 분을 위해서라도 더 잘 만들려고 했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그 말에 공감했다."

    -KBS 2TV '성균관 스캔들' 이후 상승세다. 그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와 감독 모두 잘 풀렸다.
    "그런 것 같다. 출연했던 배우들(박유천, 박민영, 송중기)이나 김원석 감독님 모두 잘 된 것 같다. 감독님이 최근 연출한 '미생'도 잘 되지 않았나. '성균관 스캔들' 팀과는 종종 연락한다. 송중기 씨랑은 군 제대하고 같이 만나 술 한 잔 했다. 감독님과도 얼마 전 식사 자리를 했다."

    -패션, 예술 등 연기가 아닌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많다. 예능에도 관심이 있나.
    "고정 멤버로 리얼리티는 해보고 싶다. 나영석 PD님의 tvN '삼시세끼 어촌 편'도 재밌게 봤고 희애 선배님이 나오는 tvN '꽃보다 누나'도 재밌게 봤다. 뭔가 연기를 하면서 생긴 고정관념이나 이미지를 예능으로 상쇄시키는 작업은 좋은 것 같다. '성균관 스캔들'에서 걸오 역을 하면서 생긴 마초 이미지는 개인적으로는 징글징글했다. 잠시도 머무르고 싶지 않을 만큼 진절머리가 났다. 그 때 리얼리티 예능 Mnet '론치 마이 라이프'를 했는데 걸오 이미지가 바로 상쇄되더라. 워낙 무거운 작품을 많이 해서 그런지 요즘 애 다운 모습을 리얼리티에서 보여주고 싶다. 배우니깐 연기만 해야지라는 고리타분한 생각은 없다. 다양한 걸 하고 공유하는 게 연기에도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현재 유아인의 고민은.
    "작품적으로 좀 밝고 경쾌한 걸 하고 싶다. 어릴 때 데뷔해서 배우 특유의 허세도 있었고, 어린 애가 어린 애 답지 않게 너무 진지하고 무게잡는 것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20대 때 그 나이에 맞는 발랄한 작품을 많이 못 해본 것 같다. 그 나이 다운 작품을 많이 해봤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이번에 줄줄이 선보이는 작품이 다 무겁다. '베테랑'을 시작으로 영화 '사도',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까지 팬들이 내 모습이 무거워서 짓눌리면 어쩌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번에 영화 '해피 페이스북'을 선택했다. 경쾌하고 발랄한, 진짜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난 참 거꾸로 가려는 심보가 있다.(웃음)"

    -20대 유아인 보다 30대 유아인이 더 밝아진 느낌이다. 20대 땐 진지했던 것 같다.
    "그 모습은 아마 설정이었을 것이다.(웃음) 물론 내게 두 가지 모습이 있다. 진지한 면도 있고 애들같고 장난스러운 것도 있다. 그 중 어떤 걸 꺼내보이느냐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 어릴 때는 자신감이 있는 애가 아니었다. 그래서 더 진지한 모습을 보인 것도 있다."

    -앞으로 계획은.
    "난 청춘 스타이기도 한데 배우이기도 하고 뭔가 이미지가 선명하지 않은 듯 하다. 연기를 한다고는 하는데 뭔가 신뢰가 있고 무조건적으로 믿고 보는 배우도 아니다. 그동안 밟아온 (연기 활동) 스탭이 흐릿하다고 생각한다. 그걸 선명하게 하고 싶다. 그래서 '베테랑'을 택하기도 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보다 선명해지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 같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