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박찬호 키드] ① SK 정영일 “이제 아픔·슬픔 없이 야구만”

    [라스트 박찬호 키드] ① SK 정영일 “이제 아픔·슬픔 없이 야구만”

    [일간스포츠] 입력 2015.08.26 08:30 수정 2015.08.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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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17일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드림올스타 상무팀으로 등판해 역투하는 정영일. 사진취재=정시종 기자


    "후배들이 이제는 아픔이나 슬픔 없이 마음껏 야구에 몰두하길 바랄 뿐이에요."

    마지막 '박찬호 키드(Kid)' 정영일(27·SK)은 올해 신인드래프트를 보며 안도했다. 제2의 '코리안 특급'을 꿈꾸며 미국에서 함께 고생했던 동생들이 지명을 받아 한국 무대로 되돌아왔다. 빅리거의 꿈은 이루지 못했으나 이제는 아픔 없이 하고 싶은 야구만 집중하길 바랄 뿐이다.

    10개 구단은 지난 24일 2016년 신인드래프트(2차 지명)를 열었다. 마이너리그 출신의 정수민(25·NC), 나경민(24·롯데), 남태혁(24·kt), 김동엽(25·SK)이 모두 지명을 받았다. 이들은 메이저리그에서 전성기를 누리던 박찬호를 보고 야구를 시작했다. 고교 졸업 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KBO로 유턴했다.

    광주진흥고 졸업 후 LA 에인절스와 계약한 정영일 역시 같은 과정을 밟았다. 2006년 LA 에인절스와 계약한 그는 팔꿈치 수술 끝에 별다른 기록 없이 2011년 방출됐다. 고양원더스와 일본 독립구단에서 야구의 끈을 이어간 그는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에서 SK의 지명을 받았다.

    "2년 전 딱 이맘때였어요. 당시만 해도 마이너리그 출신이 2차 드래프트로 돌아오는 경우가 없었어요. 군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고요. 지명됐던 날 밤 '이제 나에게도 소속팀이 생겼구나. 마음껏 야구를 할 수 있게됐다'는 기쁨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올해 지명된 4명은 미국에서도 서로 알고 지냈다. "다들 스무 살 안팎의 어린 나이에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경쟁하기 쉽지 않았어요. 코치들의 은근한 텃새도 있었고요. 먹을 것도 넉넉하지 못했어요. 1년에 한 두 번 애리조나에서 열리는 캠프지에서 다들 모이게 되면 서로 밥을 먹으면서 '힘내자'고 다독였어요. 그때 제가 맏이였습니다. 제가 한국행을 결정한 뒤, 남은 동생들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든 자리를 잡고 성공해야 동생들도 뒤따라 오겠다 싶었어요."

    정영일은 SK 지명 뒤 바로 상무에 입단했다. 올해 퓨처스리그 50경기에서 3승2세이브17홀드, 평균자책점 4.45를 기록했다. 시속 150㎞대 강속구가 1군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평가다. "소속팀이 있고 없고는 정말 커요. 아무 걱정없이 야구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어요. 저나 동생들이나 이제야 아픔 없이 운동하게 됐습니다."

    마이너리그 출신 신인 지명자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2014 신인드래프트 때는 정영일과 최형록(두산) 두 명, 지난해는 3명, 올해 네 명으로 늘어났다. 한 구단 관계자는 "미국에 가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지명됐을 선수들이다. 실력 면에서 다른 대졸자들과 비교해 뒤지지 않고 군 문제도 해결됐다"며 평가했다.

    1990~2000년대 초를 이끌었던 박찬호 키드의 시대도 저물었다. 이제 KBO에서 검증이 된 후 포스팅 시스템으로 해외에 진출하려는 '류현진 키드', '강정호 키드'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정영일 역시 고교 졸업 후 바로 미국행을 선택하는데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KBO에서 프로생활을 거친 뒤 해외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이제 과거와 달리 포스팅 제도도 활성화됐고, 또 한국 선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어요. 물론 어떤 선택을 하건 자신과 싸워 살아남는 사람만이 성공하는 것 같습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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