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철 진심]로저스 부진과 불펜행,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이순철 진심]로저스 부진과 불펜행,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일간스포츠] 입력 2015.09.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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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30)의 구위가 심상치 않다. 최근 자책점이 꾸준이 늘어나더니 지난 18일 NC전에서는 3이닝 동안 6실점하고 강판됐다. 거액을 들여 영입한 외국인 투수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구단과 팬의 상심도 커지고 있다.

    필자가 처음 로저스를 봤을 때 프로야구 34년 역사에 손에 꼽을 만한 외국인 투수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압도적인 구속과 제구력을 고루 갖췄고, 경기 운영법과 완급 조절을 능숙하게 하는 선수였다. 특히 시속 150㎞ 초반대 직구를 꾸준하게 뿌리면서 다양한 변화구를 적절하게 섞는 모습이 위력적이었다.

    최근 로저스의 투구를 보면 전광판에 찍히는 초속은 여전히 빠르다. 그러나 흔히 타자가 타석에서 느끼는 '볼끝'이라 부르는 종속은 예전만 못하다. 지난 달에는 직구를 스트라이크존 한 가운데에 꽂아넣어도 타자가 안타를 만들지 못했다. 지금은 아니다. 초속과 종속의 차이가 워낙 크다. 자신도 그 사실을 알고 변화구로 존 구석구석에 던지려고 노력하고 결국 연속 안타를 내주고 있다. 투수의 기본적 힘은 종속에서 나온다. 패스트볼의 힘이 떨어지면 변화구 각이 밋밋해지고 만다.   
      
    특별히 부상을 입은 것 같진 않다. 어디가 아프다기보다 다소 지쳐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로저스는 미국에서 매 등판마다 100개 이상 꾸준하게 던졌던 투수는 아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도 불펜으로 나섰다. 갑자기 투구 수가 늘어나면서 체력도 떨어지고 힘도 빠진 것이 아닌가 싶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NC전에서 로저스를 일찌감치 내렸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불펜으로 기용하려는 뜻일 수도 있다. 이제 한화는 8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총력전을 벌여야 할 시기, 로저스를 중간 계투로 기용하는 방안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로저스 말고 믿을만한 불펜 투수도 없는 상황이다. 박정진, 권혁 중 누구도 실점없이 완벽하게 막기 힘들다. 이 상황에서 로저스는 불펜으로 올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인 것은 맞다. 김성근 감독이 말하는 '첫번째 투수'를 먼저 등판시킨 뒤 리드를 잡으면 로저스를 올려 허리와 뒷문을 잠글 수 있다.

    문제는 선수의 동의다. 로저스는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승리를 거두기위해 이곳에 왔다. 내부 사정을 알 수는 없으나 계약 조건도 그에 맞춰있을 수 있다. 만약 옵션 등이 걸려있다면 한화 구단측이 나서서 그 부분을 조율해야 선수도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 정서와는 다른 외국인이기에 더욱 그렇다. 로저스가 계투로 등판하면 이기는 경기에 한정될 것이라고 보여진다. 그래봐야 3~4경기라는 계산이 나온다.  


    한화가 여러 모로 어렵게 시즌을 마치는 형국이다. 시즌 초반부터 총력전을 벌이면서, 투수들의 힘이 너무 많이 빠졌다. 패하는 경기가 늘면서 다들 심신이 지쳐있다.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싸워온 후배들이다. 잘 수습해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
     
     정리=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