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규의 친뮤직] ‘씬스틸러’ 김성근, 중요한 건 팀인가, 자기 자신인가

    [최민규의 친뮤직] ‘씬스틸러’ 김성근, 중요한 건 팀인가, 자기 자신인가

    [일간스포츠] 입력 2015.09.24 06:00 수정 2015.09.24 09:52
    글자크기
    글자크기 키우기 글자크기 줄이기
    기사 이미지

    한화 불펜 투수 박정진(39)은 9월 10일 대전 SK전 이후 등판 기록이 없다. 어깨와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한다. 노장 투수에게 어깨 부상은 선수 생명을 끝장낼 수 있다. 76경기 96이닝이라는 기록적인 혹사의 대가다. 그럼에도 여전히 1군에 등록돼 있다. "혹사로 결국 선수를 다치게 했다"는 비판은 두려울 것이다. 그러나 통증이 있는 선수를 원정 경기에까지 동행시키는 건  상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한화 구단의 마운드 사정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송창식은 처절한 표정으로 공을 던진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김성근 감독은 평소처럼 오전에 감독실로 출근해 경기 구상을 한다. 최근엔 한 가지 일을 더 했다. 자신의 현재와 과거를 비판한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를 했다. 구단 내부와 외부, 모두가 '위기'라고 우려하는 상황에서 개인 이미지 관리를 우선했다. 보도에 대한 항의는 때로 필요하지만, 구단 홍보팀이 해야 할 일을 감독이 나서서 하고 있다.
     
    기사 이미지

    지난 19일 대전구장 두산전 9회초였다. 한화가 7-5로 두 점 앞서 있었고 주자는 없는 2사였다. 이때 김성근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걸어나왔다. 마운드 위의 권혁에게 다가가더니 얼굴을 툭 건드리고 내려갔다. 올해 유명해진 장면이다. 하지만 굳이 감독이 올라올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 장면을 지켜본 한 은퇴 선수는 "또 시작이구나 싶었다. 김성근 감독은 자신이 스타가 돼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고 냉소했다. 영화 쪽에선 주연이 아니지만 주목을 받는 조연을 '씬 스틸러'라고 한다.

    고양 원더스에서 뛰었던 한 선수는 "김성근 감독에게 몇 번 기술 지도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단, 기자들이 방문했을 때만이었다"고 덧붙였다. SK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포스팅 비용으로 600만 달러까지 평가했던 투수다. 기량은 누구나 인정했다. 그러나 캐릭터 분석에 들어간 뒤 평가가 낮아졌다. 한 메이저리그 관계자는 "김광현의 성격이 의존적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분석에는 언론 보도도 중요한 근거다. '김성근의 제자 김광현', '김성근의 원포인트 레슨' 등 보도를 접한 스카우트는 '과연 낯선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투수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기사 이미지

    김성근 감독은 SK 시절에 대해 "사장이 선수단의 공(功)을 가로채려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야구는 감독이 한다'고 믿는다. 그러니 선수단의 공은 곧 자신의 공이다. 프로야구단이라는 회사의 대표이사 사장이 계약직 감독의 공로를 가로채려 한다는 생각은 극단적인 자기애 외에는 설명되지 않는다. 

    프로야구는 치열한 경쟁의 무대다. 이기심은 때로 성공의 중요한 조건이 된다. 그러나 지나쳐선 안 좋다. 올해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보면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신의 야구에 팀을 억지로 맞추고 있다. 이 기준에 맞지 않는 선수는 '실패자'가 된다.

    이미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에는 김성근 감독을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김성근 감독의 요구를 구단이 받아들였던 결과다. 한 전직 감독은 "한화 선수들은 이번 가을, 그리고 내년을 생각하며 공포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평생을 쌓아올린 자신의 야구와 명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건 공포다. 그러나 과거 옳았던 방법도 시간이 지나며 낡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세상 이치다. 올시즌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과거 김성근 감독이 잘했던 일까지 부정당할 필요는 없다. 김성근 감독에게 지금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인가, 아니면 한화 이글스 구단인가.
     
    최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