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직접 대화하기 전 오해는 금물, 조승우

    [인터뷰] 직접 대화하기 전 오해는 금물, 조승우

    [일간스포츠] 입력 2015.11.18 07:00 수정 2015.11.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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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조승우(35)를 둘러싸고 참 말들이 많다.

    날이 선 느낌. 까칠한 이미지. 쪽대본을 몸서리 치게 싫어하는 배우. 고액의 개런티가 아니면 뮤지컬을 하지 않는다는 소문까지. 대부분 과장된 이미지나 루머들에 관한 것들이다. 대중매체에 노출 빈도가 적고, 뮤지컬과 영화 외에는 좀 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마땅히 루머에 대해 입장을 밝힐 기회는 없었다. 물론 굳이 해명할 이유도 없었다. 

    그런 그가 '복숭아나무'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스크린 주연작 '내부자들(우민호 감독)'로 인터뷰에 응하고, 그간 쌓아둔 솔직한 얘기를 털어놨다. 역시 직접 만나서 대화하기 전까지 오해는 금물. 첫 인사부터 그의 표정과 말 속에 따뜻함이 느껴졌다. '내부자들'을 고사했다가 주변 지인들의 설득 끝에 다시 출연을 번복했다는 얘기에 '얼마나 까다롭길래'라는 반응이 있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병헌 형이랑 꼭 한 번 같이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이번 작품은 자신이 없어서 계속 거절했어요. 조금 더 좋은, 자신있는 작품에서 병헌이 형이랑 같이 연기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머뭇거렸죠. 또 우장훈 검사 역할이 저에겐 안 어울리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완강하게 러브콜을 보내셨고, 제가 안 한다는 소문이 났는지 주변에서 왜 안 하냐고 난리를 치더라고요. '내가 뭘 잘못했지? 작품 보는 눈이 없었졌나'라는 생각과 함께 주변에서 이러는 건 이유가 있을 거다 싶어서 다시 선택했어요." 이어진 다소 예민한 질문에도 조승우는 인상 한 번 찌푸리지 않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가 던진 한 마디. "제가 옛날에 까칠했나요?(웃음)"
     
    -처음에 '내부자들'의 어떤 점이 자신 없어서 고사했나요.
    "우장훈 검사 역할이 잘 어울릴 것 같지도 않았고요. 또, 사회 비리와 고발을 다룬 영화, 그리고 대선을 꿈꾸는 야망있는 남자, 이를 뒷받침 해주는 재력가, 또 여기에 얽히고 설킨 검찰과 정치 깡패들의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오지 않았어요. 많이 영화에서 다뤄온 소재고, 다른 작품들과의 차별점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 감독님을 만나서 '왜 이 작품이 새로운가요?'라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저는 새롭지 않았어요. 근데 처음에 거절한 뒤 내가 왜 이렇게 느낄까를 생각했더니 '우리가 사는 사회와 현실은 이렇다(어두운 면이 있다)'라는 걸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텍스트로 쓰여진 걸 보니 뭔가 거부감이 느껴졌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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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태호 작가의 미완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예요. 하지만 우장훈 캐릭터는 원작에 없는 캐릭터죠.
    "그래서 어떻게 연기해야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롤 모델이 없으니, 목표를 둬야하는데 그게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캐릭터를 단순화하자고 생각했어요. 경찰로 일하다가 아무리 잘해도 경찰대 나온 사람에게 밀리는 게 싫어서 시험을 봐서 검사가 된 캐릭터예요. 하지만 검사가 돼도 현실의 벽이 더 높다는 걸 알고, 밑바탕에 깔린 사회 정의를 이루기 위해서 뭔가가 더 필요하다는 걸 깨닫죠. 그래서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라는 끈을 잡자는 다짐을 하는 캐릭터를 그리려고 했어요."
     
    -배우 이병헌씨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병헌이 형은 연기할 때 계산해서 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합을 딱히 맞춘 적은 없어요. 촬영에 들어가고 나서 호흡이 꼬인 적도 있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애드리브로 나눈 대사들이 영화에 나왔더라고요.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툭툭 던진 대사인데 그게 더 영화에 맞다고 감독님이 판단하셨나봐요. 병헌이 형은 이번에 느낀 건데 굉장히 디테일한 배우더라고요.

    많이 배웠어요. 솔직히 전 이번에 아무 것도 한 게 없다고 봐야할 것 같아요. '타짜' 때랑 마찬가지죠. 그때도 영화를 처음 시사했을 때 '내가 뭘 했지'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실제로 초반엔 '조승우 존재감이 떨어진다'는 반응도 많았고요. 제가 봐도 제가 가장 도드라지지 않은거예요. 워낙 좋은 배우들이 많이 출연한 작품이었고, 그 배우들의 에너지만 받아서 돌려주는 작업만 했더라고요. 한 마디로 묻어갔죠.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예요. 힘 줘서 연기해야지 마음먹고 연기한 장면은 하나도 없어요."
     
    -이병헌 씨와 왜 꼭 연기를 해보고 싶었나요.
    "워낙 어릴 때부터 TV에 나왔던 사람이잖아요. 항상 가족들이랑 같이 병헌이 형이 나오는 드라마를 봤어요. 엄마가 병헌이 형을 보면서 '웃는 게 매력적이다. 귀엽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요. 그렇다 보니 꼭 한 번 같이 하고 싶었어요."
     
    -이병헌 씨의 첫 인상은 어땠나요.
    "어릴 때부터 이병헌이라는 배우를 지켜봤을 때 작품 선택도 다양하게 하고, TV와 영화를 같이 하면서 할리우드를 이끌어가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생각엔 톱 스타를 넘어서 한국 배우 중에서도 수퍼스타라는 느낌이 있었어요. 엄청난 재력도 있어 보였죠. 강남에 빌딩도 몇 개씩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이번에 영화를 하면서 만나보니 영화 말고는 아무 것도 모르는 순수한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냥 하루종일 시나리오만 검토하는 분이에요. 집에서 빔 프로젝트로 영화도 많이 보는 것 같더라고요. '이 영화 봤어? 이 영화의 카메라워킹 봤어?'라고 이것저것 묻는데 그게 다 아직 한국에서 개봉안 된 영화였어요. 미국가서 보고 온 걸 보고 이런 저런 얘기하길래 '안 봤다'고 했더니 '너 영화배우 맞냐. 영화를 왜 이렇게 안 봐'라고 하는 거예요. 한국에 개봉이 안 된 것도 모르고. 진짜 영화를 좋아하고 소탈한 배우라는 느낌이 들어요."
     
    -이번 영화로 이병헌 씨와 친해진 듯 해요.
    "병현이 형 집에도 놀러가고, 형수가 차려준 밥도 먹고 지겹게 영화 얘기도 하고(웃음) 그랬어요. 어제도 맥주 한 잔 같이 마셨어요. 이번에 집에 놀러갔을 때 키도 재봤어요. 신발 벗고, 양말만 신은 상태로 재봤는데 병헌이 형이 더 크더라고요. 제가 정확히 173.3cm인데 병헌이 형은 175~176cm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작품에서 엉덩이를 노출했어요. 이번에도 했죠.

    "엉덩이 뿐이에요? 다 벗었어요. (영화에) 상체만 나왔을 뿐이죠. 그 촬영을 할 때 팬티는 입고 찍었어요. 창피하잖아요. 옆에 (여자 배우)분들도 다 벗고 찍는데 민망하잖아요. 그런데 이경영 선배님이나 백윤식 선배님도 같이 촬영하는 장면이라 '창피하다'고 말은 못 했어요. 영화에 필요한 장면이면 뭐 벗어야죠."
     
    -과거에 조승우의 이미지는 날이 선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여유가 생기고, 유해진 느낌이네요.
    "제가 과거에 까칠했나요? 이런 인터뷰 자리가 오랜만이라 반가워서 그런가.(웃음) 아무래도 1년, 1년이 다르죠. 사실 '조승우는 바람둥이다. 여자가 많다. 신인 여배우 킬러다'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할 때 '내가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하지. 난 아무 것도 안 하는데. 나는 피해자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진아 연출님께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멍청이 같은 놈아. 네가 그 만큼 매력이 있어서 그런거야'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렇게 말하면 욕 먹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또 바보 같이 '아 그렇구나'했어요."
     
    -군 생활이 성격을 바꾸기도 했나요.
    "아무래도 영향이 있었죠. 외향적으로 바뀌었어요. 단체 생활을 하고,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내심도 생기고, 세상에 안 보이는 것도 보게 되고 그러면서 성격이 좀 바뀐 것도 있죠."
     
    -갤러리(팬 차별) 논란이 있었죠.
    "이 얘기는 다시 꺼내고 싶지 않았는데…. 어딘가에서 날카롭게 들어가는 건 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갤러리 얘기는 사실 꺼내고 싶지 않았는데 (그 때 상황을 설명하자면) 갤러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어요. 저를 욕해서 '욕하지 마세요'라고 말한 것 처럼 기사도 나왔어요. 그게 아니었어요. 저를 좋아해주는 건 좋지만 그렇다면 제 주변사람들한테 피해를 주거나 욕을 하지 말라는 의미였어요. 제 편이라면 제가 안 좋아하는 걸 알고 선을 지켜달라는 의미였어요. 저 때문에 제 주변 사람들이 욕을 먹는다면 그건 아니지 않나요. 저를 좋아한다면 제 주변 사람들도 욕하지 말아달라는 의미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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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계에서 고액 출연료를 받는 것에 대해 말도 많았죠.
    "솔직히 (고액의 출연료를) 받는 건 맞아요. 하지만 '뭐를 얼마 더 주세요'라고 제가 요청한 적은 없어요. 개런티가 얼마 이상이어야한다고 한 적도 없어요. 본인이 줄 수 있을 만큼 주는거 아니겠어요. 토 달지 않고 주는대로 받아요,"
     
    -결혼 계획은 없나요.
    "'클로저'의 첫 장면처럼 누군가를 만났을 때 찌릿한 느낌을 받고 만나고 싶어요. 실제로 그런 경험도 있어요. 일반인이었는데 걸어가다가 그런 느낌을 받아서 제가 따라가서 전화번호를 받고 실제로 사귄 적도 있었죠. 결혼은 진짜 좋은 사람이 있으면 하고 싶어요. 그런데 한 편으로는 제가 스무살에 데뷔해서 쉬어본 적도 없고, 여행을 가거나 제대로 놀아본 적이 없어요. 군대간 동안이 가장 큰 공백이었죠. 20대 때 추억이 없어서 지금은 좀 추억이 될 만한 일을 하고 하고 싶은 걸 해보자는 생각도 있어요. 결혼하면 못 하잖아요. 그래서 결혼은 40세가 넘어서 해야될 것 같기도 해요."

     
    -최근 몇 년간, 영화 보단 뮤지컬에 조금 더 집중하는 것 같아요.
    "균형을 일부러 맞추고 싶진 않아요. 어느 순간 나이가 되면 '헤드윅' 같은 공연은 (나이 때문에 라도) 내려놓아야 할 시점이 오잖아요. 할 수 있을 때 더 하고 싶은 건 있어요. 어떤 걸 더 집중하는 건 아니에요. 공연 스케줄로 꽉 찼을 때 '암살' 촬영도 했는 걸요."
     
    -드라마·영화 차기작은 정했나요.
    "검토 중이에요. '신의 선물' 같은 경우는 대본을 빨리 주셨고 잠도 최소 4시간 이상 재워줘서 재밌게 찍었어요. '신의 선물'처럼 진행되는 드라마라면 다시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러 작품을 두고 검토 중이에요."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
    사진=호호호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