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발목 잡는 '후속 드라마'

    드라마 발목 잡는 '후속 드라마'

    [일간스포츠] 입력 2004.05.16 10:41 수정 2004.05.16 11:28
    글자크기
    글자크기 키우기 글자크기 줄이기
    드라마 연장 방송의 이유가 바뀌고 있다. 시청률이 아닌, 후속작 때문이다. 시청률이 높으면 고무줄처럼 늘리던 과거 관행과 달리 최근엔 후속작 제작 차질로 인해 종영을 앞둔 드라마들이 속속 연장 방송되고 있다.

    현재 연장 방송이 결정된 드라마는 KBS 1TV <무인시대>와 일일극 <백만송이 장미>로 각각 10회씩 늘어났다. 이로써 애초 7월 중순 종영될 예정이던 <무인시대>는 무려 한 달간 더 방송되며, 이달 말 최종회를 내보내려던 <백만송이 장미>도 2주일 더 전파를 타게 됐다. 또 월화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인 MBC TV <불새>도 24회 방송에서 1~2주 연장 방송할 태세다.

    물론 이들 드라마 모두 재미와 애초 기획 의도를 잘 살린 히트작이지만 연장 방송이 결정된 속사정이 따로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모두 후속작 준비 부족으로 인한 고육지책인 것.

    <무인시대>의 후속작인 100부작 <불멸의 이순신>은 천신만고 끝에 김명민을 이순신 역에 기용했지만 지각 캐스팅으로 촬영 스케줄이 한참 지연됐다. <백만송이 장미> 후속인 새 일일극 <금쪽같은 내새끼>(가제)는 현재 주연을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네 주인공들의 엇갈리는 사랑과 흥미진진한 줄거리에 힘입어 시청률 30%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불새>. 이 같은 인기와 화제성이 연장 방송 논의에 불씨를 댕긴 건 사실이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후속작 <영웅시대>의 준비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현대와 삼성 창업주의 성공 스토리를 다룰 화제작 <영웅시대>는 MBC가 1년 전부터 심혈을 기울여 온 대작. <영웅시대>의 초반 바람몰이를 기대하는 MBC로선 스톡(stock) 분량을 어느 정도 확보한 뒤 첫 방송을 내보내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주인공 차인표의 중국 드라마 촬영 스케줄이 <영웅시대>의 촬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실제 이유는 다른 셈이다.

    <불새> 외주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 측은 "방송 초기부터 <영웅시대>로 인해 연장 방영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불새>는 24부에 맞춰 준비해 와 방송사가 요구하는 대로 3주 연장은 불가능하다. 다행히 작품 반응이 좋아 1주일 정도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새>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조차 <불새> 홈페이지 등 각 인터넷 게시판에 '급조된 연장 불가'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후속작 준비 미비로 인한 연장 방송은 자칫 ▲식상하고 진부한 줄거리 전개 ▲짜깁기 연출 ▲제작비 남용 등의 이유로 "전파를 낭비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범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