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①] 대만프로야구 승부조작 연루 전 선수를 만나다

    [르포①] 대만프로야구 승부조작 연루 전 선수를 만나다

    [일간스포츠] 입력 2016.09.02 07:00 수정 2016.09.02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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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개자와 처음 만나기로 약속한 타이중 번화가 모습(사진=유병민기자)
     
     
    한국프로야구는 올해 4년 만에 승부조작 사건이라는 현실과 마주쳤다.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미 현역 선수 한 명은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전·현직 야구선수 가운데 경찰 수사 대상은 더 있다. KBO리그에 승부조작은 한 번의 시련으로 그치지 않았다. 세 번째, 네 번째 사건이 이어질지 모른다는 은밀한 공포가 프로야구에 퍼져 있다. 

    일간스포츠는 한국프로스포츠협회와 함께 프로스프츠 승부조작에 대한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국내외 사례를 추적해 승부조작의 실체와 심각성을 알리고, 대처 방안을 고민하기 위해서다. 일간스포츠 특별취재팀은 8월 대만을 찾았다. 한국보다 앞서 승부조작 사건을 겪었고, 프로야구가 존폐 위기까지 몰린 나라다. 대만의 경험에서 한국 야구가 배워야 할 것들이 있다.

     


    "약속 장소를 바꾸고 싶습니다."

    짧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서 경계심이 느껴졌다. 부리나케 택시를 잡았다. 문자메시지로 받은 주소를 택시 기사에게 보여주니 '알았다'는 손짓을 했다. 택시는 번화가를 벗어나 한참을 달렸다. 10층 높이 아파트 건물들 사이 으슥한 골목에 진입했다.

    택시 기사는 "따오러(到了·도착했다)"라며 손가락으로 주소 위치를 가르켰다. 표지판에서 새로운 약속 장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타이중시 한코우지에((臺中市 漢口街)의 어느 주점 앞이었다.

    이 곳에서 만나기로 한 인물은 대만프로야구(CPBL) 승부조작 사건에 대해 잘 안다. 그 자신이 연루됐다. 2005년 '검은 곰(블랙 베어)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CPBL에서 프로야구 선수로 뛰었으며 은퇴 뒤 승부조작 사건의 중개자 역할을 했다. 지금은 타이중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다. 본지 특별취재팀의 설득으로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뜻을 답변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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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취재팀이 처음 만나기로 한 커피숍 회의실에서 중개자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유병민기자)

    취재팀은 8월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숙소에서 여장을 푼 뒤 곧바로 타이페이 중앙역으로 향했다. HSR(대만 고속철도) 편으로 타이중으로 향했다. 기차는 한 시간 남짓 달려 오후 1시(현지시간) 타이중 중앙역에 도착했다. 중개자와의 약속 시간은 오후 8시.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중신 브라더스의 홈구장 타이중 인터콘티넨털 야구장을 찾았다. 그곳에서 현역 선수와 프로야구 관계자를 만나 승부 조작과 관련된 정보를 들었다.

    약속 시간이 다가오자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원래 약속 장소는 타이중 시내 커피숍이었다. 중개자와의 접촉을 도운 현지 지인 A씨가 합류했다. A씨는 중중개자와 학창 시절 함께 야구를 한 사이다. 지금도 야구계에 몸담고 있다.

    커피숍 한쪽에 마련된 회의실을 빌렸다. 커피와 케이크를 준비하고 그를 기다렸다. 약속 시간이 한참 지나도 중개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음이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초조함 속에 기다림이 시작됐다. 30분이 지난 뒤 A씨에게 문자 메시지가 왔다. 중개자였다. 약속 장소를 바꾸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며 질문지를 다시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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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숍 회의실 내부 모습


    한참을 달린 택시는 한코우지에 골목 앞에서 멈췄다. 택시 기사는 "길 건너편으로 가면 된다"고 말했다. 길을 건너자 풍채가 좋은 한 남자가 손을 흔들었다. A씨는 "친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걸음을 재촉했다. 남자는 "반갑다"는 악수를 청했다. 2005년 '검은 곰' 사건의 핵심 역할을 한 중개자를 만나는 순간이었다. 중개자는 주점 앞 야외 테이블로 취재진을 안내했다. 8월의 대만은 덥다. 시원한 음료를 주문했다.

    중개자에게 지난 7월 KBO리그에서 발생한 승부조작 사건을 설명했다. 그는 "CPBL의 승부조작 초기와 비슷한 양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CPBL에서 왜 승부조작이 발생했고, 어떠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는지 자세하게 설명했다. 한 시간 가량 나눈 대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르포②] 에서 계속됩니다
    CPBL 승부조작 중개자, "대만 자금, 한국으로 흘러갔을 것"

    타이중(대만)=유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