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레터⑤] WBC 코칭스태프, 달인을 아십니까

    [오키나와 레터⑤] WBC 코칭스태프, 달인을 아십니까

    [일간스포츠] 입력 2017.02.17 07:00
    글자크기
    글자크기 키우기 글자크기 줄이기
    [사진=박석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광수 코치]

    [사진=박석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광수 코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는 '달인'이 있다.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는 총 6명이다. 김광수 수석 코치를 비롯해 선동열·송진우 투수 코치, 이순철 타격 코치, 김동수 배터리 코치, 김평호 주루 코치다. 현역 시절 프로야구의 한 시대를 풍미한 이들이다. 현재는 지도자와 방송해설위원, KBO 육성위원 등 다양한 곳에서 야구 인생을 이어가고 있다. 최소 30년 이상 야구를  바라봤다. '달인'이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다.

    김광수 코치는 이번 대표팀에서 '엄마' 역할을 맡고 있다. 김인식 감독이 인자한 아버지라면, 김 코치는 선수단에 '잔소리'를 하는 엄마 역할이다. 선수들이 느슨한 모습을 보이면 어김없이 불호령을 내린다.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김 코치는 "분위기가 풀어지면 자칫 부상이 올 수 있다. 약간의 긴장감을 불어넣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코치의 능력이 단연 돋보이는 시간은 수비 훈련이다. 그는 하루에 수 백개씩 펑고를 날리는데, 세기와 타구의 전후·좌우 폭을 완벽하게 조절한다. 처음엔 폭이 좁고, 약하게 날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강도를 높이며 좌우 폭을 넓힌다. 갑자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펑고를 날리기도 한다. 실수를 하면 어김없이 '다시'를 외치며 더 어려운 타구를 보낸다. 김 코치의 펑고를 지켜본 KBO 관계자는 "달인 같다. 저렇게 정확한 펑고는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선동열·송진우 코치는 수식어가 필요없다. 한 명은 '국보 투수'였고, 다른 한 명은 KBO리그 유일한 200승 투수다. 대표팀 투수들은 "선동열·송진우 코치님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코치는 이번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원포인트 레슨'으로 투수들을 돕고 있다.

    설명이 간단 명료하다. 지난 15일 불펜 투구 중이던 차우찬(LG)은 송진우 코치에게 "빠른 공을 던질 때 힘으로 하려는 경향이 있다. 조금 힘을 빼고 던져라"는 조언을 받았다. 고개를 끄덕인 차우찬은 한결 가벼운 팔스윙으로 투구를 했다. 공은 포수의 무릎 근처에 정확하게 꽂혔다. 장시환(kt)은 선동열 코치의 지도를 받은 뒤 구위와 제구 모두 몰라보게 좋아졌다. 장시환은 "조언대로 동작을 수정하니 밸런스가 한결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순철 코치는 '매의 눈'을 자랑한다. 그는 평소 불펜 투수의 뒤에 서서 야수진의 타격을 지켜보고 있다. 타격폼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곧바로 지적을 한다. 마지막 보충 타격 훈련까지 지켜보며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 평소 '독설' 해설로 유명한 그의 스타일은 대표팀에서도 변함없다. 손아섭(롯데)이 홈런을 때리고 싶다며 고민을 하자 "홈런은 너희 팀에서 150억원을 받는 선수에게 맡기고, 너는 정확한 타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아섭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포수 양의지(두산)·김태군(NC)를 맡고 있는 김동수 코치는 '소통'의 달인이다. 그는 두 포수의 컨디션을 수시로 묻고, 훈련 스케줄을 함께 상의한다. 김태군은 "코치님께서 어려움이 없도록 모든 준비를 해주신다"며 감사를 나타냈다. 김평호 코치는 선수들이 최상의 훈련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 가장 먼저 그라운드에 나와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한 물품을 준비한다. 김 코치는 "내 역할은 뒤에서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치 6명은 프로야구 한 시대를 호령한 전설이지만, 지금은 궂은 일을 도맡고 있다. 태극마크의 의미와 소중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광수 코치는 "지금 대표팀 선수들이 나중에 코치가 됐을 때 우리를 롤모델 삼을 것 아닌가.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오키나와(일본)=유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