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진짜 '바람'을 몰고 왔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진짜 '바람'을 몰고 왔다

    [일간스포츠] 입력 2017.03.20 06:00 수정 2017.03.2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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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야 수비도 준수하다. 전천후로 쓰겠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19)가 진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넥센에서 내야와 외야를 가리지 않고 활약할 전망이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1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시범 경기에 앞서 "이정후를 앞으로 전천후로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정후는 올해 휘문고를 졸업하고 넥센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아버지가 '바람의 아들'로 유명한 이종범 MBC SPORTS+ 해설위원이라 일찌감치 주목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시범 경기가 시작된 후에는 스스로의 이름으로 빛났다. 초반부터 맹타를 휘두르며 관심을 모았다.

    첫출발이었던 14일과 15일 NC와 마산 2연전에서 5타수 3안타를 쳤다. 프로 첫 타석부터 2루타를 때려 내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16일 한화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회까지 한화 선발 배영수에게 퍼펙트로 밀리던 넥센 타선은 4회 선두 타자 이정후의 첫 안타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이정후는 이 경기에서도 2안타를 기록했다.
     

    17일 한화전에서는 5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잘 맞은 타구가 상대 야수의 호수비에 잡히는 불운을 겪었을 뿐이다. 18일 고척 두산전에선 경기 후반 교체 출장하고도 2타수 1안타 1득점으로 빛났다. 아버지인 이종범 위원조차 "객관적으로 봐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온 선수치고는 적응을 잘하고 있는 것 같다"며 뿌듯해했을 정도다.

    사실 이정후는 내야수로 넥센에 입단했다. 휘문고 시절에는 유격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시범 경기가 시작된 뒤에는 외야수로 주로 나서고 있다. 장 감독은 "이정후는 내야에 있을 때와 외야에 있을 때 표정이 다르다. (외야가) 수비에 부담이 아무래도 덜할 것"이라며 "내야를 맡다가 외야로 나가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했다. 또 "이정후가 외야 수비 때 스타트도 잘하고 포구도 괜찮다"고 평가했다. 이정후 스스로도 "내야에서는 송구에 부담이 있었는데, 외야로 나가면 조금 더 타격에 집중할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정후가 내야수와 외야수로 모두 뛸 수 있다면, 넥센에는 좋은 옵션이다. 물론 선수에게도 기회다. 언제든 빈자리가 날 때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장 감독은 "일단은 이정후를 전천후로 써 볼 것"이라며 "아직 경험할 것이 많은 시작 단계의 선수"라고 덧붙였다.

    장 감독이 이렇게 이정후의 활용 방안을 고민하는 이유는 19일 두산전에서 곧바로 드러났다. 이정후는 6회 2사 1·2루서 1루 주자 대니 돈의 대주자로 교체 투입된 뒤 7회부터 우익수로 나섰다. 이어 2-3으로 뒤진 8회 1사 2·3루서 타석에 들어서 2타점 역전 중전 적시타를 터트렸다. 이뿐 아니다. 다음 타자 홍성갑의 중전 안타 때 3루까지 내달린 뒤 다음 타자 고종욱의 포수 땅볼 때 홈을 밟아 득점을 추가했다. 길지 않은 출장 시간에도 불구하고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경기 후 "1점 차 상황이라 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냥 똑같은 타석이라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안타 이후에 관중들의 환호를 들으니 좀 얼떨떨했다"며 "신인이다보니 주눅 든 모습보다는 자신 있고 패기 있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아직까지 보완해야 할 점이 너무 많고 부족한 점도 많다. 특히 일주일간 시범 경기를 치르면서 체력적인 면에서 조금 힘이 들었다"며 "아버지께서는 기술적인 조언이나 야구 얘기는 하지 않으시고, 그저 선배님들 말씀 잘 들으라는 말씀만 하신다. 체력 관리나 컨디션 유지 방법을 오히려 내가 먼저 여쭤 봐야 할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고척=배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