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나

    KBS 수신료,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나

    [중앙일보] 입력 2017.04.1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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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료와 함께 징수되는 KBS 수신료를 분리해 징수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최근 ‘방송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면서다. 박 의원은 “전기료와 KBS 수신료를 함께 징수하다 보니 KBS를 시청하지 않아도 수신료를 내는 경우가 있다. 시청자들의 납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수신료는 일반 세대 기준 한 달에 2500원이다. 한국전력공사가 KBS를 대신해 전기료에 부과해 걷는 일종의 ‘준조세’ 성격이다. 일반 가정은 TV 수상기 대수에 상관없이 월 2500원이지만, 호텔 같은 시설은 모든 객실의 TV 수만큼 수신료를 낸다.
     
    KBS를 보지 않는데도 수신료를 내는 문제에 대해, 1999년 헌법재판소가 일부 조항, 즉 수신료 부과 자체는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전기료와 함께 징수하는 현재의 방식이 정당성을 얻었다. “수신료는 공영방송사업이라는 특정한 공익사업의 경비조달에 충당하기 위해 부담하는 특별부담금에 해당한다”는 판단이었다. 헌재는 2008년에도 “수신료는 공영방송이 국가나 각종 이익단체에 재정적으로 종속되는 것을 방지한다. 또 국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적절한 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TV 없는 가구가 점점 많아지고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전파의 공공재적 성격(전파의 희소성)에도 변화가 오고 있어 지금의 KBS 수신료 징수 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공영방송제를 채택하는 나라들은 대부분 수신료를 부과한다. 영국·독일은 TV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전파 사용세’를 걷는다. 영국의 경우 2015년 기준 한 해 145.5파운드(약 25만원)이었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NHK 수신료를 걷는데 1년에 1만5720엔(약 15만원)이다.
     
    강명현 한림대 언론정보학 교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수신료가 크게 낮은데도 KBS 수신료를 별도로 징수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 그만큼 KBS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이어 “KBS가 공영방송의 소임을 다하려면 이사 11명을 여당이 7명, 야당이 4명 나눠 추천하는 현재의 임명방식을 먼저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KBS 이사를 지낸 황근 선문대 교수는 “수신료를 따로 징수하면 내 돈이 KBS에 지급됐다는 점을 의식한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방송 감시에 나서게 되고 그 결과 KBS에 자극을 줄 수 있다”면서도 “다만 KBS는 줄어든 수신료 수익을 광고로 채워야 해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