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세점 '무료 셔틀버스'에 경쟁사들 부글부글

    신라면세점 '무료 셔틀버스'에 경쟁사들 부글부글

    [일간스포츠] 입력 2017.04.18 07:00 수정 2017.04.1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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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적 부진에 빠진 신라면세점의 '무료 셔틀버스'에 경쟁사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고객 편의를 위해 운행하고 있다고 하지만 경쟁사들은 중국 관광객이 줄어든 상황에서 도를 넘는 '고객 빼앗기'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라 "고객 편의 위한 것"

    17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서울점)을 찾는 내·외국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명동·동대문 등 서울 시내 핵심 관광지를 경유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 중이다. 셔틀버스는 매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30~45분 정도의 배차 간격으로 운행된다.

    동대문 방향의 경우 신라면세점을 출발해 동대문역사문화공원·두타면세점 등이 주요 코스다. 명동 방향은 명동역을 비롯해 롯데면세점(소공점)·신세계면세점(명동점) 등을 경유한다. 명동과 동대문 방면을 합친 무료 셔틀버스의 이용 고객은 하루 평균 200~30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호텔과 면세점 이용 고객의 편의를 위해 2009년부터 지금과 같은 코스의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신라면세점을 방문하면 쇼핑 후에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서울 곳곳을 여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17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소공점 앞에서 고객들이 신라면세점 무료 셔틀버스 이용을 위해 버스에 오르고 있다. IS포토]

    [사진=17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소공점 앞에서 고객들이 신라면세점 무료 셔틀버스 이용을 위해 버스에 오르고 있다. IS포토]




    경쟁사들 "상도의 벗어난 것"

    신라면세점 측의 설명과 달리 경쟁사들은 '고객 빼 오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적 부진에 빠진 신라면세점이 업계 2위의 자존심마저 포기하고 경쟁사 고객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쟁사 관계자는 "신라면세점이 최대 경쟁사인 롯데면세점은 물론 신생 업체인 두산과 신세계면세점의 문 앞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들이밀고 있다"며 "신규 면세점이 생겼는데도 노선을 변경하지 않는 것은 상도의를 벗어난 고객 빼 오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라면세점이 2009년부터 셔틀버스를 운영해 왔다고는 하지만 동종 업체의 문 앞까지 들어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지난해 신규 면세점들이 생긴 만큼 노선을 조정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했다.
     
     
    [사진=신라면세점 무료 셔틀버스가 17일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앞에 정차해있다. IS포토]

    [사진=신라면세점 무료 셔틀버스가 17일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앞에 정차해있다. IS포토]



    실적 부진 때문?

    일부에서는 신라면세점이 무료 셔틀버스를 수년째 유지하는 이유로 해마다 줄고 있는 영업 실적을 꼽고 있다. 면세점 최대 고객인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내국인과 중국인 개별 관광객(싼커)을 잡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것이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3조3257억원, 영업이익 79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직전 년도와 비교해 매출은 14%가량 신장했지만, 영업이익은 13.3% 하락한 수치다. 영업 이익률도 2014년 5.7%에서 2015년 3.1%, 2016년에는 2.4%로 해마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반면 롯데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 5조4500억원, 영업 이익률은 6.1%를 기록했다. 2015년 롯데면세점의 매출은 4조3420억원, 영업 이익률은 8.9%였다. 롯데면세점도 영업 이익률이 하락하긴 했지만, 지난해 롯데월드타워면세점이 문을 닫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작년 말 3차 면세점 입찰로 롯데월드타워점이 부활한 만큼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오히려 신규 업체인 신세계면세점의 추격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신규 면세점 중 가장 빠르게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신라면세점과의 격차를 점차 좁혀 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 강남 센트럴시티에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이 오픈하게 되면 면세점 업계가 '1강 2중'으로 재편될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신라면세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롯데에 밀리고 신세계에 쫓기는 형국인 셈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신라면세점이 불리한 입지를 극복하기 위해 무료 셔틀버스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지하철 을지로역(2호선)·명동역(4호선)·회현역(4호선) 등에서 내리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두타면세점 역시 동대문역사공원역에 인접해 있다.

    반면 신라면세점은 인근의 동대입구역에 하차해도 꽤나 언덕을 올라가야 한다. 다른 면세점들과 달리 인근에 이렇다 할 관광 포인트도 없는 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신라면세점 입장에서는 셔틀버스를 당장 중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무료 셔틀버스를 둘러싼 신라면세점과 경쟁 업체 간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