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인플레이]넓어진 존, 롯데·KIA·SK의 삼색 해결책

    [베이스볼인플레이]넓어진 존, 롯데·KIA·SK의 삼색 해결책

    [일간스포츠] 입력 2017.05.08 06:00
    글자크기
    글자크기 키우기 글자크기 줄이기

    초구를 건드려 아웃되는 타자는 팬들이 싫어하기 마련이다. 경기 후반 중요한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공을 많이 보는 게 무조건 좋지만은 않다. 공을 많이 보면 볼넷으로 출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신 반대급부가 있는데, 삼진도 많이 당한다. KBO 리그에서는 예외적인 타자 한 명(이용규)을 제외하면. 공을 많이 보면서 삼진을 적게 당하는 타자는 찾기 어렵다.

    결국 공을 많이 보는 타석 전략에서는 볼넷을 '상대적으로' 늘리고, 삼진을 '상대적으로' 줄이는 게 관건이다. 그런데 올해는 넓어진 스트라이크존 때문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리그 전체적으로 스트라이크가 늘어났다. 그래서 볼카운드를 길게 끄는 승부의 장점(볼넷)이 줄어들고, 단점(삼진)이 늘어났다. '긴 승부’보다는 ‘빠른 승부’의 이점이 늘어난 것이다.

    전체적인 투고타저 흐름 속에서 변화에 잘 적응하는 세 팀이 있다. 롯데, KIA, SK다. 적응의 양상은 각각 다르다.
     
    ▶ '노 피어'가 부활하는 롯데 - 더 적극적으로

    존이 넓어지면서 투수가 유리해졌다. 승부도 빨라졌다. 리그 타석당 투구 수는 지난해 3.88개에서 3.82개로 1.5% 줄었다. 롯데가 가장 두드러진다. 2016년엔 타석당 3.98개로 가장 많은 공을 봤다. 올해는 3.82개로 4.0% 줄었다.

    롯데는 한때 ‘노 피어(No Fear)’의 팀이었다. 헛스윙을 두려워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배트를 돌렸다. 초구타격비율은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첫 시즌인 2008년 2위를 시작으로 2009년 2위, 2010년 1위, 2011년 1위였다. 그런데 2012년부터 꺾였다. 그해 4위였고, 2013년엔 8위, 2014년 9위, 2015년 5위였다. 지난해에는 10위로 가장 낮았다. 이와 반비례해 타석당 투구 수는 늘었다. 2014년과 2016년엔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최근 롯데는 초구에 가장 신중하며 타석에서 공을 가장 많이 보는 팀이 됐다.


    이 전략의 결과는 어땠을까. 볼넷은 늘어났다. 타석당 볼넷 비율은 지난 4시즌 모두 4위 이내였다. 문제는 삼진. 공을 많이 보는 타석 전략의 딜레마다. 삼진은 통제하고 볼넷만 늘리면 참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 2014~2016년 롯데는 타석당 삼진 비율이 모두 1위였다. 종합적인 공격력도 신통치 않았다. 이 기간 팀 득점 순위에서 한 번도 4위 안에 들지 못했다.

    2017년의 롯데는 좀 다르다. 초구 공략이 늘었다. 13.59%로 10개 구단 중 4번째로 많았다. 팀 공격력도 좋아졌다. 팀 OPS(출루율+장타율) 4위다.  물론 팀 컬러가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타석당 공 개수는 10개 팀 중 6번째로 평균 이하지만 그래도 중간 정도다. 여전히 볼넷도 많고(2위) 삼진도 많은(1위) 팀이다. 공격력 개선을 이끈 것은 장타율이다. 2016년 8위에서 올해 4위로 올라왔다.   

    작년이나 올해나 볼넷과 삼진의 손익은 비슷하게 상쇄되고 있다. 하지만 좀 더 이른 카운트의 공격이 팀에 이점을 줬다. 롯데 타자들은 원래 빠른 공격에 더 강한 타입이었다. 2016년 3구 이내 공격에서 장타율은 10개 팀 중 5위였고, 4구 이후 공격에서는 9위였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3구 이내 타격 시 장타율이 3위, 4구 이후 장타율은 6위로 역시 빠른 공격에서 더 좋은 결과를 냈다. 

    또 롯데 타자들은 투 스트라이크에 몰린 타석에서 삼진 비율이 41.9%로 모든 팀 중 가장 높다. 이런 특징이 합쳐지면, 공을 기다리는 공격보다 빨리 치고 나가는 공격의 이점이 더 커진다. 넓어진 스트라이크존과 노 피어 성향의 부활이 롯데 타선에 새로운 힘을 물어넣고 있다. 물론 이대호 가세 효과도 있겠지만.
     
    ▶ '나 홀로 삼진 감소', KIA - 더 정교하게

    2016년 대비 타석당 투구 수가 가장 줄어든 팀이 롯데라면, 올 시즌 가장 공을 적게 보는 팀은 KIA다. 2016년 3.85개에서 올해 3.72개로 줄어들었다. 타석당 삼진 비율도 모든 팀 중 가장 낮다. 스트라이크존 확대로 리그 전체적으로 삼진이 늘었다. 하지만 오직 KIA만이 삼진 비율이 줄었다.

    하지만 그 원인과 결과는 롯데와 다르다. 팀 타율은 2016년 9위에서 올해 3위, 출루율은 8위에서 4위로 좋아졌다. 하지만 장타율이 3위에서 5위로 추락했고, 종합 지표인 OPS는 지난해 4위와 올해 5위로 제자리걸음이다.

    투구 수와 삼진 감소는 선수 구성의 변화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2016년 타석당 공 개수를 늘리던 김원섭, 백용환, 서동욱, 이홍구, 노수광, 오준혁 등이 라인업에서 빠졌거나 출전이 줄었다. 이들을 대신한 최형우, 안치홍, 김선빈, 이명기는 대체로 공을 많이 보지 않는 스타일이다. 기존 김주찬과 김주형 등도 공격적 성향이 강하다.

    또 다른 이유는 장타에서 콘택트로 바뀐 타선 성향이다. 지난해 KIA는 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은 홈런을 쳤다. 올해는 공동 7위다. 보통 타선의 색깔이 장타에서 콘택트로 바뀌면 공격력은 약화된다. 타율이 오르더라도 장타율과 출루율이 낮아지면 득점 생산성이 떨어진다. 이 점에서 장타가 줄었음에도 팀 득점 2위를 지키고 있는 KIA는 스트라이크존과 라인업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공 이유는 삼진 억제로 보인다.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에서 타석당 투구 수가 많아지면 삼진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KIA 타자들은 어지간하면 삼진을 당하지 않는다. 스윙을 해서 파울이라도 만드는 콘택트율에서 KIA 타선은 81.6%로 전체 2위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 커트 성공률은 전체 1위다. 그래서 리그 전체 변화와는 달리 삼진을 줄이고 있다.

    삼진이든, 땅볼이든, 플라이든 같은 아웃이다. 하지만 삼진을 당하지 않고 타구를 페어그라운드로 일단 보내는 것만으로도 30% 이상의 출루 확률을 기대할 수 있다. 타석당 공을 가장 적게 보는 KIA 타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능력이다.

    ▶ '닥치고 홈런' SK - 투 스트라이크에 '쫄지' 않는다

    존이 커지고 스트라이크가 늘어나면서 10개 구단 중 9개 구단의 타석당 투구 수는 줄어들었다. 유일하게 늘어난 팀이 하나 있다. '홈런 군단' SK다.

    SK는 2016년에도 1개 팀 홈런 2위(182개)에 오른 팀이다. 1위 두산과는 한 개 차이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타석당 투구 수가 3.75개로 가장 적었다. 올해는 3.92개로 가장 많다. 극적인 변화다. 변화의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다. 지난해 182개의 홈런을 쳤음에도 팀 득점은 9위였다. 올해는 팀 홈런과 팀 득점 순위가 같다. 1위다. 팀 OPS는 유일하게 0.800이 넘는다.

    올해 SK의 팀 타율 순위는 8위로 지난해 4위보다 오히려 나빠졌다. 삼진은 여전히 많이 당한다. 타석당 삼진 비율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위다. 그렇다면 타석당 투구 수가 늘어난 만큼 볼넷이 늘었을까. 그렇지는 않다. 타석당 볼넷은 지난해 10위, 올해 7위다. 올해에도 리그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다소 좋아졌지만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다.

    달라진 건 '압도적'인 홈런 생산성이다. SK 타선의 지난해 타석당 홈런 비율은 3.21%로 1위였다. 2위 두산이 3.13%, 리그 평균은 2.57%였다. 올해는 4.80%로 1위다. 2위 NC는 2.58%, 리그 평균은 2.23%다. 2016년엔 리그 평균의 1.25배였다면, 올해는 2.15배다.


    특기할 점은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도 홈런이 나온다는 점이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 타율은 리그 9위이지만 장타율은 1위다. 2005~2016시즌 어떤 팀도 투 스트라이크 이후 타석당 홈런 비율이 2.5%를 넘긴 적이 없다. 올해 SK는 2.94%다. 미친 듯한 타고투저였던 지난 세 시즌에서도 없던 일을 SK가 하고 있다.

    올해 SK 타선은 공을 많이 본다. 일반적으론 볼넷과 삼진이 모두 늘어난다. SK는 삼진이 많아졌지만 볼넷은 그렇게 늘어나지 않았다. 정상적이라면 '손해'다. 하지만 투 스트라이 이후에도 식지 않은 홈런포 덕에 SK는 일반적인 경향을 거스르고 있다.

    SK는 홈런에 유리한 문학구장을 홈으로 사용한다. 구단은 전략적으로 거포형 타자들을 수집해 왔다. 그래서 홈런은 늘어났지만 특히 2016년엔 출루 능력이 문제였다. 일반적인 해법은 아마 홈런의 효율을 높여 줄 출루형 타자의 영입일 것이다.

    그런데 올해 SK가 보여주고 있는 답은 '그냥 홈런을 더 많이 치는 것'이다. 공을 많이 보면서 삼진을 '상대적으로' 억제하려고 하지 않았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 높은 삼진 비율을 '방치'해 놓고, 더 많은 홈런 기회를 노린다. 이쯤 되면 트레이 힐만 감독이 SK 타자들에게 어떤 '지침'을 내리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신동윤(한국야구학회 데이터분과장)

    데이터는 신비로운 마법도 절대적 진리도 아니다. 대신 "당신 야구 얼마나 해 봤는데?" 라고 묻지도 않는다. 그것은 편견 없는 소통의 언어이며 협력의 플랫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