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투어 앞둔 이승엽의 복잡미묘한 심정

    은퇴 투어 앞둔 이승엽의 복잡미묘한 심정

    [일간스포츠] 입력 2017.08.10 06:00 수정 2017.08.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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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정말 은퇴가 실감난다."


    흥행이 예고된 '대작' 이승엽(41·삼성)의 '은퇴 투어'가 마침내 막을 올린다. 그러나 개봉을 기다리는 '국민 타자'의 심경은 복잡하다. 그의 성격상 자신의 속내를 쉽사리 드러내놓고 얘기하는 선수가 아니다. 그런 그도 10~11일 대전 한화전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은퇴 투어'를 앞두고 적지 않은 고민에 빠졌다.

    8일 오후 대구에서 만난 이승엽은 한국프로야구 36년 역사상 처음으로 실시되는 '은퇴투어'에 대한 몇 가지 소회를 털어놨다. 영광스러운 행사에 감사하는 마음과 상대 팀들을 향한 배려심이 교차하는 때문이다. 이승엽은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한화와의 원정 2연전에 출전한다. 1995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단한 이승엽이 현역 선수로서 대전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다. 그리고 '은퇴 투어'의 첫 출발점이 된다.

    사실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가 구단과 협의해 이승엽을 '은퇴투어'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선정한 건 그의 상징성 때문이다. 이승엽은 실력은 두말할 나위 없는 데다 선수에게 존경받는 인성까지 갖췄다. '국민타자'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그 역시 "KBO 리그에서 첫 번째로 실시되는 은퇴투어인 만큼 내게도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품고 있는 고민의 요소는 '한국형 첫 은퇴투어의 롤 모델 제시'다. 그가 처음부터 '은퇴 투어'에 대해 굉장히 부담스러워했던 이유도 이 '롤 모델' 제시라는 한축이 가슴 깊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배려'와 '진정성'이 함께 녹아 있다. 그 때문인지 그는 연신 "제 의견이 반영될지 모르겠지만 은퇴 투어는 최대한 간소하게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정중한 어조로 말했다.

    이승엽이 이번 은퇴투어를 통해 공유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는 이렇다. '너무 특별한, 떠들썩한 은퇴투어는 지양'해야 하지만 '앞으로 은퇴하는 선수들에게도 좋은 발판이 마련'되기를 바라고 있다.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이승엽은 "경기 중에 특별한 이벤트가 열리는 건 아니겠지만 우선 경기력에 지장이 가면 안 되니까"라고 말했다. '프로는 경기를 통해 팬들께 보여드려야 한다'는 기본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이승엽의 생각이다.

    "사실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 처음에는 나도 은퇴 투어를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이승엽의 머리 속에 깔려 있는 은퇴 투어에 대한 기본 개념이었다. 홈이 아닌 원정구장에서의 행사여서 조심스럽고, 다른 구단에 부담을 끼칠 수 있는 생각에서다. 또 상대팀에 대한 실례라는 측면도 그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배경이다. 게다가 시즌 막판으로 치닫을수록 순위 싸움이 한창 상황도 부담이 됐다.
     

    이승엽의 얘기 중 이 대목이 바로 그것을 반증한다. "홈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는 15시즌 동안 뛴 홈 팬들 앞에서 열리니까 마지막에 마음놓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9개 구장에서 은퇴 투어를 갖는 건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상대에게 존중받으려면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은퇴 투어가 그렇지 않나 싶다"며 "저도 감사하게 받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제 KBO와 각 구단도 팔을 걷어 붙인 상황이다. 한국보다 빨리 야구 프로화가 정착한 미국과 일본에선 '은퇴 행사'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선 생소한 풍경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2012년 치퍼 존스를 시작으로 마리아노 리베라와 데릭 지터, 데이비드 오티스 등이 '은퇴 투어'를 통해 아름다운 퇴장을 했다. 리베라 은퇴시 미네소타 구단은 부러진 배트로 만든 의자를 준비했다. 리베라의 주 무기인 컷 패스트볼에 타자들의 방망이가 수없이 부러진 것을 상징하는 선물이었다. 일본프로야구는 은퇴 선수가 1군 등록 없이도 마지막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은퇴 특례'를 논의하고 있다. 새 규정이 도입되면 은퇴 전 마지막 경기는 1군 엔트리 등록 없이도 출장이 가능하다.
     

    이 밖에 이승엽은 이번 은퇴 투어를 통해 반드시 참가하려는 행사가 있다. '어린이 팬 사인회'다. 이승엽은 지난해에도 홈팬들에게 한 가지를 약속했다. "나도 자녀를 키우는 아버지다. 어린이 팬에게는 적극적으로 다가갈 생각이다. 팬서비스도 프로답게 하겠다"고 했다. 그 약속을 실제로 지켰다. 각 구단은 이번 '은퇴 투어'가 열릴 때마다 어린이 팬 36명씩을 선정해 팬 사인회 초대권을 줄 계획이다.

    11일 대전 한화전은 '은퇴 투어'의 시작일 뿐이다. 이후 시즌 종료 때까지 소속팀 삼성을 포함한 10개 구단에서 저마다 행사를 준비한다. 이승엽은 "이제 채 40경기도 남지 않았다"고 했다. 이제 이승엽을 그라운드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승엽이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마지막 원정길에 나선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