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①]타이거JK ”디기리 합격시킨 후 악성 DM 1500개”

    [취중토크①]타이거JK ”디기리 합격시킨 후 악성 DM 1500개”

    [일간스포츠] 입력 2017.09.08 10:00 수정 2017.09.1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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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결심 끝엔 득과 실이 분명했다.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Mnet '쇼미더머니' 제작진은 원년 시즌부터 꾸준히 타이거 JK(43·서정권)에게 프로듀서로 나와 달라고 러브콜을 보냈다. 타이거 JK는 승낙하지 않았고 5년 만인 여섯 번째 시즌이 돼서야 자신의 회사 필굿뮤직에 소속된 비지(37·박준영)와 나섰다.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환호하고 열광했다. '레전드' '1세대' '오리지널'이라고 불리는 타이거 JK 출연만으로 프로그램의 퀄리티를 높일 거라 자신했다.

    막상 타이거 JK·비지 팀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초반에 꽤 연차 있는 래퍼 디기리가 등장했을 때 모두가 난색을 표했지만 타이거 JK는 그를 뽑았다. 친분에 의한 발탁이 아니냐는 말도 많았다. "오히려 아는 사람을 평가할 때 더 힘들어요. 그의 당락이 나에게 달렸다는 건 너무 부담스럽고 참가자들도 그걸 알아서인지 더 태연하게 행동하죠."

    대신 랩 경력 1년 남짓의 우원재라는 대형 신인을 발굴해 냈다. 이번 시즌 최고의 수확이다. 기존 래퍼들과 달랐다. 직접 쓴 가사를 무기로 진행되는 래핑은 다소 낯설기도 하지만 신선했다. 타이거 JK와 비지는 이 점을 높이 평가했다.

    무난히 시즌을 마치려던 찰나에 마지막 생방송 무대서 일이 발생했다. 우원재는 최종 3인 결승에 올랐고 비지가 지원사격을 나섰으나 가사 실수를 저질렀다.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마치 비지 때문에 우원재가 탈락한 것처럼 몰아갔다. 비지는 급기야 눈물을 글썽이며 마이크를 잡았다.
     
    비지는 취중토크 당일(5일), 결승전 이후 첫 외출이라고 했다. 휴대전화도 꺼 놓은 채 집에 머물렀고 잡힌 인터뷰는 해야 됐기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고 했다. 아직도 많이 불안해 보였다. 대중의 시선보다는 만족스럽지 못한 무대에 대한 자책이었다.

    '쇼미더머니' 얘기와 술 한잔으로 2시간을 후딱 보냈다. 다음 시즌엔 나가지 않겠다고 했으나 일단 두고 볼 일이다.
     




    - 취중토크 공식 질문이에요. 주량은 어떻게 되나요.
    비지 "소주 두 병 정도 마시면 행복한데 같이 있는 사람에겐 민폐가 돼요."
    타이거 JK "잘 마시진 못해요. 세 끼에 맥주 정도 곁들이면 행복한 수준이에요. '쇼미6'을 시작하면서 자주 마시게 됐어요. 정말 힘들었거든요. 아마도 태어나서 가장 힘들었던 도전일 거예요."
      
    - 마지막 회는 어떻게 봤나요.
    타이거 JK "재미있었어요. 서바이벌이라서 그런지 다른 예능 출연 때와는 조금 다른 느낌도 받았어요. 음악적으로 포커싱이 맞춰지길 기대했고, 힙합을 오래 했던 사람으로서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했는데 그건 저만의 착각이었나 봐요. 방송 보면서 '큰일났구나' 한 적이 많아요."
     
    - 악마의 편집을 느꼈나요.
    타이거 JK "한 회 촬영을 위해 3~4일이 걸리고, 이 중 2~3일은 밤을 새워 가며 찍어요. 그 긴 시간 동안 저처럼 말 많은 사람이 카메라 앞에서 얼마나 많은 말을 했겠어요. 방송사 입장에선 필요한 말만 쓰는데 이것 또한 힘들었어요. 악의적 의도로 '악마의 편집'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저 내가 주인공이 아니기에 필요한 말을 고르는 거죠. 방송을 보는 나는 다음 상황을 아니까 걱정되더라고요. 해명할 수도 없고, 그저 방관할 수밖에요."
     

    -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타이거 JK "어떤 친구가 '난 우주 최고의 비트를 만들 거야'라고 해서 나는 '세계 최고의 비트를 만들 거야'라고 말을 주고받았는데 방송엔 내 멘트만 나갔죠. 그게 좀 타격이 컸던 것 같아요."
     
    - 녹화 분위기는 어땠나요.
    타이거 JK "선배라고 날 존중해 주는 상황이 싫어서 오히려 스스로 망가지는 일을 많이 했어요. 새벽 2~3시쯤 되면 다들 지쳐 있거든요. 그럴 때 '내가 너 검색어 1등 만들어 줄게' 하면서 헛소리를 막 뱉어요. 베테랑 예능인들이 방송에 안 나갈 걸 알면서 하는 모션들 있잖아요. 원래 제 성격이 실없고, 썰렁한 농담을 즐기고 대화하는 걸 좋아해요. 혼자서 '난 예능맨으로 스타가 될 거야'라고 상상하고 착각하는 거죠. 막상 방송을 보면 뜬금없이 훈계하고, 이상한 이야기나 하고 있지만요."
     
    - '쇼미6' 출연을 결심한 배경은 뭔가요.
    타이거 JK "'힙합은 무조건 디스'라는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디스를 하지 못하면 실력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는 자체에 놀랐어요. 실수나 약한 모습은 허용될 수 없다는 인식이 어린 친구들에까지 확대되고 있어요. 작업실 앞에 초등학교가 있는데 그 어린 아이들조차 디스한다는 식으로 대화하고 있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이게 힙합이라고 느끼다가 점차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에 무뎌지는 건 아닐까 싶었어요. 그전엔 이런 사람들과 담을 쌓고 살았죠. 그러다 도끼가 설득을 잘해 줬고 힙합을 재미있게 해 보자는 마음을 먹었어요. 뜻대로 되진 않았지만요."
     

    - 제작진에게 이런 생각을 전달해 보진 않았나요.
    타이거 JK "출연 전부터 많이 말했어요.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를 했거든요. 현장에 가 보니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달랐어요. 많은 사람들이 매일 밤을 새우고 고생하니까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없는 거죠. 대기실 쪽잠을 자는 작가들한테 말할 순 없는 거죠. 프로듀서 8명, 1만2000명의 참가자들을 포함해 모두 힘들었어요. 섭외 과정 때와는 다른, 진짜 현실 세계가 펼쳐졌어요."
     
    - 다음 시즌에 출연할 생각은요.
    비지 "전 자신 없어요."
    타이거 JK "안 할 거예요. 대중에겐 과정이 중요하지 않아요. 그건 우리들 사정이죠. 방송 하면서 그걸 직접 느끼니까 다신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방송에 출연하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연예계에 오래 몸담은 사람으로, 미디어 생태계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죠."
     
    - 디기리를 합격시켜서 논란이 됐어요.
    타이거 JK "음악에 대해 피드백이 올 때 수긍할 건 해요. 외모에 대한 비난도 알아서 걸러 내는데, 내가 존재하는 이유나 철학 등이 폄하되는 것이 싫더라고요. 판단력이 흐린 멍청한 사람으로 비쳐지니까 앞으로의 음악 인생이 무서웠어요. 내게 편집 권한이 없으니 뭐라고 할 순 없지만 방송이 다는 아니에요. 디기리도 울었어요."
     

    - 악플도 많았는데요.
    타이거 JK "처음 싸이퍼가 공개됐을 땐 거의 영웅이었죠. '역시'란 반응이 있었어요. 그런데 디기리 사건 이후 분위기가 완전 달라졌죠. 1500개의 디엠(SNS 다이렉트 메시지)이 왔어요. '자살해라' '공부하고 와라'는 욕이 있었죠."
     
    - 그 이후 방송은 봤나요.
    타이거 JK "사람이 미운털이 박히면 그걸 되돌리기가 쉽지 않잖아요. 디기리 사건부터 미운털이 박혀 버리니 제가 어떤 농담을 해도 진지해지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방송을 잘 안 봤어요. 웃긴 게 자막은 또 '레전드' '대부' '전설' 막 이래요.(웃음)"
     
    >>②편에서 계속 

    김진석·황지영 기자
    사진=박세완 기자
    영상편집=민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