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감독 “상어가 돼라” … 한국 여자 ‘퍽’ 더 세졌네

    머리 감독 “상어가 돼라” … 한국 여자 ‘퍽’ 더 세졌네

    [중앙일보] 입력 2017.11.14 01:00 수정 2017.11.1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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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출신 새러 머리 감독은 26세였던 2014년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대표팀 감독이 됐다. 아이스하키스틱을 들고 포즈를 취한 머리 감독. [우상조 기자]

    캐나다 출신 새러 머리 감독은 26세였던 2014년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대표팀 감독이 됐다. 아이스하키스틱을 들고 포즈를 취한 머리 감독.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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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금붕어(goldfish)란 생각이 들어도, 상어(shark)처럼 지느러미를 세우고 빙판을 휘젓자.”
     
    새러 머리(29·캐나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에게 늘 이렇게 주문을 건다. 간절함 덕분이었을까. 주문이 마법처럼 이뤄졌다. 선수들은 어항을 깨뜨리고 바다로 나갔고, 빙판을 한바탕 휘저었다.
     
    머리 감독이 이끄는 한국(세계 22위)이 13일(한국시간) 헝가리 미슈콜츠에서 열린 4개국 친선 여자 아이스하키 대회에서 프랑스(13위)를 3-1로 꺾었다. 유효 슈팅 수(한국 40, 프랑스 23)가 말해주듯 내용 면에서도 프랑스를 압도했다. 한국으로선 지난 4월 네덜란드전(2-0 승) 이후 7개월 만의 승리다. 한국은 박종아·한수진·이은지 등 주축 공격수들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상어처럼 맞서 싸워 역전승했다.
     
    대표팀은 국내 유일의 여자 아이스하키팀이다. 학원팀도, 실업팀도 하나 없다. 1999 강원 겨울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처음 대표팀이 생겼다. 그 후 2011 아스타나-알마티 대회까지 아시안게임에 네 차례 출전해 15전 전패였다. 4골을 넣었고 242골을 먹었다. 올림픽 출전은 꿈도 못 꿨다. 모두가 ‘불모지’로 여겼지만, 꾸준히 물을 주자 희망이 싹텄다.
     
    한국은 지난 4월 강릉에서 열린 2017 여자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 2 그룹A(4부리그)에서 우승했다. 이후 강팀을 상대로 꾸준히 경험을 쌓았다. 7~8월엔 스웨덴(세계 5위)-스위스(6위)-프랑스와 두 차례씩 맞붙었다. 9월에는 미국의 대학 강팀들과 평가전을 치렀다. 이번 대회에선 앞서 헝가리(15위), 덴마크(11위)와 격돌했다. 14연패 끝에 프랑스를 잡았다.
     
    한국은 한 수 위인 상대로부터 지독하게 얻어터졌다. 머리 감독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직 부족하다. 지금은 선수들 체력을 끌어올리고, 팀 전술을 발전시키는 단계”라며 “지금은 아픈 경험이지만, 결국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머리 감독은 2014년 9월 부임했다. 감독 경험도 없는 20대 중반(당시 26세) 외국인 여자감독의 선임은 파격이었다. 머리 감독은 “부임하고 보니 이규선(33·은퇴)이 나보다 네 살 위였다”며 “말은 안 통했고, 늘 긴장했고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부임 초 거의 매일 미국 미네소타의 아버지(앤디 머리)와 한 시간 이상 통화했다. 앤디 머리는 북미 아이스하키리그(NHL) LA 킹스와 세인트루이스 블루스 사령탑(10시즌)을 지냈다.
     
    지난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4부 리그)에서 5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이 머리 감독(가운데)을 헹가래치고 있다. [강릉=뉴시스]

    지난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4부 리그)에서 5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이 머리 감독(가운데)을 헹가래치고 있다. [강릉=뉴시스]

     
    한국을 사상 처음 월드챔피언십(1부리그)에 올려놓은 백지선(50) 남자대표팀 감독은 머리 감독의 조력자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 머리 감독을 추천한 이도 백 감독이다. 백 감독은 평소 “상어가 피 냄새를 맡은 것처럼 상대를 압박하라”고 선수들에게 주문한다. 이 얘길 전하자 머리 감독은 “짐(백 감독 영어 이름)도 그렇게 얘기하는 줄 몰랐다”며 “‘상어가 되라’는 내 말은 두려워 말고 전진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평창올림픽에서 스웨덴·스위스·일본(9위)과 B조에 속했다. 이겨본 상대가 없다. 목표는 일본을 잡고 첫 승리를 거두는 것. 2007 창춘 겨울아시안게임에서 일본에 0-29로 졌던 한국은, 지난 2월 삿포로에서 0-3으로 졌다. 그만큼 격차를 좁혔다. 머리 감독은 “일본은 좋은 팀이고, 세계랭킹도 우리보다 위다. 하지만 한일전에선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8개 팀이 출전하는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는 실력에 따라 A(상위그룹), B(하위그룹) 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다. A조 1, 2위는 준결승에 직행하고, A조 3위-B조 2위, A조 4위-B조 1위가 플레이오프(6강전)로 준결승 진출팀을 가린다.
     
     
    머리 감독은 “처음에는 올림픽에 나간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그런데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고 강팀에 선전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며 “1승을 거두고 다음 단계(6강전)로 올라서겠다”고 말했다. 머리 감독 자신감의 원천은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다.
     
    선수들은 한 달 100만원 남짓의 훈련수당을 받으며 지난 3년간 버텨왔다. ì—°ì„¸ëŒ€ 기악과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한수진(30),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대학원생 박은정(28) 등 비단길 대신 가시밭길을 택한 선수도 여럿이다. 머리 감독은 "지난 2월 아시안게임에서 카자흐스탄(0-1)에 진 뒤 선수들에게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느냐'ê³  물었다. '그냥 하키가 너무 좋다'는 답이 돌아왔다. 우리팀은 열정으로 똘똘 뭉쳐있다"ê³  했다.  
     
    지난 6월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이 논의되면서 선수들이 큰 상처를 받았다. 머리 감독은 "단일팀은 정치적으로는 정말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동안 고생한 선수들에게는 아니다. 당시 단일팀에 대한 공식적인 얘기를 듣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ê±´ '선수들을 최대한 보호하겠다'는 말 뿐이었다. 그런데 결국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ê³  했다.  
     
    지난 3년간 머리 감독이 미국 집에 다녀온 건 석 달이 채 안 된다. 평소에는 한국어를 배우고 비디오 자료를 분석하며 시간을 보낸다. 프랑스를 꺾은 대표팀은 14일 귀국해 짧은 휴가를 다녀온 뒤 20일 재소집한다. 그리고 다음 달 21일, 올림픽 첫 승을 향한 담금질을 위해 3주간 미국 전지훈련을 떠난다.

      
    새러 머리 감독은 …
    새러머리. [뉴스1]

    새러머리. [뉴스1]

    ●생년월일: 1988년 4월 28일
    ●출생지: 미국 미네소타 (캐나다 이중국적)
    ●선수경력: 미네소타대 덜루스캠퍼스(2006~2010·미국),
    HC 루가노(2010~2012·스위스), ZSC 라이온스(2014·스위스)
    ●특기사항: 아버지 앤디 머리(66)도 아이스하키 출신,
    캐나다 국가대표팀 감독(1996~98), NHL LA 킹스 감독
    (1996~2006), 세인트루이스 블루스 감독(2006~2010)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