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기주의 간절함 ”이제는… 욕심낼 수 없다”

    [인터뷰] 한기주의 간절함 ”이제는… 욕심낼 수 없다”

    [일간스포츠] 입력 2018.04.03 06:30 수정 2018.04.0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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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수술대에 오른 것만 4차례. 살이 찢겨지는 고통 만큼이나 마운드에 오를 수 없는 고통 역시 너무 컸다. 삼성 한기주(31) 이야기다. 그가 어렵게 속마음을 털어놨다.

    한기주는 이적 4개월 만에 삼성 마운드에 없어서는 안 될 투수로 자리매김 했다. 총 4경기에서 각 1이닝씩 던져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홀드 2개. 평균자책점은 제로다. 3일 NC전에 돌아오는 장필준이 개막 8경기에서 결장하는 사이 한기주는 셋업맨으로 8회를 든든히 버텨줬다. 덕분에 삼성은 지난해보다 안정된 출발을 하고 있다. 삼성이 승리한 세 경기에 한기주는 모두 등판해 팀의 리드를 지켜줬다.

    지난해 11월 29일, 삼성이 KIA에 외야수 이영욱을 주며 한기주를 영입하는 1대1 트레이드를 진행한 때만 하더라도 이런 활약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한기주가 중간에서 정말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정작 한기주는 "야구는 다 똑같다. 부상으로 재활하던 당시에도 야구는 해왔다. 1군에서 하느냐, 2군 혹은 재활군에서 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면서도 "1군에서 마운드에 오르면 (마음이) 다르긴 하다"고 말했다.
     
    광주동성중-동성고 출신의 한기주는 2006년 KIA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당시 입단 계약금만 10억원.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는 역대 신인 최대 계약금 기록으로 남아있다. 

    큰 기대를 받고 고향팀 유니폼을 입은 그는 입단 초반 승승장구했다. 2006년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10승11패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했다. 2007년과 2008년에는 각각 25세이브(ERA 2.43) 26세이브(ERA 1.71)를 올렸다. 2008에는 베이징 올림픽 대표로 발탁됐고 금메달을 땄다.

    2009년(4승5패 4세이브)부터 그의 야구 인생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쉴 새 없이 부상 악령이 찾아오며 점차 내리막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9년 11월 말 많은 선수들이 찾는 미국 LA조브클리닉센터에서 오른 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토미존 서저리) 및 팔꿈치 뒤쪽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오랜 재활을 마치고 2011년(1승 3패 7세이브) 1군 마운드에 올랐으나 오른손 중지 인대이완술 및 염증제거술을 받았고, 이듬해에는 오른 팔꿈치 통증과 어깨 회전근개염으로 고생했다. 결국 시즌 종료 후 오른손 중지 유착제거 및 인대이완술을 다시 시행했고, 2013년 5월 오른 어깨 연골 봉합술 및 회전근 정리술을 받았다. 중간중간에 어깨 통증과 허벅지 가래톳 통증이 발생, 복귀를 앞두고 다시 재활 과정에 돌해야만 했다. 한기주는 2013~2014년, 2017년을 통째로 날렸다.
     

    그렇게 한기주는 점차 팬들에게 잊혀져갔고, KIA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한기주와 이영욱 모두 친정팀에서 더 이상 기회를 받기 쉽지 않은 환경. 이에 양 팀은 "분위기 전환을 통해 마지막 도약의 기회를 주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빨간색에서 파란색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한기주는 다시 한 번 이를 악물었고 일어섰다. 그동안 안팎으로 힘들었을 부상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상당히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에둘러 속내를 꺼냈다. 한기주는 "부상이라는게 그렇더라. '부상'이라는 단어를 떨치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계속 따라붙는다. 아마 모든 선수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단어(부상)를 싫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기주는 이제 KIA를 상대팀으로 마주한다. 낯설다. 그는 "어색하다. KIA에서 12년 동안 몸 담으며 동료들과 옆에서 대화를 나눴는데, 이제는 그라운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더라"고 했다. 한기주는 3월 17일과 18일 KIA와의 시범경기에 이어, 정규시즌 3월 28일에도 KIA전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이적 후 처음으로 광주 원정길(3월 27~29일)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지만 정중하게 고사했다. 12년 동안 응원해준 KIA 팬들, 그 안방에서 요즘 호투하고 있다고 '인터뷰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를 향해 'KIA를 떠났지만 잘됐으면 좋겠다'는 응원 메시지도 넘쳐난다. 그는 "아무래도 오래 있었던 팀이다. 그런 응원이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애증의 선수를 보낸 KIA 팬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삼성 팬들이 그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내주고 있다. 지난 24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의 개막전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6-3 리드를 지키고 마운드를 내려가자 3루측 원정 삼성 팬들이 '한기주'를 연호했다.

    한기주는 "지금까진 준비 과정이 잘 진행된 것 같다"면서도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 조금씩 더 올려야한다"고 말한다. 이제는 필승조를 넘어 셋업맨으로 활약 중이지만 "어느 보직이든 상관 없다. 팀에 보탬만 된다면 좋겠다. 어느 순간이든 내가 등판해 최선을 다하고, 팀에 좋은 결과가 있으면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한기주는 고교 시절부터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렸던 선수다. 부상 이후 요즘에는 130㎞ 후반대로 떨어졌고 직구 보다 변화구 승부가 더 많다. 강속구 시절이 그리울 법 한데 그는 현실에 순응 "구속에 욕심은 전혀 없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어진 답은 이렇다. "마운드에 올라가 던지다 보면 공이 빠를수도, 느릴수도 있다. 공 하나에 최선을 다해서 던지는게 중요하다."

    한기주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마치 세상을 달관한 이처럼 나지근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이제는 솔직히 욕심을 낼 수 없다. 어깨와 팔을 몇 차례 수술했다. 예전같은 팔 스윙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예전 팔 스윙이 나오더라도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시즌 초반 으레 선수들에게 던지는 목표를 물어봤다. 그는 "1군 내내 1군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게 목표다. 투수라면 10승, 30세이브 등 목표를 얘기하겠지만 내 입장에서 그건 중요하지 않다. 안 다치는게 중요하다." 
     
    이형석 기자 lee.hyeongseok@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