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③]김태호 PD ”'무도2', 하고 싶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지만…”

    [취중토크③]김태호 PD ”'무도2', 하고 싶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지만…”

    [일간스포츠] 입력 2018.04.27 10:00 수정 2018.04.2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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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호 PD(43)는 '토요일'을 상징하는 MBC 대표 프로듀서다. 13년 동안 꾸준하게 그 자리를 지켜왔다.

    평균 이하의 사람들을 내세운 '무모한 도전'을 시작으로 '무리한 도전' '퀴즈의 달인'을 거쳐 지금의 '무한도전'으로 발전했다. 김태호 PD는 조연출 시절부터 이 프로그램과 인연을 맺었고 '무리한 도전'부터 메가폰을 잡았다. 30살부터 참여했다. 자신의 30대를 온전히 '무한도전'과 함께했다. 매주 목요일 '무한도전'의 녹화 날, 이젠 녹화가 아닌 쉼이 주어졌다.

    김 PD에겐 아직 낯설고 어색하기만 한 상황. 가장 먼저 '다음 목요일부터 뭐하지?'란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그간 바닥이 드러난 문학적 소양을 채우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종영 기자간담회 때 베이지색 슈트로 한껏 멋을 냈다. "격식 있게 차려입었더니 주변에서 늙어 보인다고 하더라"면서 취중토크엔 젊은 감각의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등장했다.

    최근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는 김 PD는 그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아저씨와 여행 온 모녀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연예인이 아니다. 난 월급쟁이다"라고 강조하던 그였지만, 서비스 정신은 투철했다. 시청자가 요청하자 응했다. 사진과 사인을 해주고 왔다면서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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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의 '무도'였어요.
    "초반 멤버들이 너무 잘해줬어요. 내가 밑그림을 그리면 채색을 화려하게 해서 다양하게 완성했어요. 근데 어느 순간 내 역할을 못 하는 같아 이름을 빼야 하나 고민했어요. 너무나 긴 제작물에 비해 손을 못 보는 부분이 많아져 색이 흐려졌거든요.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도 재밌었어요. 재밌었으니까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13년의 토요일' 3부작 스페셜 방송 때문에 하이라이트를 쭉 보는데 1부는 지금 봐도 너무 재밌고 흥겹더라고요. 하하가 '무도'를 떠나고 예상됐던 불안감이 찾아왔어요. 그 불안감은 성장의 계기가 됐죠. 2014년 멤버들이 하나씩 떠나면서 변화가 찾아왔어요. 큰 파도에 흔들린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때는 모니터링을 하는데도 힘들더라고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그럼 2014년 이후인가요.
    "아이템을 고민하고 결정하는데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어요. '무도'가 기억할 만한 게 있어 줘야 하는데 그걸 쉽게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보니 하나의 특집이 길어지는 상황이 생겼어요. 특집 끝나고 나서 '다음 주 뭘 해야 하나'에 대한 고민이 찾아오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나만 힘들면 괜찮은데 같이 있는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하니까 잘못된 리더인가 싶었어요. 그래서 새 PD가 오면 어떨까 계속 고민했던 거에요."
     
    -이렇게까지 PD가 안 바뀐 프로그램은 흔치 않죠.
    "욕심 좀 그만 부리고 후배한테 물려주고 떠나란 얘기가 있었는데 그게 제일 답답했죠. 이미 2008년부터 그러고 싶었어요. '무도'를 둘러싸고 '어차피 김태호 프로그램인데'란 게 밑바탕에 깔리면서 주체적인 게 아니라 OEM(주문자위탁생산, 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하게 되니 미안했어요. 후배들한테 넘겨줘야겠다고 결심했던 시간부터는 너무나 힘든 프로그램이 됐어요. 교체 시기를 한번 놓치고 나니 그다음부터 참 애매해졌어요."
     

    -가장 기뻤던 순간은요. 
    "선입견을 깼을 때가 좋았어요. 가령 미스코리아 특집을 준비했는데 그때 당시 '여장하면 망한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녹화 전날 홍철이랑 하하한테 전화해서 '내일 재밌는 거 할 거야. 최선을 다해서 해보자'고 했어요. 거부감 없이 여장을 끝내고 놀다가 녹화에 들어갔어요. 녹화가 생각보다 잘 되어서 오히려 후반에 끊어야 했어요. 그 이후 무언가 준비되어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뭔가 색달라 보인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죠. 뉴질랜드(아이스원정대 특집)에 갔을 때 진짜 걱정했던 게 이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3회 분량을 찍냐였어요. 가는 과정, 자는 거, 먹는 거, 씻는 거 다 담았죠. 그렇게 여행 버라이어티의 첫 구성안이 됐어요. 하나하나의 선입견과 싸워가면서 얻어낸 것들이 '무도'의 역사에 큰 획을 남겼어요. 그게 좋았던 것 같아요."
     
    -'무도'를 보고 영향받아 봅슬레이를 시작했다는 전정린 선수가 있었어요.
    "달력판매를 한 후 수익금으로 장학금을 전달하면서 나중에 우리 장학금을 받고 공부한 학생 중 혹시나 인류에 큰 도움을 주는 사람이 나타나면, 대한민국에 빛을 발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얼마나 뿌듯할까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봅슬레이 특집할 때 올해 이렇게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게 정해지지도, 메달을 딸 거라고 생각도 못 했는데 참 기쁘더라고요. 2009년 봅슬레이 특집을 하고 2010년 IOC 회원들이 한국에 오는 날 평창에서 특집을 녹화했어요. 평창으로 2018년 동계올림픽 장소가 결정됐을 때 같이 울었어요. 현장에 정말 가고 싶었는데 녹화 준비로 가진 못했어요."
     
    -'예능의 예능'이란 평가에 대한 생각은요. 
    "너무 감사하죠. 초창기엔 미운 오리 같았어요. 누군가의 눈엣가시로 보였을 수도 있는데 '그거 하면 망해'란 것만 찾아서 했어요. 캐릭터의 힘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어요. 뉴욕 특집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쉬워요. 여유가 없었어요. 여유가 좀 더 있었으면 웰메이드가 될 수 있었는데 모든 걸 쫓기면서 하니까 앞뒤 구분 못 하고 달려온 같아요. 너무 많은 걸 하려 했어요."
     
    -또 다른 아쉬운 점이 있나요.
    "2014년부터 관찰 예능의 시대가 시작됐어요. 고민이 될 때 시청자에게 질문을 던졌죠. 그게 바로 '선택 2014' 특집이었어요. 2014년 초반 위기설이 제기됐거든요. 시청자 의견이 반반이었어요. 기존에 하던 대로 웃음 위주의 걸 했으면 좋겠다가 반, 홍철이가 주장했던 대로 리얼한 걸 하자는 것도 반이었어요. 예능 장르는 보는 사람이 정하는 거잖아요. 균형 있게 하란 답을 얻어서 그렇게 가려고 했죠. 근데 그런 와중에 홍철이가 하차하게 됐어요. 관찰 예능 홍수 속에 '무도'만이라도 웃음 지향적인 것들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더 많은 웃음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쉬워요."

    -유재석 씨는 어떤 의미였나요.
    "유재석 씨의 세계관이 겹쳐 '무도'가 탄생했어요. 유재석 씨를 가장 많이 대변한 게 '무도'였기에 정말 많은 걸 쏟아부었어요. 그래서 프로그램 하차와 관련해 고민할 때, 결정할 때 제일 먼저, 가장 많이 얘기했던 사람이에요."

    -'무도'는 김태호 PD의 인생이네요.
    "30살에 시작해서 43살이 됐어요. 나의 30대가 온전히 다 들어가 있어요. 프로그램 때문에 만난 건 아니지만 '무도'를 하는 동안 아내도 만났고 아들도 태어났죠. 이제 아이가 아빠가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보면 '프로그램 만드는 사람', 프로그램 이름이 뭐냐고 물으면 '무한도전' 이렇게 답할 수 있는 나이가 됐는데 딱 멈추게 됐어요."

    -13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한 멤버들과 '애증의 관계'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적합할 것 같아요.
    "진짜 가족처럼 미울 때도 있고, 고마울 때도 있고 그래요.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다름을 인정한 이후엔 싸움이나 갈등이 없었어요. 불화설은 사실이 아니에요."
     
    -시즌제를 간절히 외쳤었는데 이젠 시즌제의 선택권을 쥐게 됐어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죠.(웃음) 시즌제는 라인업을 미리 정해놓고 시의성 맞는 걸 중간중간에 추가해서 진행하면 돼요. 몇 년 전에만 시즌제를 시작했어도 이렇게 멈추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기존의 '무도'와 관련된 생각들을 다 비우고 새로운 걸 그려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그런 다음 '무도'라는 그릇에 담을 수 있는 좋은 아이템들로 시즌2를 채울 수 있다면 새로운 '무도'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시즌2에 대한 마음은 어느 정도인가요.
    "하고 싶은 마음은 커요. 자신 있게 한다고 하고 싶어요. 그럼 이미 준비가 됐다는 얘기니까요. 굴러오던 관성이 커서 지금까지 왔다는 걸 부정하지 못해요. 그런 걸 억지로 멈춘 거잖아요. 다시 그 큰 공을 굴리려면 기존에 한 것보다 더 많은 힘이 필요해요. 만약 시즌2를 하게 된다면 그 안에 엄청난 자신감과 아이템이 있어야 해요."
     
    -만약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 싶은가요.
    "'무도'는 모양이 독특해요. 생긴 것 자체가 독특해서 왜곡될 수가 있어요. 아무리 좋은 원단을 가지고 와도 멤버에게 맞는 옷으로 만들어야 해요. 이들에게 맞는 옷이지 모두에게 적합한 옷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시즌제 얘기할 때 6개월은 '무도'를 하고 나머지 6개월은 그간 못한 것을 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요.
    "잊히는 게 두려우면 빨리 오고 싶겠죠. 근데 그렇게 서두르다 그 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잖아요. 할 게 있어서 쉬는 게 두렵진 않아요. 뭘 해야 할지 필요성이 있어서 멈춘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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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사진=박세완 기자
    장소=경리단길 테이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