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④]김태호 PD ”훗날 MBC 사장요? 높은 자리 욕심 없어요”

    [취중토크④]김태호 PD ”훗날 MBC 사장요? 높은 자리 욕심 없어요”

    [일간스포츠] 입력 2018.04.27 10:00 수정 2018.04.2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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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호 PD(43)는 '토요일'을 상징하는 MBC 대표 프로듀서다. 13년 동안 꾸준하게 그 자리를 지켜왔다.

    평균 이하의 사람들을 내세운 '무모한 도전'을 시작으로 '무리한 도전' '퀴즈의 달인'을 거쳐 지금의 '무한도전'으로 발전했다. 김태호 PD는 조연출 시절부터 이 프로그램과 인연을 맺었고 '무리한 도전'부터 메가폰을 잡았다. 30살부터 참여했다. 자신의 30대를 온전히 '무한도전'과 함께했다. 매주 목요일 '무한도전'의 녹화 날, 이젠 녹화가 아닌 쉼이 주어졌다.

    김 PD에겐 아직 낯설고 어색하기만 한 상황. 가장 먼저 '다음 목요일부터 뭐하지?'란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그간 바닥이 드러난 문학적 소양을 채우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종영 기자간담회 때 베이지색 슈트로 한껏 멋을 냈다. "격식 있게 차려입었더니 주변에서 늙어 보인다고 하더라"면서 취중토크엔 젊은 감각의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등장했다.

    최근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는 김 PD는 그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아저씨와 여행 온 모녀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연예인이 아니다. 난 월급쟁이다"라고 강조하던 그였지만, 서비스 정신은 투철했다. 시청자가 요청하자 응했다. 사진과 사인을 해주고 왔다면서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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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PD의 무게감을 느끼나요.
    "이름이 알려졌다는 점은 있는데 회사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남들이 물으면 '월급쟁이'라고 해요. 가끔 사람들이 혼동해서 '연예인 처음 봐요'라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면 '연예인 아닌데요'라고 해명해요."
     
    -나영석 PD와 미묘한 신경전 같은 건 없나요.
    "나영석 PD는 자신만의 색이 뚜렷하게 있어요. 잘 짜인 시스템 내에서 크리에이터로서 대중이 원하는 걸 콕콕 짚어서 보여줄 수 있죠. 대중의 입맛을 워낙 잘 알고 있고 그 방향으로 본인의 색을 쭉 유지해요. 믿고 보는 하나의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아쉽게도 MBC엔 아직 그런 시스템이 없어요."
     
    -의식한 적이 없다는 말인가요.
    "비교가 되는 상황일까요. 색도 다르고 각자의 특징도 너무 달라서요. 13년 동안 매주 토요일 가족 시간대 메인 프로그램을 해왔는데 정작 '이게 내 성향과 맞는가'라고 끊임없이 반문했어요. 개인적으로는 B급, 블랙코미디를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새롭게 도전한다면 내 색이 보이는 걸 해보고 싶어요."
     
    -특별한 직업병이 있나요.
    "영화를 한 번에 못 봐요. 극장에서는 쭉 보는데 집에서는 '저걸 어떻게 찍었지?' 그러면서 계속 끊어가며 봐요. 한 번에 하나를 못 봐요.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면 2시간짜리를 20분으로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요. 불필요한 점을 찾는 게 있어요. 가끔은 '방어기제'라고 하는데 워낙 '무도' 하면서 사건사고나 논란이 많았던 터라 안 좋은 기억을 잊으려고 하는 성향이 강해서 건망증이 심해졌어요. 또 감정 컨트롤을 너무 많이 하니까 감정 표현이 적어졌어요. 어떻게 보면 로봇이 됐어요. 어떤 상황에도 빨리, 차분하게 정리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사람이 더 재미가 없어졌어요. 재밌는 거 하다가 재미를 잃어버린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거죠."
     
    -어떤 남편, 아빠인가요.
    "이제부터 잘해야죠. 가정에 할애하는 시간이 부족했어요. 아내는 나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해요. 그래도 가정에 충실하고 아이에게도 충실했어요. 밖에서 칭찬받는 PD지만 집에 와서는 내세우고 자랑스러워할 게 없었어요."
     
    -가족들을 위해 가장 하고 싶은 것 뭔가요.
    "가족 여행을 가려고 준비하는 시간이 너무 즐거워요. 가족 여행도 준비되어 있고 또 해외에 한, 두 달 머물 예정이에요. 우리 가족만의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훗날 MBC 사장에 대한 욕심이 있나요.
    "PD가 하고 싶어서 MBC에 들어왔지 높은 자리에 앉고 싶어서 들어온 게 아니에요. 잠시 부장급(CP)으로 업무를 했었죠. 누가 '부장님'이라고 부르면 너무 어색했어요. 'PD님'이란 호칭이 제일 좋아요. 부장을 잠시 해보니 부장하고 있는 선배들이 너무 고맙더라고요. 본인들도 얼마나 프로그램을 하고 싶겠어요. 해보니 이제야 그 입장이 이해 가더라고요."
     
    -잠잠할 만하면 이적설이 나오곤 해요.
    "'얼마 받고 간다'고들 하는데 결국은 그게 어디든 뭘 할 수 있는지 색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얼마 받고 가면 그게 빚이 되고 그들의 시각으로 볼 수밖에 없게 되잖아요. 몸값을 하려고 하면 망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누구한테 빚진 상황이 아니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걸 보여주면 값어치가 올라가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들이 내게 묻는 게 '너 뭐 할 거야?'가 아니라 '너 어디가?'였어요. 난 김태호고 어디 있든 김태호 PD잖아요. 뭘 보여줄 거냐고 물으면 지금 당장은 없어서 답할 수 없지만, 내가 플랫폼이 되고 싶어요."
     
    -백지수표설도 있었어요.
    "구체적으로는 콘텐트 제작회사를 만들어보라는 취지로 200억, 300억 제안을 주신 분들이 있었어요. 익숙치 않은 돈이라 감이 안 왔어요. '아직도 난 어떤 콘텐트를 만들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끝나질 않았어요. 이번 휴식 동안 이 답을 찾는 게 어느 것보다도 중요할 것 같아요."  

    -인간 김태호, PD 김태호의 목표는요.
    "'무도'라는 플랫폼 안에서 상당히 많은 특집을 했어요. 다양한 포맷으로 해보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무도'밖에 못한 게 됐어요. 나 역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현장에서 디렉터로서의 욕심은 없고 프로듀서로서 틀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인간으로서는 이 세상에서 쓰임이 명확하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남길 만한 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근데 구체적으로 그게 뭔지는 아직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끝으로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즐겁게 돌아오고 싶어요. 한가지 걱정은 다시 돌아올 때 너무 주목할까 봐 걱정돼요. 가명 쓰고 다른 사람 이름으로 나올까 봐요.(웃음) 큰 쇼를 끝까지 시청해주셔서 감사해요."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사진=박세완 기자
    장소=경리단길 테이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