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려는 '삼사자 군단' 잉글랜드냐,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하는 '중원의 힘' 크로아티아냐.
잉글랜드와 크로아티아가 2018 러시아월드컵 4강에서 격돌한다. 두 팀은 오는 12일(한국시간) 오전 3시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대회 4강전 두 번째 경기서 결승 진출을 다툰다. 두 팀 모두 오랜만에 4강에 진출해 어느 팀이 결승에 진출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잉글랜드는 '축구 종가'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월드컵에선 좀처럼 빛을 보지 못했다. 4강에 진출한 것은 1990 이탈리아월드컵 이후 무려 28년 만이고, 우승을 경험한 것은 그보다 더 오래됐다. 자국에서 열린 1966 월드컵 당시 우승을 차지한 뒤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심지어 최근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2014 브라질월드컵에선 각각 16강 탈락,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오랜만에 4강에 오른 잉글랜드의 각오가 남다른 이유다.
이에 맞서는 크로아티아도 잉글랜드의 사정을 봐줄 여유가 없다. 크로아티아는 1998 프랑스월드컵 때 이룬 4강 신화 이후 한 번도 좋은 성적을 거둔 적이 없다. 2002 한일월드컵과 2006 독일월드컵 때는 모두 조별리그에서 짐을 쌌고 2010 남아공월드컵 때는 아예 본선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루카 모드리치(33·레알 마드리드) 이반 라키티치(30·바르셀로나) 등 발군의 스타들이 나선 2014 브라질월드컵에선 본선 무대에 진출하고도 1승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토너먼트에 나서지 못했다.
'축구 종가'의 자존심을 되찾으려는 잉글랜드와 4강 신화의 추억을 안고 버텨 온 크로아티아 모두 이번 러시아월드컵은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다. 당연히 두 팀 모두 역대 최고 성적인 우승을 목표로 4강전을 준비 중이다. 분위기 싸움에선 그동안 걸려 있던 '승부차기 저주'를 깨고 승승장구 중인 잉글랜드가 조금 앞서 있다. 토너먼트 첫 경기였던 16강 콜롬비아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1로 비긴 잉글랜드는 승부차기에서 조던 픽포드(24·에버턴) 골키퍼의 활약 속에 4-3 승리를 거뒀다. 그동안 월드컵에서 승부차기 3전 전패를 기록하며 '징크스'에 발목을 잡혔던 잉글랜드에는 기적 같은 승리였다. 잉글랜드가 승부차기 징크스를 털어 내면서 우승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또 득점왕 후보 1순위 해리 케인(25·토트넘)을 중심으로 팀 전체가 뭉쳐 매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조직력을 앞세운 유기적인 팀플레이와 높은 성공률을 자랑하는 세트피스까지, 토너먼트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건도 두루 갖췄다.

크로아티아는 모드리치와 라키티치가 버티고 있는 단단한 허리를 앞세워 잉글랜드에 맞설 예정이다. 미드필더 라인만 놓고 보면 4강에 오른 나머지 세 팀과 비교해 전혀 뒤질 것 없는 최강의 허리다. 러시아와 8강전에서 최우수선수(MOM)에 선정된 모드리치의 완벽한 조율에 힘입어 세계적인 공격수 마리오 만주키치(32·유벤투스)가 잉글랜드의 골문을 정조준한다. 픽포드 골키퍼와 함께 이번 대회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수문장 다니엘 수바시치(32·AS 모나코)가 케인의 슈팅을 얼마나 막아 낼지도 볼거리다.
두 팀은 A매치 맞대결을 총 7차례 펼쳐 잉글랜드가 4승1무2패로 앞서 있다. 여기에 크로아티아가 16강전과 8강전에서 2경기 연속 연장 혈투를 펼치며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치른 탓에 체력적으로도 불리하다. 하지만 자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쓰겠다는 각오만큼은 잉글랜드 못지않게 단단하다. 두 팀의 경기는 지금까지 맞대결보다 한층 더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