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메모리얼] 고두심-장나라-노무현 대통령까지, 올스타전 역대 시구 돌아보기


이경진
시구는 이제 KBO 리그의 특별한 문화 가운데 하나로 정착됐다. 중요한 게임은 물론이고 정규 시즌에서도 필수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매년 화제의 시구자들이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 오르내리고, 모두가 더 기발한 방법으로 시구하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낸다.
그 가운데서도 올스타전 시구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영광으로 꼽힌다. 특별한 사연이 있거나 그 시기에 가장 화제가 된 인물, 혹은 야구를 포함한 각 분야에서 상징성을 띠는 인사가 주로 올스타전 시구를 맡는다. 올스타전 시구자 명단을 보면 세상의 변화와 KBO 리그의 역사가 엿보일 정도다.

고두심

매년 장소를 바꿔 가며 열리는 올스타전 특성상 그해 개최지 특성에 맞는 시구자들이 선정되기도 했다. 사직구장에서 열린 1993년 올스타전에는 부산 출신으로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챔피언에 오른 탁구 스타 현정화가 양장을 입고 등장해 시구를 맡았다. 역시 부산에서 개최된 2007년엔 롯데 출신 역대 '미스터 올스타'인 김용희·허규옥·김민호·김응국·박정태가 나란히 시구하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당시 올스타전에 출전했던 현역 후배 포수들이 이 레전드들의 공을 받았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은퇴 시즌인 2017년까지 올스타 베스트10에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이승엽을 위한 축제'가 펼쳐졌던 그해 올스타전에서 시구는 이승엽의 장남 은혁군과 차남 은엽군이 맡았다. 이승엽은 포수로 앉아 두 아들과 그 순간을 함께했다.

올스타전 시구 이후 지금은 다시 볼 수 없게 된 인물들도 있다. 작고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철통 보안과 007 작전 끝에 2003년 올스타전 시구자로 깜짝 등장해 놀라움을 안겼다. '구도' 부산 출신답게 프로선수 못지않은 투구 폼으로 박수를 받았다. 한국 야구의 레전드 투수였던 고 최동원도 2004년 사직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기념 시구를 했다. 롯데를 빛낸 '안경 에이스'의 등장에 부산 팬들의 뜨거운 환호가 쏟아졌다.
배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