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대 선수” 오사카,‘롤모델’앞에서 기죽지 않았다

    “선수 대 선수” 오사카,‘롤모델’앞에서 기죽지 않았다

    [일간스포츠] 입력 2018.09.10 06:00 수정 2018.09.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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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인 최초로 테니스 메이저 대회 단식 정상에 오른 오사카 나오미는 아이티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혼혈 선수다. 키 180㎝의 건장한 체격에 최고 시속 190∼200㎞를 오가는 강력한 서브, 공격적인 스타일을 겸비한 '차세대 톱 랭커'다.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26위·미국)를 상대해서도 오사카는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이날 결승에서 맞붙은 윌리엄스와 오사카의 나이 차이는 16세나 됐다. 이는 1991 US오픈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와 모니카 셀레스의 17세 차 다음가는 기록이다.

    둘은 단순히 나이 차이만 크게 나는 것이 아니라 경력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윌리엄스는 이 대회에서만 6번 우승하는 등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23번이나 정상에 오른 '여제'지만 오사카는 이번이 생애 첫 메이저 대회 결승 진출이다. 물론 윌리엄스가 지난해 9월 아이를 출산한 뒤 올해 경기장에 돌아와 전성기 기량에는 다소 미치지 못한다 해도 많은 사람들이 윌리엄스의 우세를 점친 것은 당연했다.
     
    이번 우승으로 오사카는 2006년 당시 19세였던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이후 US오픈에서 최연소 여자 단식 우승자가 됐다.

    현재 세계 랭킹 19위인 오사카는 이번 우승으로 10위 안으로 진입한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오사카는 3세 때부터 미국에서 자랐으며 15세던 2013년부터 테니스 성인 무대에 진출했다.

    메이저 대회에는 2016 호주오픈에 처음 출전했으며 당시에도 18번 시드였던 엘리나 스비톨리나(우크라이나)를 꺾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을 일찍부터 나타냈다.

    2016년 세계 랭킹 100위와 50위 벽을 한꺼번에 넘어선 그는 그해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신인상 격인 '올해 새로 등장한 선수(Newcomer Of The Year)'에 선정됐다.

    지난 3월 WTA투어 BNP 파리바오픈에서 샤라포바·시모나 할레프(루마니아) 카롤리나 플리스코바(체코)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연파하며 생애 첫 투어 대회 단식 정상에 올랐고, 이어 열린 마이애미오픈에서 윌리엄스를 역시 2-0으로 완파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어릴 때부터 윌리엄스를 '롤모델'로 삼고 운동해 왔다는 오사카는 "많은 분들이 윌리엄스를 응원했는데 이렇게 경기가 마무리돼서 죄송하다(I'm Sorry)"고 인사했다.

    그는 "오늘 경기를 보러 와 줘 감사하다"고 말한 뒤 "윌리엄스와 US오픈 결승전을 치르는 것은 나의 오랜 꿈이었다. 이렇게 윌리엄스와 경기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고 다시 윌리엄스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 이후 오사카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경기를 앞두고 경기장에 들어섰을 때는 마치 내가 세리나의 팬이 아니고, '선수 대 선수'로서 경기하러 온 느낌이었다"며 "경기를 마친 뒤 네트에서 포옹했을 때는 다시 (세리나의 팬이었던)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현재 오사카의 코치인 사샤 바진은 윌리엄스의 히팅 파트너로 일한 경력이 있다.

    올해 4대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은 캐럴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호주오픈) 시모나 할레프(프랑스오픈) 안젤리크 케르버(독일·윔블던)에 이어 이번 대회 오사카까지 모두 다른 우승자가 배출됐다. 2년간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에서 매번 다른 선수로 8명의 우승자가 나온 것은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최근 2년이 처음이다.

    최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