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피플]'시련 극복' 권한나 ”작은 일에도 감사하다”

    [핸드볼피플]'시련 극복' 권한나 ”작은 일에도 감사하다”

    [일간스포츠] 입력 2019.01.08 06:00 수정 2019.0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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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설공단 레프트백 권한나(가운데)가 지난 6일 삼척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청과의 경기에서 동료들을 독려하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부산시설공단 레프트백 권한나(가운데)가 지난 6일 삼척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청과의 경기에서 동료들을 독려하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작은 일까지도 감사하다".
     
    권한나(30·부산시설공단)는 복귀 소감을 묻는 질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 처음으로 겪은 긴 재활기 탓에 자신감이 떨어졌고, 익숙하던 부담감도 떨쳐 내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겨 내고 다시 코트에 섰다. 인고의 시간을 겪은 그는 조바심을 다스리는 자세를 배웠다.
     
    권한나는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2014년부터 네 시즌 연속 핸드볼코리아리그 베스트7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뛰어난 레프트백으로 인정받았다. 2016~2017시즌 득점왕, 2014시즌 MVP(최우수선수), 2016 챔프전 MVP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2012 런던올림픽, 2016 리우 올림픽에선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핸드볼의 저력을 알렸다.
     
    그러나 시련이 찾아왔다. 2017년 12월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했지만 왼쪽 무릎 부상을 당했다. 치료만 6개월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고, 긴 재활이 시작됐다. 권한나는 "운동을 하면서 처음 다쳤고, 가장 긴 시간 동안 코트에 서지 못했다. 솔직히 겁이 났다. 걱정과 부담도 커졌다"고 돌아봤다.
     
    허탈한 마음도 다스려야 했다. 오랜 시간 동안 바라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유럽 무대 진출에 진전이 있던 상황에서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는 "신체적으로 아픈 것보다 꿈도 잠시 접어야 했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고 전했다.
     
    심지어 재활 속도도 더뎠다. 컵 대회를 치르는 소속팀을 보면서 미안한 마음도 커졌다. 신체보다 심리를 다잡아야 했다. 몇 번이나 수술을 받고도 복귀했던 선수들을 보면서 용기를 얻었다. 동료, 팬 그리고 지도자들의 응원도 도움이 됐다. 호재도 있었다. 핸드볼코리아리그가 겨울 리그로 전환하면서 실전 공백을 줄일 수 있었다.

     
    권한나는 복귀 후 4일 열린 SK슈가글라이더즈와 경기에서 시즌 개인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권한나는 복귀 후 4일 열린 SK슈가글라이더즈와 경기에서 시즌 개인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권한나는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다. 지난달 21일 삼척체육관에서 열린 인천시청과 경기에서 교체 출장했다. 24분을 뛰며 4골 1어시스트를 기록해, 팀 승리에 보탬이 됐다. 이후 네 경기를 더 소화했다. 4일 열린 지난해 디펜딩 챔피언 SK슈가글라이더즈와 경기에선 9m 필드골을 모두 성공시키며 시즌 개인 최다 득점(5점)을 기록했다.
     
    아직 몸과 마음 모두 정상은 아니다. 권한나는 "괜찮아질 만하면 불안해진다. 기량이 좋은 선수들을 상대로 몸싸움을 해야 하는데 머릿속에 부상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는 속내를 전했다. 무릎도 여전히 아프다.
     
    팀 동료 류은희, 지난 시즌 챔프전 MVP 김온아(SK) 등 어깨를 견주던 선수들과 다시 경쟁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 조바심은 내지 않는다. 그는 "차근차근 하겠다. 1년 전을 생각하면 다시 뛸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감사하다. 물론 나를 향한 기대감이 있지만 워낙 뛰어난 팀 동료가 많아서 걱정하지 않는다. 나도 동료 덕분에 개인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선수는 될 수 있다"며 웃었다.
     
    SK전을 승리로 이끈 뒤 수훈선수 인터뷰도 했다. 그러나 권한나는 이 경기를 반성하며, "지난해 우승팀과의 경기였다. 연승을 하는 상황에서 고비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도 무리를 한 거 같다. 오버페이스였다"고 했다. 이어 "이제 1라운드다. 아직 2·3라운드가 남았다. 우승에 기여하려면 가장 중요한 때에 맞춰서 몸을 끌어올려야 했다. 팀에 부상을 안고 뛰는 선수도 있다. 변수에 대비하려면 당장은 무리하면 안 된다"고 자책했다.
     
    부산시설공단으로 이적한 뒤 치르는 첫 시즌이다. 류은희·심해인·남영신 등 국가대표 선수가 많은 팀이다. 권한나까지 가세했으니 날개를 달았다. 실제로 1라운드 일곱 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며 1위를 독주하고 있다.
     
    권한나는 재활을 기다려 준 팀에 보답하는 게 기량과 자존심 회복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개인 목표는 없고, 팀 우승에 기여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새 동료들과 팀워크 향상을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대표팀에서 함께 뛰던 선수들이 많다.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맞추려고 한다. 단합을 위한 노력이 보이는 팀이다. 나도 기여하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권한나는 화려한 경력만큼 노하우도 많은 선수다. 그는 부상 방지와 체력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다부진 모습을 보인다. 리그 최고의 선수는 이제 주연이 아닌 조연을 자처하며 이번 시즌을 치를 각오를 한다. 성숙해진 권한나의 행보가 주목된다. 부산시설공단의 진화도 기대감을 모은다.

    삼척=안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