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 주연 '남자친구', 왜 이리 답답하고 시대착오적인가

    송혜교 주연 '남자친구', 왜 이리 답답하고 시대착오적인가

    [일간스포츠] 입력 2019.01.2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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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 포스터. [사진 tvN]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 포스터. [사진 tvN]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송혜교와 박보검의 멜로로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남자친구’(tvN)가 별다른 주목도 받지 못한 채 24일 종영을 앞두고 있다.  
    시청률 또한 실망스럽다. 시청률은 2회때 10.3%(닐슨코리아)까지 올랐지만 점차 하락하면서 현재 7%대로 떨어졌다. 수치로만 보면 낮다고 할 순 없지만, 톱스타 송혜교와 박보검의 이름값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멜로에 최적화된 여배우로 평가받는 송혜교, 반듯하고 수려한 이미지로 폭넓게 사랑받고 있는 배우 박보검의 조합이 왜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걸까.   
     
     
    전문가들 "진부하고 답답한 스토리가 패착"  
    많은 전문가들은 진부한 스토리가 패착이었다고 지적한다. 드라마는 유력정치인의 딸이자 유능한 사업가 차수현(송혜교)과 순수한 영혼을 가진 6살 연하의 부하직원 김진혁(박보검)의 러브스토리다. 한번도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보지 못한 수현과,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온 진혁의 로맨스를 통해 평범한 행복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는 게 드라마의 기획의도다.  
    신데렐라가 왕자님을 만나는 흔하디 흔한 멜로드라마 구조를 뒤집은 건 좋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요즘 드라마가 맞나 싶을 정도의 진부한 설정과 뻔하다 못해 지루하기까지 한 전개 등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몰입할만한 틈조차 주지 않았다.     
    멜로는 두 남녀가 깊고 끈끈한 감정의 교류를 통해 공감대를 쌓고, 둘 사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가는 과정이 중요한 장르다. 그들의 사랑이 완성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시청자들은 그런 과정을 가슴 졸이는 심정으로 지켜보며 응원하고 몰입하게 된다.   
     
    드라마 '남자친구'의 한 장면

    드라마 '남자친구'의 한 장면

    드라마 '남자친구'

    드라마 '남자친구'

    하지만 ‘남자친구’에선 쿠바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우연을 남발하는 무리수를 둬가며 애틋한 감정을 싹틔운 두 주인공의 사랑이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요즘 말로 ‘고답(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하다)’이다.   
    두 배우가 12살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빚어내는 알콩달콩한 '케미'에만 기대는 이야기는 같은 곳만 빙빙 돌고 있다. 우연한 계기로 사랑에 빠진 두 주인공이 외부 환경에 의해 갈등을 맞지만 이를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고, 또 다시 맞부닥치는 위기는 형태만 달라질 뿐 둘이 또 다시 마음을 다잡는 건 마찬가지다. 이별과 재회의 무의미한 반복이 도돌이표처럼 이어지고 있다.    
     
     
    둘의 사랑 가로막는 엄마들 시대착오적이란 지적 
    게다가 이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인 ‘엄마들’의 행동도 작위적이다 못해 시대착오적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혼한 며느리 수현을 끝까지 옭아매려 하는 태경그룹 김화진 회장(차화연), 자신의 욕망을 위해 딸을 이용하는 수현의 비정한 엄마 진미옥(남기애)까지는 멜로에서 흔히 봐온 클리셰(상투)적인 인물이라 쳐도, 다짜고짜 수현을 찾아가 “우리 진혁이와 제발 헤어져달라”고 매달리는 진혁의 엄마 주연자(백지원)의 행동은 구시대적으로 비친다. '쌍팔년도' 드라마 같다는 말을 듣는 가장 큰 이유다.     
     
    드라마 '남자친구'

    드라마 '남자친구'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도 이런 점을 지적하며, ‘주제의식과 에피소드가 따로 노는 스토리’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고전적 신데렐라 얘기를 시대에 맞게 뒤집은 건 평가할 만 하지만, 전개과정에서 드러나는 갈등구조와 에피소드는 기존 남성중심 멜로에 나올 법한 식상한 것들”이란 지적이다. 그는 또 “사건이 많지도 않고, 이야기도 새롭다고 볼 수 없다”며 “시청자들이 재미를 찾기 어려운 드라마”라고 덧붙였다.  
     윤석진 드라마평론가(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첫회를 보며 멜로 특유의 감성을 제대로 표현할 것 같다는 기대를 했는데, 이후 이야기 전개가 억지스럽고 설득력도 떨어져 실망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수현과 진혁간 정서적 교류의 장애와 갈등을 수현의 전 시댁인 재벌가와 관련된 것으로만 풀어가기 때문에 진부하고 공감할 수 없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며 “그런 공감대의 부족을 두 주연배우의 스타성에만 의존하려 한 건 안일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 '송혜교와 박보검의 16부작 CF'란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굳건한 남주, 심약한 여주 이럴려면 왜 성별 바꿨나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듯 야심차게 출발했던 성별 반전 로맨스도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 수현은 집안도 좋고, 사업수완도 인정받는 능력자지만 내내 무기력하고 고뇌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존 멜로드라마의 남자주인공들은 이혼 경력이나 여성 편력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수현은 이혼 뒤에도 전 시어머니인 김 회장의 기에 눌려 사사건건 발목을 잡힌다. 진혁보다 많은 것을 가졌지만 아무런 능력도 발휘하지 않고 쉽게 좌절하며, 위기에 빠질 때마다 자신을 헌신적으로 사랑해온 전 남편이나 진혁의 도움을 받는다.
     
    드라마 '남자친구'의 차수현

    드라마 '남자친구'의 차수현

    반면 진혁은 신데렐라 스토리의 여주인공처럼 연인 앞에서 애교를 떨기도 하지만, 아무런 결핍없이 반듯하고 순수하게 자라났기에 자신의 고용주 수현과의 사랑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관계의 주도권을 잡는다. 그렇다보니 주변의 거센 이별 종용에도 진혁은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지만, 수현은 작은 자극에도 이별을 결심할 정도로 심약한 면모를 보인다.  
     
    드라마 '남자친구'의 김진혁

    드라마 '남자친구'의 김진혁

    이런 구도 하에선 '재벌 남주인공와 캔디형 여주인공'의 성별 반전극이란 의미가 무색해지고, 성별이 바뀐 데 따른 극적 갈등이나 긴장감을 기대하기 어렵다. 
    박보검의 연기 또한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진혁 캐릭터를 완벽히 체화해야만 나올 수 있는 얼굴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진혁은 대화와 소통을 우선시하는 새로운 남성캐릭터로 섬세한 대사와 표정 연기가 필요한데, 박보검이 이를 잘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다”며 “박보검의 매력만 보여줄 뿐, 진혁의 매력 자체가 드러나진 않는다”고 말했다. 윤석진 평론가는 “박보검은 광고에서 보여준 얼굴 이상의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작가가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패착이기 때문에 박보검의 연기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일간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