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타이밍이 긴 두산 페르난데스, 두 번의 실패는 없다

    타격 타이밍이 긴 두산 페르난데스, 두 번의 실패는 없다

    [일간스포츠] 입력 2019.02.08 05:30 수정 2019.02.08 05:30
    글자크기
    글자크기 키우기 글자크기 줄이기
    두산의 새 외국인 타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페르난데스. 두산 제공

    두산의 새 외국인 타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페르난데스. 두산 제공


    뚜껑을 열어 보니 기대만큼 해 주고 있다. 두산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31)의 얘기다.

    페르난데스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소화하며 착실하게 시즌을 준비 중이다. 아직 실전을 치르지 않아 구체적인 평가는 하기 어렵다. 하지만 훈련 중 타석에서 시종일관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정경배 타격코치는 "연습 때 치는 것을 보면 수준이 전체적으로 높다. 준비 자세부터 정확도와 장타력이 전체적으로 좋다"고 말했다.

    페르난데스의 강점은 공격이다. 수비 효율은 떨어지지만 타석 생산성이 A급이다. 마이너리그 통산(2년) 타율은 0.320.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도 0.898로 높다. 지난 시즌에는 LA 에인절스 산하 트리플 A에서 타율 0.333·17홈런·59타점을 기록했다. 볼넷(33개)과 삼진(34개)의 비율이 1 대 1에 가까울 정도로 수준급 선구안을 자랑했다. 시즌 OPS도 0.931로 높았다. 정확도와 선구안이 모두 평균 이상이다.

    국제 대회에서 이미 검증을 마쳤다.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쿠바 소속으로 출전해 쟁쟁한 현역 메이저리거를 모두 제치고 최다 안타 부문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대회 타격 성적은 타율 0.524(21타수 11안타). 6경기에서 기록한 삼진이 단 한 개도 없었다. 안타와 볼넷은 많고 삼진이 적은 유형. 외국인 타자 중에서 쉽게 찾기 힘든 참을성을 갖췄다. 쿠바리그 시절 팀 동료이자 시애틀에서 뛴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의심할 여지 없는 위대한 야구선수"라고 말했을 정도다. 국내 A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정확성도 있고, 장타력도 나쁘지 않다. 좋은 선수"라고 촌평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훈련 중인 페르난데스. 베어스포티비 캡처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훈련 중인 페르난데스. 베어스포티비 캡처


    2018년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카드다. 두산은 지난 시즌 외국인 타자로 지미 파레디스와 스캇 반슬라이크를 기용했다. 그러나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두 선수 모두 기량 미달로 중도 퇴출됐고, 두산은 외국인 타자 없이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결국 공백을 채우는 데 실패해 통합 우승에 실패했다. 파레디스와 반슬라이크는 너무 큰 스윙 궤적으로 약점이 뚜렷했다. 헛스윙을 유도하는 변화구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선구안이 떨어지니 출루율까지 바닥을 쳤다. 페르난데스는 두산이 심혈을 기울여 뽑은 선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파레디스·반슬라이크와 180도 다른 유형을 데려왔다.

    정 코치는 "타격할 때 파워 포지션과 타격 타이밍이 긴 유형"이라며 "타이밍이 길면 그만큼 타석에서 공을 오래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출루율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다. 스프링캠프에서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2018년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깰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