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케미]'오승환과 해후' 이승엽 ”21번 줘야 겠네요”

    [AZ&케미]'오승환과 해후' 이승엽 ”21번 줘야 겠네요”

    [일간스포츠] 입력 2019.02.12 06:00 수정 2019.02.1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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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승환(왼쪽)과 이승엽이 지난 11일 kt 전지훈련이 진행 중인 미국 애리조나 투산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승환(왼쪽)과 이승엽이 지난 11일 kt 전지훈련이 진행 중인 미국 애리조나 투산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승엽(43)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졌다. 오승환(37·콜로라도)과 해후 덕분이다.
     
    이승엽 KBO 기술위원은 현재 미국 애리조나를 누빈다. 한 방송사 일행으로 참여하며 이 지역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하는 kt·키움·NC를 차례로 찾고 있다. 11일에는 kt가 있는 투산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일정을 소화했다. 예상보다 쌀쌀한 날씨에 연신 '춥다'고 말하다가도 이내 눈을 반짝이며 선수단 훈련을 주시했다.
     
    오승환의 등장에 놀랐다. 그가 kt 전훈지에서 개인 훈련을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먼저 인사하러 온 후배를 반겼고, 훈련과 몸 상태 등 근황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이어 자리를 옮겨 진행된 불펜피칭까지 지켜봤다.
     
    이승엽은 캠프 초반부터 강속구를 뿌리는 kt 소속 외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 3선발이 유력한 이대은의 불펜피칭을 보고 감탄했다. 선수의 현재 컨디션, 과거 이력 등을 묻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높은 점수는 역시 현역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직계 후배에게 향했다. "가장 왼쪽에서 던지고 있는 친구 공이 제일 좋다"며 말이다. 이어 구단 관계자들을 향해 "21번을 줘야겠다"며 농담했다. 21번은 오승환이  KBO 리그에서 뛸 때 달던 등번호다.
     
    오승환의 강제 kt행은 이미 현장에서 자주 나왔던 얘기다. 몇몇 지도자들이 "kt 유니폼을 입히고 싶다" "이미 광교 신도시에 집을 알아보고 있다"며 진심 섞인 농담을 한다. 이승엽도 현장 분위기에 보조를 맞췄다.  오승환도 넉살 좋게 받아친다. 이승엽과 동행한 이순철 SBS 해설위원이 "언제 팀을 옮겼냐"고 묻자 "그렇게 됐습니다"라며 웃어 보였다.
     
    불펜피칭을 마친 오승환의 다음 일정은 웨이트트레이닝. 이승엽도 kt 선수들을 보려고 이동해야 했다. 두 사람은 악수하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선배는 후배에게 "소속팀 전지훈련지는 날씨가 어떻냐. 항상 몸을 잘 챙기라"고 덕담을 남겼다.
     
    삼성 왕조 구축의 두 주역,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타자와 투수는 그렇게 짧지만 애정이 엿보이는 만남을 마쳤다.  
     
    투산(미 애리조나)=안희수 기자 An.heesoo@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