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피플]'호화 군단' 속 존재감 발산, 함지선의 성장기

    [핸드볼피플]'호화 군단' 속 존재감 발산, 함지선의 성장기

    [일간스포츠] 입력 2019.04.08 06:00 수정 2019.04.0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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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설공단 라이트윙 함지선. 대한핸드볼협회

    부산시설공단 라이트윙 함지선. 대한핸드볼협회


    "이제 훈련할 때 앞에서 뛰어요".
     
    함지선(23·부산시설공단)이 웃어 보였다. 호화 군단에 처음 합류했을 때는 모든 것이 부족했다. 기술뿐 아니라 기초 훈련을 할 때도 뒤처졌다. 지도자에게 "그러다가 시합에 나설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버텨 냈다. 지난 2년을 돌아본 그는 "조금은 성장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2018~2019 SK 핸드볼 코리아리그 여자부 정규 리그는 부산시설공단이 우승을 차지했다. 리그 1위 자리를 한 번도 다른 팀에 내주지 않았다. 리그 정상급 라이트백 류은희(29) 센터백 권한나(30) 레프트백 심해인(32)이 있는 팀이다. 피봇 남영신(29)과 강은혜(23) 골키퍼 주희(30)는 지난해 12월에 막을 내린 아시아여자핸드볼선수권 대표팀에 선발됐다. 시즌 전부터 우승 후보 0순위로 평가된 이유다.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한 가운데서 존재감을 잃지 않은 선수가 있다. 라이트윙 함지선이다. 상대적으로 무명이다. 견고한 주전도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윙 포지션은 외각에서 중거리슛이나 피봇을 이용한 중앙 공격이 여의치 않을 때 돌파구 역할을 한다. 선수들은 "어렵게 만들어진 마지막 기회기 때문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슛 각도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정확도와 결정력이 필요한 자리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기회가 왔을 때 머뭇거리면 상대 수비를 분산시킬 수 없기 때문에 2·3차 공격을 위해서라도 과감한 플레이가 필요하다.
     
    함지선은 안 그래도 견제를 많이 받는 국가대표 3인방이 막힐 때 측면 돌파로 공격 활로를 뚫는다. 속공 능력도 뛰어나다. 키(158cm)는 작지만 힘 있고 날카로운 슈팅을 한다. 부산시설공단의 일원으로 부족하지 않다.
     
    시련을 딛고 일어난 선수다. 2015 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광주도시공사에 지명된 그는 입단 2년 차에 소속팀에서 방출됐다. 젊은 선수는 좀처럼 겪지 않는 경험이었다. 운동을 그만둘 생각도 했다.
     
    부산시설공단 라이트윙 함지선이 지난 1월 26일 대구 시민체육관에서 열린 광주도시공사와의 경기에서 골문으로 쇄도하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부산시설공단 라이트윙 함지선이 지난 1월 26일 대구 시민체육관에서 열린 광주도시공사와의 경기에서 골문으로 쇄도하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희소성이 있는 왼손잡이다. 몇몇 지도자들이 미래 가치를 주목했다. 어렵게 부산시설공단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자존감을 되찾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함지선은 "한 번 방출된 기억 탓에 불안감이 컸다. 팀에 워낙 뛰어난 선수가 많아서 나만 부족하다는 자괴감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후 마음가짐을 독하게 먹었다. '같은 경험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말이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부족했는지도 절감했다. 남들보다 2·3배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 점차 나아졌고, 뒤떨어졌던 훈련 소화 능력도 좋아졌다. 주전 선수의 부상으로 출전 기회가 늘었고, 팀 선배들의 배려와 도움 속에 자리 잡아 가기 시작했다.
     
    함지선은 "언니들이 알려 주고, 도와주고, (기회를) 만들어 준다. 그저 '왜 못하냐'가 아니라 세심하게 문제점을 알려 준다. 슛이 막혀서 심리적으로 흔들릴 때도 독려해 주고 탄탄한 수비로 만회해 준다. 덕분에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광주도시공사에 있을 때보다 몇 단계는 성장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격 기회가 있을 때는 자신에게 공을 달라며 어필하는 모습도 늘었다.
     
    이전보다 목표도 높게 잡았다. 기회가 왔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기록이 말해 준다. 함지선은 "2017시즌에는 시즌을 통틀어 23득점이었다. 올 시즌에는 1라운드가 끝날 때 50골을 목표로 삼았다"고 했다. 그리고 지켜 냈다. 8일 열리는 삼척시청과 최종전 전까지 62득점을 기록했다. 류은희(130점) 권한나(68점)에 이어 팀 내 득점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강팀' 부산시설공단의 일원으로 다른 팀원들과 비슷한 고민도 있다. 당연히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호화 군단의 숙명이다. 그래서 함지선은 자신의 출전과 득점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이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은 당장 한 경기에 집중한다. 장기적으로도 부상 없이 부산시설공단의 레이스에 도움이 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부산시설공단은 시즌 중반, 최근 일본리그에서 뛰었던 국가대표 출신 이미경과 외인 선수 케티를 영입하며 더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 함지선도 출전 경쟁을 했다. 그러나 방출 설움을 겪은 젊은 선수는 그 과정에서 배움을 얻었고, 생존법을 알았다.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냈고, 부산시설공단의 정규 시즌 첫 우승에 기여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