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로 끝난 양상문 감독과 롯데의 두 번째 동행

    실패로 끝난 양상문 감독과 롯데의 두 번째 동행

    [일간스포츠] 입력 2019.07.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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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자 양상문(58)과 롯데의 두 번째 동행이 234일 만에 끝났다.
     
    롯데 구단은 지난 19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양상문 감독과 이윤원 단장의 자진 사퇴 소식을 전했다. 롯데는 34승2무58패를 기록하며 최하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144경기 체제에서 처음으로 '10위 마감'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참담한 결과에 현장과 프런트 수장이 책임을 졌다. 공필성 수석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아 후반기를 치른다. 단장은 구단의 미래 대비 방침에 적합한 인물로 곧 선임한다.
     
    ◇ 기대와 어긋난 성적 그리고 경기 운용
     
    양상문 감독은 지난해 10월 19일 롯데 18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취임식은 11월 26일. 이미 11대(2004~2005시즌) 사령탑을 맡았던 지도자다. 물러난 뒤에도 2군 감독과 투수코치를 역임했다. 부산 출신이고 롯데에서 프로 무대 첫 발을 내디뎠다.
     
    현재 롯데 주축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기도 했다. 롯데는 스타플레이어가 많은 팀이다. 구심점이 될 수 있는 리더가 있다면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양 감독을 선임한 롯데 프런트의 선택도 환영받았다.
     
    결과는 참담했다. 과정이 더 문제였다. 양 감독이 인정받는 강점은 '육성'이다. 그러나 포수와 3루수에 나선 젊은 선수들은 성장세가 더딜 뿐 아니라 팀 패전에 빌미가 되는 플레이를 자주 보여 줬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은 선수조차 형편없는 수비를 했다. 미흡한 경기력에 대한 화살은 코칭스태프로 향했다. 동시에 현재와 미래 준비가 모두 부정당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분위기만 타면 무서운 팀'이라는 기존 인식마저 사라졌다.
     
    감독과 코치들의 선택에는 늘 외부에서 다 알 수 없는 배경과 속사정이 있다. 이 부분을 간과한 채 결과만으로 비판할 순 없다. 그러나 그 점을 감안해도 2019시즌 롯데 벤치는 조바심이 엿보였다.
     
    불안한 불펜을 염두에 두지 않고 1점 승부에 집착했다. 경기 후반, 발이 느린 타자를 대주자로 교체하는 장면이 많았다. 원하는 결과가 나와도 불펜의 부진에 발목 잡혔다. 다시 1점이 절실할 때는 화력이 부족했다. 투수 교체도 마찬가지다. 이 지점은 벤치 고유 영역이다. 그러나 거듭 결과가 좋지 않다면 운용 방식에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올 시즌 롯데가 그랬다. 늦어서가 아니라 빨라서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진 교체가 많았다. 특정 선수 의존도도 높았다.
     
    1루 수비의 중요성을 너무 안일하게 판단한 듯한 장면도 보였다. 외야수까지 1루수로 기용했다. 포구·송구·상황 판단 모두 미숙한 모습을 드러내며 분위기를 내준 경기가 있었다. 간판 타자 이대호의 체력 안배를 걱정하다 정석을 벗어나는 운용을 했다. 요행은 통하지 않았다.
     
    양 감독의 그라운드 출동도 너무 잦았다. 심판 판정에 대한 어필이나 투수를 독려하기 위한 명분은 인정받는다. 상대 감독이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때도 리더의 몫을 했다. 그러나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오는 장면이 지나치게 많았다. 내·외부에 조바심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 탁월한 소통 시도, 그리고 비전 제시
     
    롯데는 시즌 초반 리드오프 민병헌이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한 뒤 고전했다. 간판타자 손아섭은 예년에 없던 타격 기복을 보였다.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선발 후보들은 실전에 나서기만 하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러한 악재 속에서도 전 사령탑은 팀을 추스르기 위해 노력했다. 롯데가 막 10위로 떨어진 5월 말, 양상문 감독은 주장 손아섭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팀의 방향성, 리더가 생각하는 현재 상황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코칭스태프 회의를 통해 분석했던 문제점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감독 스스로의 운영 방침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대호·전준우·민병헌 등 일부 주축 선수들과 그라운드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자주 보였다. 민병헌에게 그 내용을 묻자 "일상적인 대화다. 타격에 대해서는 믿어 주시기 때문에 수비 강화를 위해 어떤 접근이 필요할지 선수들의 의견을 들어주시는 것이다"고 말했다. 리빌딩 기조 속에 기회가 줄어든 고참급 선수에게도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했다.
     
    경기 전에는 주로 비주전 선수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고 대화를 나눴다. 대화의 끝은 대체로 웃음이었다. 어깨를 토닥이기도 했다.
     
    더그아웃에서는 사기를 돋우고 단합을 유도하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 양 감독은 3월 27일 사직 삼성전에서 투수들이 23점을 내준 뒤, '새는 날아가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문구를 벽 한 편에 비치돼 있는 화이트보드에 써넣었다. 민병헌이 투수의 공에 맞고 손가락 부상을 당한 뒤에는 그의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 그림을 만들어 선수단이 동료를 향해 응원 메시지를 쓸 수 있게 했다.
     
    중요한 결단을 할 때도 배려를 먼저 했다. 대들보인 이대호를 4번에서 6번 타순으로 내릴 때도 선수와 면담을 통해 감독의 뜻을 먼저 이해시켰다. 전에 없던 변화로 팀 분위기 쇄신을 노렸고, 선수단 전체에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 이대호도 수긍했다.
     
    주축 선수 다수가 양상문 감독의 배려와 소통 시도를 긍정적으로 봤다. "믿음을 주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팀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 악연으로 끝난 두 번째 동행
     
    양 감독은 단합을 통해 부산 야구의 재도약을 노렸다. 고참 선수들을 독려하면서도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그러나 추락을 막지 못했다. 프런트와 현장은 엇박자를 냈고, 그 탓에 자신도 조바심이 생겼다. 총체적 난국이 이어졌고 결국 책임을 졌다. 양상문 감독의 지도자 커리어에서 가장 불명예스러운 퇴진을 하게 됐다.
     
    양 감독은 "좋은 경기를 보여 드리지 못해서 롯데팬에게 죄송하고 참담하다. 강한 원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팀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발버둥 쳐 봤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내가 책임을 지는 게 팀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일로 선수단 분위기가 반전돼 강한 원 팀으로의 도전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부산=안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