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③]정일우 ”아프고 나서 하루하루에 감사한 마음”

    [취중토크③]정일우 ”아프고 나서 하루하루에 감사한 마음”

    [일간스포츠] 입력 2019.08.02 10:00 수정 2019.08.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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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도 마음도 건강하다.

    대체복무를 마치고 무사히 드라마 '해치'까지 끝낸 정일우(32)는 여유를 챙겼다.

    2006년 교통사고를 당해 뇌동맥류 진단을 받은 그는 서초노인요양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 대체 복무를 마쳤다. 뇌동맥류는 몸 속의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혈관이 부풀어 터지면 급사할 수도 있기 때문. 건강을 되찾고 있지만 꾸준한 몸 관리가 필요하다.

    생각보다 의연했다. "처음 한 달은 저도 너무 힘들었죠.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며 자책도 했지만 한 달이 지났나. 그런 마음이 사라지고 열심히 살아보자는 결심을 했어요.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진 않았죠. 마음 먹기가 힘들었으니깐요. 아프면서 얻은 것도 많아요. 하루하루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데뷔 14년차인 정일우의 대표작은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아직도 회자되는 최고의 시트콤으로 데뷔하면서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는 당시 힘들었을 정도. "'하이킥'이 늘 따라다니는 건 알지만 꼬리표를 떼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배우에게 대표작이 있다는 건 영광이잖아요. 물론 '하이킥'이 끝나고 부담감이 꽤 컸어요. 그래서 차기작도 신중히 골라 오래 걸렸고 전혀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고요. 그래도 그때 나문희·이순재 선생님의 말씀을 여전히 깊이 새기고 연기하는 중이에요."

    많은 과정이 그를 더 성숙하게 만들었다. '해치'를 끝내고 스페인 순례길을 다녀온 정일우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건강한 생각을 담아왔다. "20대에도 한 번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어요. 이번에도 기회를 보고 있었는데 마침 타이밍이 좋았어요. 사람들과 섞여 연예인 딱지를 떼고 만나는 그 감정이 좋았어요."

    술잔을 기울이며 그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감탄이 나왔다. 많지 않은 나이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람처럼 여유가 느껴졌다. 건강한 정신이라는게 이런 것이랄까.


    2편에 이어...
     
    -원래 배우가 꿈이었나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연히 연극반에 들어갔어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공연했는데 그때 연기의 맛을 봤죠. 그리고 '하이킥' 오디션을 봤는데 운 좋게 캐스팅됐어요."
     
    -그 전에 꿈은 뭐였나요.
    "중학생 때까지 꿈이 없었어요. 그냥 연극반에 들어가서 연기했는데 희한한 성취감을 느꼈어요."
     
    -본인이 생각한 배우가 맞았나요.
    "아뇨. 물론 사회 초년생이라면 다 그렇겠지만 저도 좀 힘들었어요. 대중들이 봤을 때 배우가 화려해 보이지만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서 '이런게 배우인가' 싶었어요. 데뷔 때 큰 사랑을 받은 것도 부담이었고요. 자기와 싸움이 계속됐죠."
     
    -상처 받았을 때도 있었나요.
    "'하이킥' 찍었을 때였어요. 데뷔작에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큰 사랑을 받으니까 감당이 안 됐고요. 스무살이었으니 얼마나 어렸겠어요. 그걸 감당하기 너무 어렵더라고요. 작품이 안 되면 안 되는대로 다 나때문인 것 같고 힘들었어요. 그런데 그 과정이 익숙해지니까 받아들이게 됐고요. 맡은 것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대체 복무는 어땠나요.
    "평범한 서른 두살 정일우로 다녔어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틈내서 영어 공부도 하고요. 그런 면에서 자유로웠어요."
     
    -많은 걸 느꼈네요.
    "대체 복무 시간이 소중했어요.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이 20대 초반이었는데 그들의 삶에 대한 열정이 깊은 걸 느꼈어요. 저희는 만나는 사람이 한정돼 있는데 그때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보는 시야가 넓어졌어요."
     
    -스크린과 인연이 많지 않아요.
    "욕심은 늘 나죠. 연극도 하고 싶어요. 대학로에 가서 자주 보는 편인데 2010년에 '뷰티풀 선데이' 이후 인연이 없었어요. 좋은 작품으로 꼭 참여하고 싶어요."
     
    -건강은 괜찮나요.
    "뇌동맥류 때문에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있어요. 촬영 중 대상포진도 걸려서 바쁜 스케줄 끝났으니 몸을 좀 돌보려고요. 머리 검사도 3개월씩 하고 있어요."
     
    -원망스럽진 않았나요.
    "아프고 나서 얻은 것도 있어요. 하루하루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있어요. 아픈 걸 인지하고 나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순간의 기억들이 다 소중해요. 한 달은 너무 힘들었는데 마음을 고쳐먹고 이겨내 가는 과정을 극복했죠."
     
    -사고가 몇 차례 있었어요.
    "이런 말을 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사고수가 많아요. 제가 뭘 하지 않아도 뒤에서 차가 박은 경우도 있어요. 조심한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는 어쩔 수 없잖아요.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것도 그런 것 때문이에요."
     
    -슬슬 결혼에 대한 생각도 하지 않나요.
    "주변 친구들이 거의 다 결혼해 아이 낳고 잘 사는 모습을 보며 결혼하고 싶죠. 대체 복무 이전까진 결혼의 필요성을 잘 몰랐는데 요즘은 아니에요. 그런데 또 그런 생각은 있어요. 결혼은 둘이 좋아서 하는 거지만 집안이나 책임져야할 부분이 있으니 조금 더 성숙한 상태에서 결혼하고 싶어요."
     
    -집안의 반대를 무릅 쓰며 결혼하진 않겠네요.
    "부모님은 오픈 마인드인데 제가 그러고 싶진 않아요."
     
    -딱히 스캔들이 없었어요.
    "안 만난건 아닌데 잘 피해서 만났나봐요.(웃음) 열애설이 한 번 나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니 신경이 쓰이죠. 남에게 피해 주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서요. 그래도 꽁꽁 숨어다니는 편은 아니에요. 공공장소에서 손잡고 데이트하고 할 건 다 했어요."
     
    -논란도 없었고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살지 말아야지 늘 생각하고 있고요. 이순재 선생님이 '하이킥' 때 귀가 닳도록 한 말씀이 '너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네가 이렇게 사랑을 받지 않았나. 안주하지 말고 대중의 사랑을 갚으면서 살라'고 했어요. 돈 많이 벌었다고 우쭐대지 말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는데 어릴 때 들은 말들이 내게는 큰 영향을 미쳤어요. 기본을 잘 지키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주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정일우를 떠올렸을 때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는 배우이고 싶어요. 대중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배우로 남고 싶고요. 배우가 공인은 아니지만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더 노력을 하려고 해요.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진석 기자 superjs@jooongang.co.kr
    사진=박세완 기자
    장소=운니사랑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