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50 강백호의 길①] ”롱런의 필수 조건은 도전 정신”

    [창간50 강백호의 길①] ”롱런의 필수 조건은 도전 정신”

    [일간스포츠] 입력 2019.09.19 06:00 수정 2019.09.1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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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백호가 지난 16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강백호가 지난 16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강백호(20·KT)는 야구를 잘한다. 스타성도 있다. 데뷔 두 시즌 만에 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가 됐다. 그러나 아직 '슈퍼' 스타로 인정받지는 못한다. 검증은 진행형이다. 야구 선수로서의 색깔도 명확하지 않다. 누구의 계보를 잇게 될지도 예상이 어렵다.  
     
    그는 2017년 8월 막을 내린 제51회 대통령배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서울고의 우승을 이끌었다.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새로운 반세기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새로운 별이 빛났다. 1년 선배 이정후(21·키움)와 함께 포스트 이승엽 시대를 맞이한 한국 야구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 받았다.
     
    프로 무대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시즌에는 고졸 신인 최다 홈런(29개)을 기록했다. 거침없는 스윙이 매력으로 여겨졌다. 2년 차인 올 시즌은 18일까지 3할4푼 대 타율을 기록했다. 리그 5걸에 포함되는 성적이다. 두 차례 슬럼프에 시달린 데뷔 시즌과 달리 기복도 줄었다. 이제 KT를 대표하는 타자다.
     
    그러나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를 향한 시선은 갈린다. 국제 대회에서 한국의 승리를 이끌고,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범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선수가 슈퍼 스타로 인정받는다. 강백호는 그저 야구만 잘하는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시선을 받는다. 특유의 승부욕이 곡해된 탓에 비난을 받았다. 그의 행보를 불편한 마음으로 보는 팬 생겼다.
     
    이제 2년 차다. 스무살이다. 기량뿐 아니라 내면도 성장하는 중이다. 데뷔 시즌보다 다사다난하다. 강백호도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했다. 때로는 비우고 때로는 채웠다. 그리고 야구와 인간으로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콘텐트 경쟁력 저하로 위기에 빠진 한국 야구는 스타가 필요하다. 일간스포츠는 창간 50주년을 맞이해 강백호를 다가올 시대를 이끌어갈 후보로 꼽았다. 그와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 겉은 당돌하지만 속은 달랐다.
     
     





    - 어느새 데뷔 두 번째 시즌도 막바지다. 돌아본다면.
    "2019시즌도 정말 빨리 지나갔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익수에 이어 중견수도 소화했다. 처음으로 큰 부상도 당했다. 잘못한 일도 있었다. 만족한 플레이도 있고 크게 부진하기도 했다. KT가 이전보다 많이 이겨서 가장 기뻤다. 찾아 오신 팬들이 웃으면서 돌아가실 수 있는 날이 많아져서 좋았다. 경험이 쌓이고 있다. 모든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
     
    - 신인이던 지난해보다 나아진 점이 있다면.
    "첫 번째 목표는 1번에서 3번으로 변경된 타순에 잘 적응하는 것이었다. 공격력 향상에 기여하고 싶었다. 솔직히 미숙한 부분이 더 많았다. 그러나 실패를 할 때마다 배우는 게 있었다. 스스로 칭찬한 점도 있다. 나아지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 올 시즌 성적은 만족하나.
    "당연히 3할4푼 대 타율은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2할9푼 대였으니 '3할만 넘겨보자'는 각오만 했다. 0.356던 출루율도 4할 대로 올렸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는 생각뿐이다."
     
    - 고교 시절부터 주목받은 예비 스타다. 신인왕도 받았다. 현재까지 꽃길을 걷고 있다.
    "감사한 일이 많다. 운도 타이밍도 좋았다. 그러나 그저 순탄한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 이유가 무엇인가.
    "어린 시절에는 힘든 일이 많았다. 집안 얘기라 구체적으로 얘기하긴 어렵다. 전학을 많이 다녔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야구를 할 때도 가장 중요한 시기에 힘들었다. 고교 3학년 때는 야구를 하는 게 싫었다."
     
     


    - 1학년 때부터 주목받은 유망주였다.
    "말하기 조심스럽다. 부담이 컸다. '너는 당연히 잘 되겠지'라는 시선 속에서 야구를 했다. 부모님과는 진로를 두고 갈등이 깊었다. 아버지는 넓은 무대를 바라보셨고, 나는 KBO리그에서 뛰고 싶었다. 3학년 초반에는 그런 고민이 무의미할 만큼 야구를 못하기도 했다. 다행히 7월에 열린 전국 대회부터 마음을 잡았고 경기 결과도 좋았다. 대통령배 우승에도 기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부담감은 프로 무대에서도 이어졌다."
     
    - 두 차례 슬럼프가 있었다. 길진 않았다.
    "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치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내 슬럼프가 왔고, 길어지면서 자신감을 잃었다. 수비도 여전히 부담이 크다. 그런 상황을 이겨내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 배움과 깨달음이 경기에 반영되면서 버티긴 했다. 프로 무대에 입성하고 좋은 팀에 들어온 자체가 감사한 일이고 성공한 것이지만 마냥 순탄하진 않았다."
     
    - 신인급 범주에서 평가받기를 거부한 것으로 안다. 워낙 자신감이 넘쳐 보여서 고민이 없을 것 같았다.
    "다른 문제다. 자신에 관대할 수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께서 칭찬에 인색했다. 초등학교 때는 중학교,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를 바라보게 하셨다. 현재에 만족해도 더 넓은 무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로 무대가 그랬다. 승부하는 다수가 띠동갑이 넘는 선배다. 신인이라고 직구만 던져주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1군 엔트리와 선발 라인업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한다. 평가 기준이 다른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 새 얼굴이기에 더 주목받기도 했다.
    "당연히 잘 알고 있다. 갑자기 나타났고 화제성도 있던 것으로 안다. 그 관심이 정말 감사하다. 야구팬이 원하는 플레이를 한 것 같을 때는 나도 자신감이 생긴다. 그러나 1~2년 차에 머물 수 없지 않은가.  더 좋은 선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린 선수' 딱지를 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연차만 쌓인다고 성숙하는 건 아니다. 다행히 소속팀에 귀감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많은 것 같다.
    "그렇다. 몸 관리를 하는 방식, 장기 레이스를 버티는 노하우, 경기에서의 마인드 컨트롤이 다르다. 배울 점이 너무 많다. 팀에는 그런 베테랑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젊은 선수의 패기도 도움이 되겠지만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경기력과 심리 관리 모두 기복이 큰 것 같다. 내가 그렇다. 더그아웃에서 중심을 잡아줄 고참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 팀은 그렇다. 후배로서 따뜻한 마음을 느낀다."
     
    - 십 수년 뒤에 그런 선배가 되고 싶나.
    "나는 롤모델로 한 명을 꼽지는 않는다. 나는 나만의 길을 가야 한다. 그러나 존경하는 선배들은 매우 많다. 저마다 좋은 모습이 있고 그런 점이 귀감이 된다."
     
    - '국민 타자' 이승엽을 향한 존경심은 이전부터 전했다.
    "당현히 존경한다. 데뷔 직전 겨울에 시상식에서는 자주 뵈었다. 그러나 유니폼을 입고 계신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은퇴를 하셔서 아쉬웠다. 지난 2월에 KT 전훈지에 오셨을 때 격려를 해주셨다. 긴 대화를 하지 못해 아쉬웠다."

     
    사진=kt 제공

    사진=kt 제공


    - 소속팀 주장 유한준도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배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 '회춘한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옆에서 보고 있다. 이제 20대 초반인 나도 현재 체력 저하에 시달리고 있다. 어떻게 30대 후반에 야구도 잘하고 에너지가 줄지 않는지 모르겠다."
     
    - 40대를 앞둔 강백호는 어떤 모습일까.
    "선배들의 좋은 점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나도 현재 내 연차 선수가 존경할 수 있는 선수이고 싶다. 야구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너무 먼 얘기다. 그러나 야구 선수가 할 수 있는 건 두루 누려 보고 싶다. 건방진 얘기로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고는 모든 선수가 삼는 목표라고 생각한다."
     
    - 스타와 슈퍼 스타의 차이는 국제 대회에서의 활약이 가른다고 본다. 도쿄 올림픽 최종 엔트리 발표가 내달이다.
    "성인 대표팀에 선발되면 자부심과 사명감이 더 커지지 않을까. 언젠가 대표팀에 중심이 되고 싶은 욕심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뛰어난 선배가 많다. 상대적으로 부족하지 않나. 반드시 선발되어야 한다는 강박은 없다."
     
    - 미국 무대 진출 계획은.
    "지금은 없다."
     
    - 기량과 신체 능력을 유지하는 선수가 롱런하고 정상급 선수가 된다. 필수 요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몸관리는 기본이다. 나는 매 순간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잘하고 있는 것만 고집하면 그 수준에서 머물게 되는 것 같더라. 발전을 하려면 실패를 해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 지금은 무엇에 도전하고 있나.
    "큰 틀 안에서 세부적인 지점은 자주 변화를 주고 있다. 동기는 여러 가지다. 가까이 동료 선수도 있고 해외 무대에서 뛰는 선수도 있다. 다가올 겨울에는 강한 몸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지난 캠프 때는 감량을 했었다."
     
    - 사생활 관리도 중요하다.
    "아직은 구단이나 선배의 별도 조언을 들을 만한 일 자체가 없었다. 말썽부리지 않을 것이다."

     - 경각심은 있나.
    "당연하다. 야구의 인기 덕분에 많은 관심을 받는 것에 감사한다. 그러나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 행복을 추구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항상 행동 거지를 조심하겠다. 일단 술을 마시기 않기 때문에 실수를 많이 하지는 않을 것 같다."
     
    - 얼마 전에 인성 논란이 있었다. 외부 시선도 선수 생활에 중요한 요인이다.
    "내가 건방져 보이고, 그런 모습이 불쾌감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당차다며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 팬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다. 사실 이전부터 지나친 승부욕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하려고 노력했다. 사직구장에서 그 일이 불거지기 전부터 그랬다. 팬들이 좋지 않은 시선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새기고 조심하려고 한다."
     
    - 일간스포츠와의 인연은 2017년 8월이다.'어떤 프로 선수가 되고 싶나'는 질문에 답한 각오를 얼마나 지킨 것 같나.
    (강백호는 51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 대회에서 서울고를 우승으로 이끌며 MVP가 됐다. 그는 '당차면서 주눅이 들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더 나아가 소속팀 간판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50%다. 아직 갈 길이 멀다."
     
    -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뒷모습이 있다면.
    "떠밀려서 은퇴를 하고 싶지는 않다. 팬들도 아쉬워하는 때에 떠나고 싶다. 물론 바람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