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불쌍해 보여?…태극마크 달고 감잡은 최정

    내가 불쌍해 보여?…태극마크 달고 감잡은 최정

    [일간스포츠] 입력 2019.10.3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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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팀 5번 타자 최정이 29일 고척돔에서 열린 상무와 연습경기에서 안타를 치고 있다. 타격 부진에서 한 달여 만에 벗어나는 안타다. 정시종 기자

    대표팀 5번 타자 최정이 29일 고척돔에서 열린 상무와 연습경기에서 안타를 치고 있다. 타격 부진에서 한 달여 만에 벗어나는 안타다. 정시종 기자

    “제가 불쌍했나 봐요,”
     
    2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한국 야구대표팀과 상무의 연습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이 최정(32·SK)에게 몰렸다. 그는 얼떨떨해하면서도 밝은 표정을 지었다. 정규시즌 막판부터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졌던 타격 부진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였기 때문이다. 이날 5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장한 그는 3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2회 초 첫 타석에서는 헛스윙 삼진을 당했지만, 5회 초 두 번째 타석에선 선두 타자로 나와 좌전 안타를 날렸다. 1-1로 맞선 6회 무사 만루에선 1타점 결승타를 쳐 5-1 승리를 이끌었다.
     
    고작 ‘안타 2개’라고 할 수도 있지만, 최근의 최정에게는 의미가 큰 안타다. 그는 시즌 중반까지 팀 동료 제이미 로맥, 키움 박병호, 제리 샌즈와 홈런왕 경쟁을 벌였다. 그러다 시즌 막판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9월 월간 타율은 0.228(79타수 15안타)였다. 개인 통산 세 번째 30홈런-100타점도 모두 하나씩 모자라 달성하지 못했다.
     
    부진은 가을야구로 이어졌다.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12타수 무안타 3볼넷. 최정의 포스트시즌 통산 타율은 0.259로 정규시즌(0.290)보다 낮은 편이다. 그래도 언제나 든든한 수비와 ‘한 방’(10홈런, 역대 4위)으로 제 몫을 했다. 이번처럼 부진한 적이 없었다. SK마저 한국시리즈(KS) 진출에 실패했다. 최정은 “가을이 되면 ‘타격은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수비에 집중했다. 그런데 수비까지 흔들려 솔직히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최정의 부진은 대표팀에도 큰 고민거리였다. 박병호·김현수(LG)·김재환(두산)과 함께 중심 타선이기 때문이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부진했던) 최정과 김현수가 연습 때 엄청나게 (배팅볼을) 많이 쳤다”고 전했다. 최정 스스로 자신이 해야 할 몫을 알기 때문에, 대표팀에 합류하자마자 어떻게든 타격감을 끌어올리려고 애쓴 것이다.
     
    최정은 “김재현 타격코치와 함께 계속해서 나쁜 습관을 고치려고 했다. 스윙할 때 공을 맞히는 데 급급해 상체가 들렸다. 그러니 공이 배트 중심에 맞아도 뜨거나 힘이 실리지 않았다”며 “첫 타석 삼진을 당할 때 또 나쁜 버릇이 나와 걱정했는데, 5회 첫 안타는 배트 중심에 잘 맞았다. 인플레이 타구가 나와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그의 안타에 대표팀 코칭스태프 표정까지 밝아졌다. 이종열 코치가 “(타격감이) 올라갔다, 살아났다”고 하는 걸 본 그는 “다들 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듯했다”며 웃었다. 주전 유격수 김하성(키움)도 KS의 부진을 털고 담장을 맞히는 3루타를 때려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세대교체가 한창이다. 10년 이상 활약한 이대호(37·롯데), 김태균(37·한화), 오승환(37·삼성) 등이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대신 ‘베이징 키즈’(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금메달을 보며 입문한 선수)로 불리는 이정후(21·키움), 고우석(21·LG), 강백호(20·KT)가 합류했다.
     
    최정은 박병호와 함께 팀 내 최고참으로서 리더 역할을 맡았다.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후 6년 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최정은 “최고참이라지만 나도 팀에 적응 중이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다들 잘하고 있고, 팀 분위기도 밝다”며 “두 차례 평가전(1·2일 푸에르토리코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뒤, 프리미어 12에서도 잘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