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기자석] 키움, 제2의 이장석·허민 등장을 봉쇄할 수 있는 구단인가

    [IS 기자석] 키움, 제2의 이장석·허민 등장을 봉쇄할 수 있는 구단인가

    [일간스포츠] 입력 2019.11.07 06:00 수정 2019.11.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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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석(53) 전 히어로즈 대표의 1심 공판이 열린 2018년 2월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제519호 법정 앞.  
     
    선고 개시(오전 10시) 1시간 전부터 히어로즈 구단 고위 관계자들이 자리를 메웠다. 인원은 많았지만 침통한 기류는 가시지 않았다. 최창복 전 대표 이사, 고형욱 전  단장 등 구단 고위 관계자들의 침묵과 굳은 표정이 이 전 대표의 앞날 예고했다. 이 전 대표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사실은 이미 드러났다. 운명 공동체인 자신들의 앞날도 밝을 리 없었다.  
     
    이 전 대표는 1심 선고 1년 전인 2017년 1월에 이미 KBO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관련 문제로)KBO리그에 물의를 일으킨 점에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이다"며 말이다. 당시 구단은 경영 보좌 자문역을 맡고 있었던 최창복 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대표의 1심 선고가 나온 당일에도 "이장석 대표이사가 그동안 구단 업무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큰 변화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16일 뒤인 2월 18일. 키움 구단은 박준상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사회를 통해 며칠 전에 결정된 사안이라며 말이다. 횡령·배임 혐의가 인정된 전 수장의 부정적 영향력 벗어나려는 시도를 통해 구단 이미지를 쇄신하고, 매각설까지 불거지던 상황에서 경영 안정화를 꾀하는 의도로 보였다. 표면적으로는 말이다.  

     
    이장석 전 대표와 박준상 전 대표. IS포토

    이장석 전 대표와 박준상 전 대표. IS포토


    이 인사가 이뤄진 지 약 1년 8개월 만에 실체가 드러났다. 최근 박준상 전 대표이사 물러나고 하송 현 대표이사가 선임되는 상황에서 이상 기류가 포착됐다.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 경영 실체가 드러났다. 박준상 전 대표는 감옥과 현장을 잇는 연결고리였다. 그의 지시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히어로즈 이사회가 이장석 전 대표의 구속을 대비한 게 아니라 그저 지시대로 실행한 인사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표 권한을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던 '각자대표' 한 축이던 최창복 전 이사가 이 전 대표가 실형 선고를 받자마자 물러난 점도 설명이 된다.  
     
    키움 구단은 대표이사 인사의 바닥을 보여줬다. 이전까지 야구단 사장은 현장을 전혀 모르는 임원이 주로 선임됐다. 거쳐 간다고 생각하거나 조직 생활의 마지막으로 삼는 경향이 짙었다. 그런 인물이 영향력을 행사하다가 팀을 퇴보시키는 사례도 있었기에 팬들의 시선도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이장석과 키움은 꼭두각시를 세웠다. 야구단 운영 자체를 우습게 보고, 업계 이해관계자를 모두 기만했다.  
     
    끝이 아니다. 현재 키움 구단 운영은 매우 무질서하고 난잡하다. 이장석 대표를 지우는 과정에서 등장한 인사들도 투명하지 못하다. 허민 이사회의장은 감독 선임에 개입하며 황당한 '일방통행'으로 야구인과 야구팬들을 경악케 했다.  2019시즌에 팀을 준우승으로 이끈 장정석 전 감독과 이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도의에 어긋난 행보를 한 건 분명하다. 구단은 장 전 감독이 포스트시즌 기간 내에 이장석 전 대표와 접촉한 사실을 포착했다며 구단의 선택에 당위를 부여하고 있으나 이 역시 여러 인사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이치에 맞지 않다.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그라운드에서 뛰지도 않은 키움 구단 인사들이 야구팬에게 주는 피로감이다. 갑질과 청탁, 개입, 월권 같은 단어들이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시국이다. 거리가 멀어야 할 야구단에서 이런 단어의 등장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이장석 전 대표 외 몇몇 유명 인사가 구단 운영에 개입하면서 경영권 분쟁뿐 아니라 권력 다툼, 편 가르기 의혹이 거듭 노출됐다. 특정 인물의 좌천이나 득세가 자주 언급됐다. 어떤 조직이나 경쟁은 있지만, 키움 내부의 그것은 정상이 아니었다.  
     
    구단 매각 의사를 드러낸 허민 의장을, 삼고초려를 해서 사외이사로 뒀다는 이장석과 그의 사람들의 의중을 파악하기 어렵다. 사외이사가 어떻게 실권을 쥐고 감독 선임처럼 중단한 의사 결정에 관여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허민 의장과 그의 사람들이 이장석 대표의 우군인지 적군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설(說)이 나온 것만으로도 문제다. 내부 사정, 법률적 문제는 차치한다. 이런 잡음이 지난 두 시즌 동안 뜨거운 가을을 선사한 선수단의 노력을 퇴색시키는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지배 구조와 운영이 이토록 투명하지 않다면 또 다른 권력자나 점령군이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준다. 이장석 전 대표가 홍성은 레이니어 그룹 회장과 지분 관련 분쟁을 시작한 것도 계약서상의 빈틈을 파고들려 한 것이다. 다른 누군가 히어로즈의 경영권을 노리고 이 전 대표와 같은 행보를 할 수도 있다. 야구는 그대로 있는데, 야구를 둘러싼 '눈 먼 돈'과 '돈 먼 눈'이 사방팔방으로 오가는 형국이다.  
     
    허민 의장은 지난해 12월 사외이사를 수락한 뒤 "히어로즈는 대한민국에서 모기업이 없는 유일한 야구 전문기업으로서 존재 가치가 뚜렷하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가 야구단으로 운영했을 때 당면할 수 있는 부정적인 면만 도드라지고 있다. 선수들 앞에서 공 던질때 모습을 드러내는 허민 의장을 직접 불러 KBO는 그간 경위를 충분히 듣는 과정을 진행해야 한다. 이건, 키움 구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머지 9개구단 회원사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덧붙여 이 과정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할 경우 9개 구단 회원사의 제대로 된 '절차'도 필요할 것이다.  다른 구단 문제라며 점잖 빼고 예의 갖추다가 프로야구 공멸 단어도 떠올릴 판 아닌가. 
     
    안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