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마지막까지 예의 지킨 장정석, 끝까지 비겁했던 키움

    [IS 포커스] 마지막까지 예의 지킨 장정석, 끝까지 비겁했던 키움

    [일간스포츠] 입력 2019.11.07 16:47 수정 2019.11.07 16:53
    글자크기
    글자크기 키우기 글자크기 줄이기

    "3년간 최선을 다해 팀을 이끌었기에 후회는 없다. 다만 몇 가지 입장은 간단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정석(46) 전 키움 감독이 마침내 오랜 시간 몸 담았던 팀을 떠나는 심경을 밝혔다. 동시에 구단이 보도자료를 통해 주장한 감독 교체 이유에 대해서는 분명한 해명으로 의혹을 불식했다.  
     
    장 감독은 7일 취재진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재계약 불발과 관련한 많은 기사를 보고 마음이 무거웠다. 2019 프리미어 12가 시작된 날, 관심과 응원이 집중되어야 할 대표팀에 누가 되는 것 같아 더욱 그랬다"며 "몇 가지 일에 대해 입장을 간단히 밝히고 이 상황을 빨리 정리하기 위해 서툰 글을 적었다"고 했다.  
     
    장 감독은 가장 먼저 구단이 이장석 전 대표이사의 옥중 경영과 자신을 한 프레임으로 묶은 부분을 해명했다. "우선 이장석 대표님의 교도소 이감 후 접견을 간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한 뒤 "올해 여름으로 기억한다. 당시 구단 변호사였는지, 직원이었는지는 기억이 확실하지 않지만, (대표님께) 인사를 다녀오자는 권유를 해와 구단 변호사, 구단 직원과 함께 지방 경기 이동일이었던 월요일에 찾아갔다"고 했다.  
     
    이어 "접견 시간은 약 15분 정도로 기억하는데, 그 중 이 대표님과 나의 대화는 5분 전후였던 것 같다. 오랜만에 뵙는 만큼 인사와 안부를 서로 묻는 게 전부였다"며 "접견이 끝나고 나올 때쯤 '계속 좋은 경기 부탁한다'고 하시면서 '재계약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설명했다. 키움 관계자가 앞서 밝힌 것과 달리, 계약 기간이나 금액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장 감독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재계약 약속이 아닌 '응원과 덕담'으로 받아들였다. 혹여 실제로 장 감독이 이 대표로부터 재계약 제의를 받았다 해도, 장 감독에게는 스스로의 재계약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그 어떤 권한도 없다. 키움 창단 때부터 올해까지 줄곧 일해온 장 감독이 자신을 사령탑에 앉힌 이 대표를 '찾아갔다'는 사실만으로 옥중 경영과 연관짓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장 감독은 이와 관련해 "이 내용은 배석자가 있었던 만큼 구단에서도 내용을 상세히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장 감독은 또 허민 이사회 의장이 새 수석코치로 손혁 당시 SK 투수코치를 추천했다는 한 언론 보도도 일부 사실로 인정했다. 허 의장이 추천했던 인물의 이름을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허 의장과 지난주에 미팅을 했고, 그 자리에서 새 수석코치 영입을 제안하셨다. (개인적으로는) 내부 승격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반대 의견을 냈다"고 했다.  
     
    수석코치는 사령탑의 오른팔과도 같은 자리라 대부분 감독이 믿을 만한 인물을 직접 선택한다. 감독에게 '수석코치 인사권'이란 팀 운영에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 없느냐 여부가 갈릴 만큼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장 감독도 재계약에 성공할 경우 수석코치를 맡길 인물을 이미 마음 속에 정해 놓은 상태였다. 이후 장 감독의 재계약은 불발됐고, 허 의장이 수석코치로 앉히려 했던 손 코치는 새 감독이 됐다.  
     
    키움은 이날의 만남과 관련해서도 "허문회 수석코치가 롯데 새 감독으로 떠난 뒤 공석이 생겨 그 자리에 누구를 불러야 할 지 대화를 나눴을 뿐"이라고 부인해왔다. 그러나 이 역시 거짓말로 밝혀진 셈이다. 심지어 허 의장에게는 한 팀의 감독 인사는 물론이고, 수석코치를 영입하거나 제안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공식적으로 허 의장의 임무는 키움의 경영 상태를 면밀히 살펴야 하는 '감시자' 역할이다.  
     
    장 감독은 마지막으로 구단이 제안한 고문 자리를 정중하게 고사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키움은 하루 전인 6일 구단 공식입장문에서 "장 감독에게 계약기간 2년에 연봉 1억2000만원 등 총액 2억4000만원 규모로 고문 계약을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장 감독의 재계약 방침 철회 이유가 '이 전 대표의 옥중 지시 의혹'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작 구단 고문 자리를 제안했다는 것 자체가 모순으로 느껴졌던 이유다.  
     
    장 감독은 이와 관련해 "구단에서 1+1년 계약으로 고문 제의를 했고, 마지막 대우로 많은 배려를 해주신 점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도리상 이 제안을 받을 경우 구단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고 판단해 고사하고 감사한 마음만 받기로 했다"고 했다.  
     
    장 감독은 재임 3년 동안 한국시리즈를 포함해 두 차례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끄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부임 당시 프로 지도자 경력이 일천하다는 이유로 회의적인 시선에 시달려야 했지만, 좋은 결과와 겸손한 자세로 반전을 이뤄냈다. 그러나 구단의 실권을 잡게 된 허 의장과 하송 신임 대표의 판단에 의해 재계약을 하지 못하고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장 감독은 "3년간 경기장에서 잘한 부분, 잘못한 부분도 있었겠지만 내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해 팀을 이끌고자 했고,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도 밟아봤기에 후회는 없다"며 "자랑스럽고 훌륭한 선수단을 이끌 수 있어 영광이었고, 부족한 감독을 잘 따라준 것도 감사하다. 팬 여러분의 성원에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어 새 사령탑으로 온 손 신임 감독과 구단에도 마지막까지 예의를 갖췄다. "지난 12년 동안 히어로즈 구단에서 분에 넘치는 대우를 받았고, 소중한 인연들과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었다. 그래서 여기서 물러나면서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가려고 한다"며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 손혁 감독님께 나의 계약 문제로 부담을 드리는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앞으로 손 감독님도 많이 지지하고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배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