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 대신 반성, 이 가을 이정후가 성장한다

    만족 대신 반성, 이 가을 이정후가 성장한다

    [일간스포츠] 입력 2019.11.0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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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후가 6일 고척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안타를 치고 출루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이정후가 6일 고척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안타를 치고 출루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가을마다 성장한다. 이정후(21)는 이제 한국 야구의 미래가 아니다. 현재다.    
      
    데뷔 2년 차던 2018시즌에 가을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세 경기 출전에 그쳤다.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머리 위로 넘어가는 타구를 잡아내는 호수비를 보여줬지만, 어깨를 다치고 말았다. 소속팀은 SK와 PO 5차전까지 치르며 명승부를 보여줬다. 이정후는 없었다.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소속팀이 2019시즌에도 가을 야구를 했다. LG와의 준PO를 앞둔 그는 "지난해 아쉬움이 있는 만큼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타율 0.533를 기록하며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포스트시즌 첫 안타는 늦었지만 빠른 속도로 타격감을 회복했다.   
      
    실패도 맛봤다. 한국시리즈(KS)에서는 정규시즌 1위 두산에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최종전이 끝난 뒤 만난 그는 "나와 팀 모두 이 감정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울분을 삼켰다. 자신은 4할 타율을 기록하며 제 몫을 다했지만 "중요할 때 제대로 된 타격을 하지 못했다"며 반성했다.   
      
    이정후는 앞만 보는 성향이 아니다. 돌아볼 줄 안다. 2019시즌 초반 부진에 대해서도 "(어깨)수술 여파가 있었다면 이를 살피고 시즌을 준비했어야 했다"며 자책했다. 3안타를 친 경기에서 삼진을 당한 장면을 짚어 본다. 2018년 가을에 당한 부상, 2019년 KS 스윕패 모두 자신에게서 문제점을 찾는다.   
      
    국가대항전에서도 그랬다. 그는 지난 6일 고척돔에서 열린 호주와의 2019 프리미어12 C조 예선 첫 경기에서 맹타를 쳤다. 2루타만 2개를 쳤고,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며 타점도 올렸다. 4타수2안타·1타점. 대표팀의 5-0 완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3회말, 2루타를 친 뒤 2-3루 사이에서 횡사했다. 상대 야수의 펌블로 3루 주자던 김하성이 홈으로 쇄도했고, 이 틈에 진루를 시도했던 것.   
      
    이정후의 부친인 이종범 코치도 2008년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전에서 짜릿한 결승 2루타를 때려냈지만 3루 진루를 시도하다가 아웃됐다. 부자가 비슷한 장면을 보여준 것.   
      
    이에 대해 이정후는 담담한 목소리로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시도는 해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본헤드 플레이였다. 내다보지 못하고 그저 상황만 보고 주루플레이를 해서 실수를 저질렀다. 앞으로는 이런 플레이는 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이정후는 호주전에서 리그 대표 교타자가 자리하는 3번 타자로 나섰다. 그가 포진한 덕분에 장타력에 기동력이 더해졌다. 리그 대표 외야수들이 모인 상황에서 주전 한 자리를 취한 것만으로 대단하다. 한국시리즈에서 완패를 당한 충격을 딛고 대표팀에서 제 실력을 발휘한 것도 눈길을 끈다.   
      
    만족에 앞서 반성부터 하는 성향. 뛰어난 회복 탄력성을 보유한 이유이자 급성장의 원동력으로 보인다. 데뷔 3년 차인 그가 이미 한국 야구의 주축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표팀 에이스 양현종도 "기특하다"며 감탄했다.   
      
    고척=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